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 아직도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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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이 제정되면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번에 제정된 장차법이 어느 정도의 수위를 가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 아니면 형편없는 수준인가 하는 점이다. 다른 나라의 장차법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이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하지만 장차법의 수위를 간단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도 흑백논리처럼 어디가 더 좋고, 어디가 점수가 더 높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에 앞서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것은 이번에 제정된 장차법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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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호 |
장차법 초안과 어떻게 달라졌나?
여기서 말하는 장차법 초안은 지난 2005년 9월에 노회찬 의원을 통해 발의한 장추련안을 말한다.
무엇보다 먼저 장애 개념이 장애인복지법과 유사해졌다는 점이다. 장차법 초안에서는 장애의 개념에 사회적․문화적 장벽과 일시적인 장애 등도 포함하여 가장 진보적이고 사회적인 장애 개념을 도입하였다.
반면에 이번에 제정된 최종안에는 장애인복지법에서 사용하는 의학적 개념과 장기간의 장애만을 인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장차법에 의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으로 인정받은 장애인에 한정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둘째, 독립적인 차별시정기구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내의 소위원회로 변경되었다. 독립적인 차별시정기구를 요구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시정명령권의 도입과 장애차별판단 및 시정명령에 있어서의 전문성과 당사자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제한적이긴 하지만 시정명령권이 도입되었고, 인권위 소위원회에서 전문성과 당사자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독립적인 기구에 대해서는 장차법의 시행을 지켜보며 장기적인 과제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고의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차별을 하는 경우와 같이 악의적인 경우에 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며, 아울러 정신적 손해배상 등을 위해 마련하려 했다. 그러나 국내의 법체계와 맞지 않으며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역시 도입되지 못했다. 이 점은 매우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시정명령권이 법무부로 일임되었다. 차별시정기구가 국가인권위원회로 일원화되고, 장애인차별시정 역시 인권위 내의 소위원회로 구성됨으로써 결국 소위원회에서 직접적인 시정명령을 내릴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무부장관에게 요청을 하고, 법무부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되었다.
이 때문에 시정명령의 절차와 과정이 다소 복잡하게 되었다. 차별시정위원회에서 바로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며, 법무부장관의 판단에 의해 시정명령이 내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정명령 제도의 도입 자체가 시정명령을 자주 사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시정명령을 내릴 정도의 중대한 차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기에 본래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이 제도라도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반면에 이번 장차법 최종안에는 초안에 없었던 두 가지 새로운 내용이 포함되었다. 하나는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의 강조이고, 다른 하나는 법원의 구제 조치이다. 이 두 가지는 장차법 초안이 발의된 이후 장추련 내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고, 이 내용이 정부 여당안에 반영되면서 이번에 장차법 최종안에 포함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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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호 |
소위원회의 구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소위원회는 없었다. 따라서 장차법에서 장애인 차별시정기구로서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소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기존에 없던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인권위도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그림을 아직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장추련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 그림을 함께 그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소위원회를 얼마나 실효성있고 본래의 취지에 맞게 구성하느냐는 독립적인 차별시정기구를 설치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당사자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이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이다. 소위원회의 역할, 권한 등도 인권위 법의 개정을 통해 마련해야 하며,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 위원의 선출 역시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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