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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명의도용 사기 기승

명의 빌려주고 돈 받은 장애인 13명 기소
장애인과 부동산 브로커 연결해준 장애인 단체와 협회 문제

본문

아파트를 분양할 때 일정 부분을 장애인에게 특별 분양해 주는 제도를 악용해서 금품을 챙긴 부동산 업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최근 장애인들에게 접근해 아파트 장애인 특별 분양분에 당첨되도록 한 뒤 미등기 전매를 알선한 혐의, 즉 주택법 위반으로 김모 공인중개사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부동산 브로커 8명, 장애인 전매자 13명, 일반인 전매자 12명 등 모두 33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

연수경찰서 지능범죄팀 김형진 형사에 따르면 구속된 김씨 등은 작년 9월 경 인천 논현지구에 건립된 모 민영 아파트 분양 당시 장애인 13명에게 특별 분양을 받게 한 뒤, 이를 제 3자에게 전매를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모두 5천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장애인 주택 전매자 13명은 아파트를 특별 분양받아 작게는 2백만원에서 많으면 4천만원의 차익을 남기고 미등기 전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 김 형사 얘기다.

현재 정부는 아파트 등 집단 거주 주택 분양시 소외계층을 배려하기 위해 중소기업 근로자와 장애인 등에게 분양 물량의 10% 특별 분양을 실시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서 시행하고 있다. 주택 분양 물량 10% 특별 분양은 주택공사 등이 건설하는 공공주택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사항이지만 민간 건설회사가 건설해서 분양하는 민영아파트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주택법에 이 조항이 규정돼 있기 때문에 수요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특별 분양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택 특별 분양 제도를 정리하면, 일반인은 청약예금에 가입한 뒤 수년을 기다려야 하고 또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주택 분양에 당첨될 수 있지만 특별 분양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신청이 가능하고 또 경쟁이 심하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당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택 분양시장에서 일종의 특혜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 브로커들은 이 점을 노리고 특별 분양 대상자인 장애인에게 접근한 것이다.

취재 결과 이들은 길거리에서 장애인들을 만날 수는 없기 때문에 주로 지역에 있는 장애인 협회를 찾아다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어느 브로커는 인천에 있는 장애인협회, 어느 브로커는 경기 어디에 있는 장애인협회 등을 책임지는 것으로 서로 역할을 분담해서 활동했다는 게 경찰 얘기다.

부동산 브로커들은 장애인협회에서 만난 장애인들에게, 명의를 빌려줘서 아파트에 당첨되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고 제의하고, 장애인들이 이 제의에 응하면, 브로커 말에 따르면 작업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나중에 장애인들 명의로 분양받은 아파트를, 명의를 제공한 장애인들이, 이름을 빌려준 적이 없다고 우기면 곤란하기 때문에 사전 작업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사전작업은 브로커들이 장애인들에게 이행과 포기 각서 등을 미리 쓰게 하는 것을 말한다는 게 경찰 얘기다. 그 다음은 별다른 경쟁 없이 장애인 이름으로 특별 분양받은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미등기 전매해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게 이들 브로커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렇게 제도가 악용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약 정부에서 장애인 주택 특별 분양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면서 특별 분양 제도를 없애겠다고 하면 달리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주택 특별 분양 제도를 활용해서 주택을 마련하려는 선의의 장애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제도를 악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부동산 업자와 브로커들도 문제지만, 브로커들에게 장애인들을 소개해준 일부 지역 장애인협회가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뻔히 불법인 줄 알면서도 단체가 장애인을 브로커에게 소개해 주는 과정에서, 브로커들과 단체장 사이의 금품 거래가 없을 수 없겠고, 결국 일부 장애인 단체장이 업자에게서 금품을 챙기고 장애인들을 전과자로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장애인 단체의 탈법 사례는 전동휠체어 문제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었다. 역시 업자에게서 뇌물을 받고 업자에게 장애인들을 소개해준 장애인 단체가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랬으면 반성하고 다시는 탈법을 저지르지 말아야 하는데, 이제는 장애인 단체가 부동산 분양시장까지 교란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어서 할 말을 잊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과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지적하면,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탈법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돈이 되기 때문에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부동산 브로커들이 조직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내막을 모르는 장애인들은 부동산 업자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돈을 받고 각서를 써주면 끝인 줄 알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적발되면 재판을 받아야 하고, 벌금을 내야하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범죄 전과가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점 심각하게 생각해서 브로커들이 접근해 거액을 돈을 준다고 해도 절대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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