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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사라진다. 그러나...

[도연아, 어디있니 ]① 실종 지적장애인 급증, 대책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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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실종 장애인 급증, 가출인지 실종인지 구분 못한 신고 때문에?

실종 장애인과 관련해 복지부는 작년 말부터 ‘실종아동 및 실종 장애인 찾아주기 종합대책’을 마련, 시행 중이다.「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2005년 12월부터 시행했지만 효과가 미비함을 인정,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복지부는 아동이나 장애인의 반복적인 실종을 방지하기 위해 ‘위치확인 조회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에 장애인 시설이나 특수학교 장애인 등에게 손목시계형 위치추적 단말기를 올해 1천5백 개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9천대를 보급할 계획이란다.

그리고 ‘Age-Progress' 를 도입해 실종아동 등이 성장 후 얼굴 변화 모습을 추정하는 프로그램도 적용할 예정이다. 이들을 찾는 긴급방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고 한다.
경찰청도 실종자 발생과 동시에 발생시간, 장소, 신체적 특징, 병력 등 관련 자료를 정밀 분석한 뒤 유형별로 세분화해 실종자를 조기 발견하는 프로그램인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올해 연말까지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역사에 비치된 실종장애인을 찾는 게시판 ⓒ 함께걸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종 장애인들의 숫자는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2월,「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낸 고경화 의원실(한나라당)에 따르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장애인들이 2003년 12명, 04년 61명, 05년 126명, 06년 245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단다. 2006년 말 현재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비장애 아동수가 79명인 것과 비교하면 장기 실종된 장애인 수는 3배나 많다.

복지부 아동안전관리팀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장기 실종 장애인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실종아동등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가출인지 실종인지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신고가 많아진 까닭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성인 지적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복지 서비스가 절실해

실종아동전문기관 관계자는 “정신지체 등의 장애가 있는 사람이 실종된 경우, 신고를 하는 보호자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사라졌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종아동전문기관이 실종 장애인 가정 35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종된 장애인 중 정신지체가 67.8%로 가장 많았고 ▲실종 당시 연령대는 21세부터 40세가 54.6%로 가장 높았다.

▲실종 장애우 중 68.4%가 일상생활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며 ▲부모나 배우자, 자녀, 친척 등 가족에게 도움을 받은 경우가 71.5%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종 발생 장소는 집 근처인 경우가 65.3%로 가장 많았고 ▲실종 원인으로 ‘집을 나가서’와 ‘길을 잃어서’가 86.8%에 달한다. 그리고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등 대체적으로 생계가 어렵다고 응답한 가정이 7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면, 지역에서 살고 있으며, 활동보조가 필요하나 형편상 전적으로 가족에게 의지해왔으며, 외부 활동 욕구가 특히 왕성한 성인 지적장애인들의 실종비율이 유의미하게 높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보면, 현재 복지부와 경찰청에서 추진 중인 실종 방지 사업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위 상황은 성인 지적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거의 없는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학교와 복지관 프로그램까지 모두 마친 성인 지적장애인들은 사실 할 것도, 갈 곳도 없다. 취업은커녕, 보호작업장이라도 다니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 한다. 기다려서 들어가기라도 하면 천운이 따랐다고 할 정도다. 경제 형편이 좋지 않은 가족은 문제가 더욱 심각해서 이들은 그냥 집에 방치되어 있기 일쑤다.

실종된 지적장애인들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십 년을 집에서 지내다가 길을 나섰을 것이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몸에 연락처나 이름을 새겨 넣고, 어디에 있는지 즉각 노출되는 단말기를 채우고, 유전자나 신체 특성 등 개인 정보를 자료로 축적하는 것이 정말 실종을 예방할 근본 대책일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일을 하고 싶어도, 배우고 싶어도, 취미생활을 하고 싶어도, 선택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없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집에 방치돼 지내는 지적장애인들이 많다. 그리고 이들은 언제, 어떤 이유로든 실종인이 될 가능성도 크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실종은 개인의 장애나 가족 탓이 아니다. 지적장애인들의 실종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무방비 상태로 길을 나서는 것 말고 딱히 할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 복지 정책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이미 많은 장애인 가족들이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겪었고, 아직도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가족을 찾고, 앞으로 이런 고통 겪는 사람이 없게끔, 정부는 지적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원책을 하루 속히 세워야 한다.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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