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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체계 고려하지 않은 성년후견제도, 이용률 저하로 나타나

[둘째날] 바람 부는 동경, 도심의 까마귀가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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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이 '성년후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한 이후 정부에서도 TFT팀이 꾸려지는 등 성년후견제 제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법률로 제정되고, 실질적으로 활용되기까지 아직 갈길이 먼 것이 사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민 관 합동으로 일본의 성년후견제 시스템을 탐방하고 왔다.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2박3일간 일본에서의 생생한 여정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실 임수철 팀장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오늘은 스케줄이 빡빡하다.
약속장소까지는 택시로 10분거리지만 만약을 대비해 일찍 출발했는데 다행이다.
차가 많이 막혀서 35분이나 걸린 것.

약속장소인 중의원 회관 로비에 도착하니‘장애인복지신문사’출신으로 일본 츠쿠바 대학교 박사과정에 있는 이미정 선생과‘NPO 법인 공동연’의 사이토 겐조 선생이 일행을 반겨주셨다.


자리를 이동해 오늘 오전에 만나기로 약속한 법무성 담당자와의 면담이 시작됐다.

 
 법무성 민사국 전문관 에하라 유키노리와의 면담  


일본 성년후견제의 주관은 법무성 민사국 담당이지만 판정과 감독은 가정재판소가 담당하고 있으며 2005년 4월~2006년 3월까지 신청건수는 2만1천114건이라고.

피후견인은 가정재판소의 판정으로 법무성 컴퓨터에 등기가 되며 엄격한 인증 절차와 인증서를 발급 받은 사람에 한해 등기 열람과 교부가 가능한데, 등기와 관련해 피후견인의 호적상 등기는 없다고. 이는 기존의 한정치산, 금치산 제도의 낙인화를 최소화하며 법제도의 취지를 살림과 동시에 피후견인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등기가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후견인이 계약대행시 후견인이라 보여줄 수 있는 공증 서류의 발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등기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제도상 결함은 없고 홍보부족으로 이용률이 적었다고 말했지만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우선 피후견인이 가정법원의 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재산이 없는 사람들은 제도 이용이 사실상 힘들었다. 또 후견인에 대한 보수는 정해진 것이 없고 국가가 후견인의 보수를 지불하지도 않기 때문에 피후견인이 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사실상 보수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게 일본의 실정이었다.

10분간의 휴식을 한 후 곳바로 노동후생성 담당자와의 면담이 시작됐다.

 
노동후생성 사회원호국 장해보건복지부 장해복지과 상담지원 전문관
후미즈 고우이치 씨, 장해복지과 상담지원계 사무관 아리가와 토모키 씨,
노동후생성 노건국(老健局) 계획과 인지병대책추진실 인지병대책계장 가토오 하루히사 씨와의 면담
 


노동후생성에서는 법무성과 가정재판소를 이용할 수 있는 재산이 있는 피후견 신청자와는 달리 재산이 없거나 가족이 없는 사람들에게 복지 지원의 일종으로 ‘성년후견제도이용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 2005년 일본에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없었던 제도인데, 가정재판소 중심의 성년후견제가 저소득 계층의 이용이 힘든 점을 감안하여 등기수수료, 감정비용, 후견인의 보수 등의 일부를 지원하는 형태로 전국 1800개 시정촌 중 759개(41.2%) 시정촌에서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신청 건수는 미미한 실태라고. 같이 참석한 사이또상의 첨언으로는 나고야의 경우 실적이 없다 한다. 
노동후생성 관계자들은 성년후견제의 문제점과 보완책으로 홍보의 부족, 고비용의 문제, 절차의 복잡성 등을 꼽았다.

두 곳의 정부단체 관계자를 만나고 났더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식사를 하면서 사이토 겐조 사무국장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성년후견제를 시행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음을 실감하게 된다.

독일처럼 시민후견제가 도입되어야 절차상이나 비용면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고,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리나라 보건복지부가 주도적으로 성년후견제를 끌고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3시에는 츠쿠바대학교 법과대학원 원장이자 일본성년후견법학회 이사장인 아라이 마코토 교수를 그랜드 팔레스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다.

 
일본왕궁 앞에서 찰칵  

약속장소로 가는길, 유명하다는 일본왕궁을 잠깐 거쳐가는걸로 짧은 관광을 대신했다.

기대했던 것처럼 아라이 교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법을 제정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아라이 교수가 해준 이야기를 가감없이 나열하는 걸로 일본에서의 이틀째 일정을 마무리하련다.

 
가운데 있는 분이 아라이 마코토 교수다  

▲ 가정재판소의 판정 결과는 80% 정도가 가족이 후견인이 되는데 일본은 아직 가족 중심의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사회가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정촌 즉 지역사회가 후견 신청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00년도 개호보호와 성년후견제가 이뤄지면서 개호의 사회화, 후견의 사회화가 이뤄졌다. 한국에서 오신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후견은 어려운 것이므로 전문화되고 훈련되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사고도 많았다. 일본법상 부모의 재산을 자식이 훔쳐도 죄가 되지 않는다. 이런식으로 가족이 후견인이 되고,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후견제의 의미가 없어진다.
작년 10월에 부모재산을 자식(후견)이 훔친 사건에 대한 소송이 있었는데 유죄판결을 받았고 현재 항소가 진행 중이다.

요는 가족이지만 가족인 동시에 후견인이므로 후견인은 가족으로 볼 수 없다는 형법상 판단을 한 것이지만, 앞으로도 가족이 아닌 사람이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가족은 후견인이 될 수 없다'가 아니라 일정 교육을 받아야 한다.

▲ 가족이 후견인이 되는 문제에 대한 개선안으로는 법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해야한다.
법에서는 후견인이 하지 말야하는 점을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점이 가족간의 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전부 전문가로 하는것도 현실적으로 힘들다.

▲ 일본은 '보조', '보좌', '후견'으로 나누고 있는데 이에대한 정답은 독일의 방법(일원화)가 맞다고 본다.
우리도 독일식을 주장 했지만 방해한 두 그룹이 있다.

하나는 보수적 법률가고 다른 하나는 감정을 담당한 의사들이다. 옛날처럼 한정치산, 금치산으로 나누는게 좋다는 주장이다.
계속 주장했지만 타협의 일환으로 임의 후견을 도입했다. 한국은 어떻게 도입할지 흥미롭다.

▲ 장애인자립지원법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호보험은 성년후견제와 관련이 없었지만, 장애인자립지원법상 계약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성년후견제를 이용해야 했다.
한 예로 200명이 있는 시설에서 한꺼번에 성년후견을 신청했는데, 이전의 낮은 신청만 생각하다 급격히 늘어난 상황을 가정재판소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법무성에서는 성년=재산관리로 보는데 복지적 측면으로 가면 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재산관리 측면만 강조하지만, 나는 재산관리 뿐만 아니라 신상관리 생활관리까지 가야한다고 본다.

▲ 성년후견제가 재산관리만으로 되어서는 안된다. 생활관리 신상관리도 중요하며 세계적 추세도 그렇다.
이에대한 부분은 한국도 일본을 따르지 말고 세계적 추세를 따름이 좋지 않은가 싶다.

▲ 후견인 교육이 여러 곳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가정재판소는 돈이 없고 인적자원도 없다.
실제 후견인 판정도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교육을 받아야만 후견인이 되는데 일본은 가족의 경우 교육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성자임수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팀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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