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수 관장 연임결정 철회하고, <br> 새 관장 공개 채용하라!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이완수 관장 연임결정 철회하고, <br> 새 관장 공개 채용하라!

끝이 보이지 않는 정립회관 사태

본문

정발특위도 외면했다

지금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 정립회관에서는 혼자 몸도 가누기 힘든 중증장애우 30여명과 활동보조인 10여명, 노동조합원 10여명 등 50여명이 40여 일 째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93년부터 12년이나 관장을 지내고 올해 6월말로 정년이 지난 정립회관 이완수 씨에 대해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이사장 송영욱)가 지난 6월 17일 2년 촉탁이라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임기를 연장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립회관 동호회와 관련 단체 등 20여 개 단체는 지난 6월 10일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 이완수 씨의 연임 반대와 시설의 민주적 운영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사회는 공대위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반역사적이고 비민주적인 관장연임을 결정한 것이다. 또한 ‘관장연임 철폐’와 더불어 시설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공대위측에서 요구했던 ‘정립회관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정특발위)의 구성도 철저히 외면해 버렸다.

시설문제, 감수성 키워라

많은 사람들은 장애우 시설을 비롯한 사회복지 시설 문제를 생각할 때, 항상 ‘비리’문제만을 떠올리게 된다. 따라서 12년이나 관장을 지내고 정년을 맞이했어도, 특별한 ‘비리’가 없으면 정년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조차도 각종 시설 비리를 막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지침을 통해 각 시설장이 65세까지만 하도록 정년제를 실시했다. 복지시설장의 정년 도입은, 시설장이 평생을, 혹은 아들, 딸들에게 세습까지 해가며 각종 비리를 저질러 오던 사회복지시설의 비리를 막고, 민주적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다. 따라서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는 지금이라도 정년을 넘긴 이완수 씨의 연임결정을 철회하고, 즉각 공개적인 방식으로 관장을 채용해야 한다.

현재 장애계에는 ‘자립생활(IL)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이 운동은 중증장애우 당사자들이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통합된 사회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초기 자립생활운동 도입부터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온 정립회관은, 자립생활운동에서 꼭 필요한 ‘활동보조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몇몇 중증장애우들에 대해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하며 그들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해, 지하철 선로 점거나 버스타기 등 이동권 투쟁을 지원하던 정립회관이다.

그러나 이번 점거농성에 참여한 중증장애우들에 대해서는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중단해버렸다. 관장 연임에 대해 분명하게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반대하는 중증장애우들에게, 그들은 그들만의 ‘결정’을 한 것이다. 또한 ‘노조의 사주를 받았다’, ‘외부세력들이 점거했다’는 등의 온갖 유언비어를 날조하며, 철저히 중증장애우들을 대상화시키고, 점거농성장의 유선전화와 인터넷 연결을 끊어버리는 등 횡포를 일삼고 있다.

또한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7월 22일에는 노조원의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의 개최를 막던 공대위에 대해 사측에 가깝던 이용자가 골프채를 휘둘러 봉고차의 유리를 박살내고, 농성장 대형유리도 파손하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정립회관 직원들은 중증장애우에게는 몸이라고 할 수 있는 전동휠체어의 스위치를 꺼버리고 들어내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비조합원인 일부 직원들도 이완수 씨의 지휘 아래 쇠파이프를 들고 농성장 문을 훼손하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 사측은 그 날 인사위원회를 강행해 노조원 4명 해고, 4명 정직 3개월의 징계도 행사했다. 이후 모든 협상은 중단되어버렸다.

불법에는 활동보조서비스 제공할 수 없다?

진정 장애우를 위하는 시설의 책임자라면 비싼 호텔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이사회 개최비용으로,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고,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이 자주 넘어져 다치는 후문 뒷길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복지시설장의 참모습이 아닌가?

