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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앞둔 기초생활보장법, 무엇이 쟁점인가

조건으로 얼룩진 기초법, 다시 도마 위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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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정기국회는 올해로 시행 7년째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과 관련해 이미 2004년에 제출한 현애자 의원안(민노당), 고경화 의원안(한나라당), 참여연대 청원안 등과 작년 말 복지부가 낸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작년에 국회는 기초법 중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축소 △개별가구 조항 신설 △소득인정액 사정에 있어서 '실제소득' 기준 별도 명시 △차상위 계층 명시△외국인에 대한 특례 이상 5개 조항을 개정했다.
관계자들은 기초법 개정안들이 2년 이상 계류해 있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 때 개정이 유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들이 일부개정, 전면개정, 개별급여법(자활지원법) 제정 등으로 성격이 조금씩 달라서 국회가 어떻게 통과시킬지는 미지수다.
개정할 기초법, 무엇이 쟁점인지 〈함께걸음〉이 짚어봤다.

사각지대 만드는 '부양의무자 기준'
또 한번 축소될 수 있을까
부양의무자 기준은 기초법 제정 후 계속 논란을 일으키는 조항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한 조사(2003)에 따르면 수급자에서 탈락한 가구 중 44.4%가 부양의무자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작년에 부양의무자 범위를 일부 축소했는데, 직계혈족 및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혈족으로 규정했던 것을 '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제 2조 5항)'로 개정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빈곤사회연대 등 관련 시민단체들은 현행 부양의무자 기준이 아직도 생계비가 절실하게 필요한 빈곤층에게 족쇄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규정 때문에 생계비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현애자 의원의 박선민 보좌관은 "생계비가 필요한 빈곤층은 빈곤 때문에 이미 가족간 경제 지원이 상당히 약하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생계비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부양의무자 규정 자체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애자 의원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삭제하고, 대신 부정수급방지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부양의무자 기준과 연결해 또 하나 논란거리는 '간주부양비'다. 간주부양은 부양의무자가 있어서 원칙상 수급권자가 될 수 없지만,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조건부 수급권자로 선정해주는 특례조항이다. 이 때 부양의무자에게 부양비 일정액을 받는다고 간주하여 그 금액을 차감해 생계비를 지급한다.
박선민 보좌관은 "부양능력 미약자도 부양능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발생하는 가장 독소조항이 바로 간주부양비“라며 "부양의무자나 간주부양비는 빈곤한 세대와 관계있는 세대도 빈곤하게 만드는 조항이다. 수급권자가 주변 가족에게 정기적으로 받는 부양비는 '사적이전소득'으로 잡아 생계비에서 차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간주한 부양비까지 차감하는 것은 이중부과다. 따라서 부양의무자 기준 삭제가 당장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간주부양비라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안을 제출한 참여연대도 간주부양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아예 삭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의 기초생활보장팀 정경실 팀장은 "작년 개정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은 거의 가족 수준으로 축소됐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아예 삭제하는 것은 가족조차 돌보지 않겠다는 상황을 조장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무리다.“라고 말했다.

최저생계비 계측 방식,
절대적 빈곤이냐 상대적 빈곤이냐
지난 8월말 정부는 2007년도 최저생계비를 발표했다.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43만5천921원(현금지급기준은 37만2천978원), 4인 가구는 120만5천535원(103만1천467원)이며 이는 올해 117만 422원에서 3% 인상한 금액이다.
최저생계비 계측은 주기가 5년이던 것을 2004년도에 3년 주기로 개정했고, 비계측연도에는 물가상승율만 고려해 인상한다. 그런데 내년 최저생계비 계측조사를 앞두고, 계측방식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현재 최저생계비 계측은 '전물량 방식'으로 한다. 전물량 방식(마켓 바스켓, Market Basket)이란 생활에 꼭 필요한 모든 품목에 최저 수준을 정하고, 이를 화폐가치로 환산(가격×최저소비량)한 총합으로 최저생계비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 바구니에 최저생활을 할 수 있는 품목들을 최저가로 골라 담아서 최저생계비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바구니에 어떤 물품을 넣을 것인지가 계속 논란거리다. 예를 들어 지난 최저생계비 계측 당시 핸드폰비가 포함됐다가 빈곤층이 무슨 핸드폰이냐는 주장 때문에 최종결정에서 제외됐다는 어이없는 얘기도 있다.
시민단체나 민노당은 상대적 빈곤 개념을 도입해 최저생계비를 계측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박선민 보좌관은 "현재 최저생계비는 굶지 않을 정도로 생계를 보장하는 절대적 빈곤선으로 계측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 평균적으로 향유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비슷한 수준으로 소유하지 못하면 더욱 빈곤해진다. 따라서 상대적 빈곤 개념으로 최저생계비를 계측해야 한다. 국민 소득수준이 오르면 최저생계비도 올라야 한다. 양극화가 심해져 부유층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데 빈곤층은 먹고 사는 것만 해결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기초생활보장팀은 내년 최저생계비 계측 방식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입장을 보류했다.

