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의 목소리도 ‘쉽게’ 어우러지는 무대
본문
'열린 음악회‘가 열리는 곳이라고 하면 “아하! 거기”하고 금방 떠올릴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KBS홀이다.
총 객석 1천9백16석, 지상2층, 지하 2층의 구조로 된 KBS홀은 무대 면적만 6백평을 헤아리는 규모답게 주로 대규모 공간을 요구하는 국내외의 콘서트 행사를 비롯, 가요제, 발레, 국제예술제, 오페라, 민속 예술공연, 영화상영 등 각종 문화공연행사가 개최된다. 서울올림픽 때 방송의 중추 역할을 맡았던 국제방송센터의 일부 시설로 설계된 이 건물은 국내 저명한 건축가인 김중업 선생이 설계를 담당하고 동아건설이 시공, 90년 4월 완공됐다.
이후 음향시설등 보조기능을 보완하여 91년 9월7일 정식 개관했는데, 문화공연 외에도 공공행사나 시상식, 국제회의, 세미나 등도 열리는 명실상부한 종합 국제 행사장이다. 일년 3백65일 중 3백일 정도나 이런 저런 행사들로 무대와 객석이 꽉 차곤 한다.
올해 6월 25일에는 이곳에서 장애우가요제전인 ‘사랑의 노래 마음의 노래’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당일 행사장에는 많은 장애우들이 이 장애우가요제전을 관람하기 위해 몰렸지만 이들은 별다른 불편없이 공연장 안으로 이동해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다른 일반적인 공연장처럼 장애우가 계단앞에서 ‘들려서’ 가지 않고 매끄럽게 공연장 안으로 이어진 출입구로 곧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장애우출입구가 정문에서 10여미터가 훨씬 넘게 떨어진 ‘한적한’ 길을 거쳐 가야 한다는 점은 사실 불편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호젓하게 나 있는 빨간 벽돌 길을 조금 돌아가면 장애우마크가 있는 자동문과 고정문을 만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스스로 문이 돌아가는 일반 자동문은 장애우에게 당혹감을 주는 장애물이 되곤 하지만 이 KBS홀의 자동문은 버튼을 누르면 천천히 돌아가도록 되어 있어서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도 자동문이 불편한 장애우는 옆의 고정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들어가면 곧장 무대 바로 앞의 객석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1층 객석의 중간까지는 경사로로 되어 있어 그곳까지 휠체어가 쉽게 올라갈 수 있다. 그 경사로는 외부와도 연결되어 있어 로비쪽으로도 쉽게 나갈 수 있다. 장애우용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음은 기본이다.
그런데 중간 이상의 객석 사이는 계단으로 오르게 되어 있어 만약 그곳에 좌석을 배정받는다면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면은 충분히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홀 운영담당자의 설명이다.
KBS홀 무대감독 권순복 씨는 “김중업 선생이 설계 당시에 외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국제 문화공연장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장애우들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될 수 있도록 남다르게 신경을 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화관람 시설은 편의증진법 시행 이후 개선에 대한 요구가 가장 절실한 영역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실, 생활의 여유를 갖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실제적으로 관공서 보다 더 자주 가게 되는 곳이 문화시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모처럼 즐겁게 문화를 즐기러 갔다가 동행한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고생을 시킨 후에야 좌석에, 아니면 좌석들 사이 참에 불편하게 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만약 KBS홀을 목적지로 삼았다면 유쾌한 기분으로 모처럼의 나들이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