열심히 사회변혁을 위해 자립생활이념을 실천하는 중증장애우들에게, 정립회관 민주운영을 외치는 중증장애우들에게, 생존권과도 같은 활동보조서비스는 점거농성이 ‘불법’이라며 중단시키고, 중증장애우에게 다리와도 다름이 없다며 보급했던 전동휠체어를 반납하라고까지 했던 지금의 현 이완수 관장이 복지시설의 진정한 시설장의 모습인가?

동료 중증장애우들이 죽을 힘을 다해 싸운 댓가에 무임 승차 하기 싫어 거리의 투사로 나섰고, 중중장애우들에게 그것을 가르쳐준 곳이 정립회관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정립회관은 낡아빠진 건물처럼 현관장의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이용자 주체인가 대상인가

한편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는 지난 7월 30일 현재 점거농성 사태에 대한 장문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성명서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현재 점거농성사태에 대한 본질은 철저히 외면하고 자기 합리화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11년 이상의 장기집권 속에서도 후임 관장을 고민도 하지 않다가 정관에도 없는 ‘촉탁’이라는 변칙적 방법으로 다시 임기를 연장시켜놓고 ‘전문능력, 경험’ 운운하며 관장선임을 합리화하고 있다. ‘수영장 건립’의 적임자 운운하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다. 그럼 노무현 대통령은 행정수도가 이전되는 2014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해야하는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처리했다면 다음 관장에게 업무를 넘기면 될 뿐이다.

또‘정발특위’ 구성과 관련해서도 마치 구성원의 숫자 때문이라는 등‘이용자 대표 단체’ 운운하며 공대위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대위는 ‘정발특위’가 숫자의 문제가 아닌, 민주적 운영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기에 이미 지난 협상과정에서 사측과 공대위가 동수로 구성하는 등의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대표성’ 하는 것도 참 어이가 없다.

지난 90년대 초반 정립회관을 점거한 청년장애우들은 당시 회관을 이용하는 모든 이들의 대표성을 얻어서 점거농성을 했다는 말인가? 최근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점거한 장애우들은 모든 장애우의 대표성을 얻어 농성에 들어갔는가? 공대위에는 한국장애인선수협의회, 노들장애인야학, 양궁부, 사격부 등 정립회관에 사무실이 있거나 자주 이용하는 10여 개 이상의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대표성’, ‘외부세력’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가당찮은 지적일 뿐이다.

노조, 이용자 존재 인정하라

또 공대위가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을 무시하고 불법 점거를 일삼았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웃기는 말이다. 공대위는 이사회가 이완수 씨의 연임을 결정하는 회의가 열리기 한참 전부터 연임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각 이사들을 만나 우리의 의견을 전달했으며, 수 차례의 집회를 통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장 연임과 ‘정발특위’ 구성을 철저히 외면해버린 이사회의 결정으로 결국 점거농성이 이루어진 것이다.

모든 책임이 이사회와 사측에 있음에도 ‘불법’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다. 노조활동을 하는 직원 징계 문제 역시 이완수 씨가 “자신의 임기 내에 노조를 박살내버리겠다” 등의 발언을 일삼아 온 것에 비춰볼 때, 이번 징계에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으로밖에 설명될 수 없다.

점거농성이 40여 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완수 씨와 이사회측은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행동이외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요지부동이다. 전액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장애계의 대표적인 이용시설이 이토록 긴 시간 파행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완수 씨는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할 것이다.

폭염 속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수십 명의 중증장애우들은 모두가 ‘단 한사람’만 남아도 이 시설민주화 투쟁에 끝까지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겠다는 결의에 가득차 있다. 그가 지금까지 공대위측에 보여준 폭력과, 무책임과, 각종 야비한 행동들은 우리를 더 분노하게 할 뿐이다.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는 즉각 이완수 관장의 연임결정을 철회하고, 새로운 관장을 공개채용 해야 한다. 또한 정립회관이라는 한국사회의 대표적 장애우 이용시설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사측과 노조, 이용자가 참여하는 ‘정립회관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한다. 그것만이 정립회관이 지금의 난관을 뚫고 새로운 희망으로 중증장애우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다.

작성자최진영 (정립회관 이용자, 공대위 소속)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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