계륵 같은 '조건부 수급' 어디로?
복지부가 제출한 개정안의 핵심은 부분급여 신설과 자활지원 관련 조항 개정이다. 부분급여에 대해 복지부 근로연계팀 서창대 사무관은 "그동안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통합급여 방식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수급권자에서 탈락하면 모든 급여를 한꺼번에 못 받는다는 맹점이 있었다. 그래서 수급권자들의 탈빈곤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부분급여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또한 부분급여는 차상위계층에게도 급여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개정안에서 '차상위자의 가구별 생활여건을 고려하여 예산의 범위 안에서 …(중략)…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는 행하는 것으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리고 복지부는 개정안에서 자활사업에 대해 창업교육, 기능훈련, 자산형성지원하는 등 내용을 강화하고 현행 자활후견기관을 지역자활센터로 바꿨다. 그리고 전국에 자활업무를 하는 전담공무원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또한 상시근로자 중에서 일정비율 이상 수급자로 채용하는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신설조항도 있다.

기초법 자활관련 조항에서 쟁점은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권자다. 현행 기초법은 '보장기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권자에게 자활에 필요한 사업에 참가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생계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제9조5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초법을 제정하면서부터 계속 논쟁 중인 조항이다. 민노당 정책연구소 황현욱 씨는 "기초법은 말 그대로 국민의 기초생활을 권리로 보장하겠다는 법이다. 공공부조인 기초법에 자활을 조건으로 수급자를 선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현애자 의원은 강제 조건인 자활을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의 자활을 위한 근로유인을 적극적으로 제공한다'는 개정안을 냈다.
그리고 빈곤사회연대 측은 이 조항을 아예 삭제하자는 의견이다. 빈곤사회연대 유의선 사무국장은 "자활급여를 생계급여에서 차감하고 있으며, 자활근로의 내용이나 근로조건도 매우 나빠서 실제 취업이나 탈빈곤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활근로를 조건으로 생계비를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고경화(한나라당) 의원은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아예 떼어내서 개별급여로 다루자는 것을 골자로 한 「자활지원법」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어쨌든 조건부 수급은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근로연계팀 서창대 사무관은 "기초법에 근로능력자를 포함한 것은 자활을 조건으로 붙였기 때문이다. 근로능력은 있으나 여러 이유로 취업이 어려운 사람들을 국가가 보호할 필요는 있다. 대신 자활사업을 통해 일반 시장으로 다시 보내자는 것이 정부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서민형편 헤아려 기초법 개정해야
간단히 정리를 하면 복지부 개정안은 ▲부분급여 지급 ▲자활프로그램 강화 ▲수급자 채용 기업 지원 ▲자활전담 공무원 배치 의무화 등이 골자다.
그리고 현애자 의원은 ▲부분급여 지급 ▲부양의무자 기준 삭제와 간주부양비 폐지 ▲소득환산액 중 일정수준 이하의 주택 및 보증금, 생계 및 장애 질병(간병)들을 위한 자동차는 기준에서 제외 ▲최저 생계비를 국민의 평균소득이나 지출수준과 상대적 수준으로 유지 ▲생활보장위원회에 비영리민간단체 및 수급자 대표 포함 등이 주요 개정 내용이다.
그리고 이외에도 국가와 시․도, 시․군․구간에 국민기초생활 보장비용 부담 비율을 조정하자는 정형근 의원안(한나라당)과 기초법에 학교급식비 지원도 명시하자는 유기홍 의원안(열린우리당) 등이 계류 중이다.
빈곤율은 사용하는 자료와 비교기준, 분석대상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IMF 이후 빈곤이 심해지고 있으며 특히 2003년 이후 절대 빈곤율이 다시 증가하고 있단다.
절대 빈곤율 증가와 양극화 심화에도 불구하고 기초법 시행 당시 일반가구 가계 지출의 48.7%에 달하던 최저생계비는 2004년에 38.1%로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수급권자는 기초법 시행원년보다 겨우 3만여 명 늘었다.(2000년 약149만 명→ 2005년 약151만 명)

너무 단순한 비교일지도 모르지만, 빈곤층은 증가하는데 최저생계비도 줄고, 생계비를 지원받는 사람도 그다지 늘지 않았다면, 기초법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
기초법은 대표적인 민생법이다. 기초법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서 가난한 많은 국민들이 울고 웃는다. 부디 정부와 국회가 기초법에 많은 서민들의 삶이 달려 있음을 다시 가슴에 새기고 개정하길 바란다.

글 최희정 기자

빈곤율은 사용하는 자료와 비교기준, 분석대상 등에 따라 조금씩 수치가 달라진다. 그러나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IMF 이후 빈곤이 심해지고 있으며 특히 2003년 이후 절대 빈곤율이 다시 증가하고 있단다.
너무 단순한 비교일지도 모르지만, 빈곤층은 증가하는데 최저생계비도 줄고, 생계비를 지원받는 사람도 그다지 늘지 않았다면, 기초법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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