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아직도 그대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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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이면 편의증진법 시행 100일이 된다. 그러나 피부로 느껴지는 개선은 그다지 실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시행을 가져올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증진법 시행 이후 각 영역별로 진행되고 있는 구체적인 애용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늦춰지는 법 시행
“장애우 전용 주차 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했을 경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함. - 편의증진법 제 17조 3항” 지난 4월 11일에 편의증진법이 시행된 이후에 공공주차장 한켠을 눈여겨보면 보이는 팻말문구이다. 아직 눈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로 적은 수지만 편의증진법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지난 4월 9일에 편의증진법 시행을 앞두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 이사장 김성재)는 전국의 2백34개 지방자치단체 의회에 편의증진법 시행을 알리며 법률에 따라 장애우 전용 주차 구역에 일반 차량을 주차했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례 제정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발송했다. 이들 지자체 의회 대부분은 연구소의 건의를 적극 수용하며 각 지자체가 조례를 재정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내왔다. 특히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서면을 통해 조례 제정 예정을 알렸다.
그러나 몇몇 지자체 의회는 기초단체장에게 이를 미루거나 지역 민원을 의식하여 조례 제정을 쉽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장애우 전용 주차 구역을 세우는 것도 비장애우들의 강력한 반발을 살 수도 있다는 논리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그런지 지역 민원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답변을 준 서울시도 지자제 선거 이후에나 조례제정이 가능하다고 밝혀 사실상 장애우 주차 구역과 관련된 법 시행이 연말에나 가능하고 또한 더욱 늦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는 낳고 있다.
이렇게 장애우 전용 주차장과 관련된 법 시행이 편의증진법 시행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첫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행되기 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는 장애우단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움직이는 장애우 단체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 4일 편의고발(521-8298)전화를 개설하여 편의고발을 받고 있다. 또 각 지자체 의회와 행정자치부 등에 조례 제정을 요청하는 민원을 접수하여 하루라도 빨리 편의증진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또한 함께걸음지는 ‘장애우 편의시설 현장을 찾아서’라는 난을 개설하여 편의시설이 설치된 현장을 매월 소개하고 있다. 장애우 접근권에 관한 인식 개선과 시설 설치에 관한 경험을 다른 건물주에게 나누어 주기 위함이다.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모임(이하 편의모임, 대표 이계준)은 편의전화를 개설하고 편의엽서를 제작하여 직접적인 고발을 유도하고 있으며 매달 편의증진법 홍보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한 ‘장애우 주차공간은 장애우에게’ 라는 스티커를 만들어 배포하며 인식 개선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편의모임이 캠페인을 하면서 시설주에게 장애우 주차장 설치를 건의하고 장애우 주차장에 비장애우 차량을 주차했을 경우 이를 고발하기도 했으나, 관할 지자체에서는 과태료 부과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이를 시행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회장 장기철)도 장애우편의증진 정보센터를 설치하고 지역 조직을 동원해서 직접적으로 사진과 함께 고발하고 있다. 장애우 단체들이 이렇게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일반 시민 가운데 편의증진법 내용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편의증진법이 장애우 뿐 아니라 임산부 또는 노인 등으로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단체나 노인 관련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별다른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고 있는 것도 그 요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관련 부처에 홍보 책임 물어야
더군다나 몇 군데 지방자치단체 사회과(관련 부서)에 전화를 걸었을 때,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보건복지부가 관련부서 실무자에게 편의증진법 교육을 했다는데도 말이다.
실제로 편의증진법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4월 11일 법 시행을 앞두고 지자체의 관련 부서 실무자를 대상으로 편의증진법 제정 사실과 그 내용에 관한 교육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인지하는 공무원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교육과 홍보고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가 그 동안 조례 제정과 관련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의회, 또 지자체의 실무자들은 한결같이 “관련 중앙 부처에서 이에 관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준다면 일이 쉽게 풀릴 것”이라며 “개별적이기 보다는 행정 조직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편의모임의 전정옥 사무국장은 “보건복지부가 이를 위해서 지침을 만들어 지자체에 내려보내야 함에도 이를 안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올해 안으로 모든 지자체가 조례 제정을 하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은 분명히 보건복지부에 있으며 이에 관한 장애우들의 커다란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편의증진법 시행과 관련해 당장의 현실적인 개선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법 효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애우 전용 주차 구역 부분인데 이마저도 상당히 늦어질 전망이고 그리고 법률 시행에 따른 유예 기간을 최소 2년에서 7년으로 둠으로써 2천년이 돼서야 법률의 진정한 시행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여러 면에서 어쨌든 올해는 법률 홍보에 주력해야 한다. 이는 정부만이 아니라 장애우 단체를 비롯하여 여성, 노인 등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어깨를 맞대고 가야할 권리를 향한 힘찬 발걸음이 필요하다
글/ 박옥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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