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립회관 문제 시설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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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립회관은 닫힌 공간이 아니다.
정립회관은 언제나 누구든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그 만큼 개방적이고 공개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누구에 의해 임의대로 좌지우지되고 밀실에서 결정되는 기관은 이미 오래 전에 아니었다. 정립회관은 지역사회 자립생활지원시설로써 탈바꿈 해 가는 성숙의 시간을 축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정립회관은 ‘비민주적인 곳’으로 규정되고 있고, ‘노조탄압’과 ‘반자립생활’로 명명되고 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그렇게 되었다. 정립회관은 흔히들 얘기하는 시설비리나 투명치 못한 운영으로 논란이 일었던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립회관은 사업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거듭나려는 노력을 부단하게 해 왔고, 최근에는 자립생활이념을 국내에 보급한 기여를 이룬 곳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다른 시설들처럼 친인척이 운영하지도 않았고, 우리나라 장애인운동의 초기 주역들이 점차적으로 그들이 역할을 후배들에게 이양해주는 모범적 과정에 있었다. 그래서 정립회관을 관심 있게 봐 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비민주’와 ‘반자립생활’은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특별한 여러 가지 사유가 있어 정년이 지난 관장을 다시 2년 간 계약직으로 선임한 이사회의 결정이 ‘비민주’와 ‘장기집권’이고, 한 달이 넘게 불법파업을 하면서 자기 동료들의 일터를 점거하고 장애인을 위한 업무를 중단시킨 노조를 징계한 것이 ‘노조탄압’이라는 것이다.
농성하고 있는 일부 장애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그들의 자기결정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활동보조인을 파견하는 기관을 상대로 불법 점거 농성을 하고 더군다나 그 일을 담당하는 직원을 일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에게 활동보조인을 파견하지 않았다고 정립회관은 ‘반자립생활’이 되었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정립회관이 성심성의껏 지원을 했던 사람들이다.
정립회관이 그들에게 오직 바랐던 것은 우리나라 자립생활운동의 초석으로 활동하는 것이었다. 장애인의 권익과 복지의 미래는 장애인에게 달려있고, 장애인만이 희망이다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나마 그들의 역량강화를 도왔을 뿐이다. 그런데 그들이 정립회관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있고, 정립회관이 엉망이 되어도 자신들의 요구를 끝까지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립회관은 허탈한 생각마저 든다.
자립생활을 꿈꾸는 중증장애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중증장애인에게 사용하고 있는 “전동휠체어를 반납해라”라고 이완수 관장이 말했다는 것이다. 이완수 관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이완수 관장이 직접 교회에서 후원금을 모아와 전동휠체어를 사준 장애인이 자신에게 퇴진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고, 더군다나 이 장애인이 하는 말이 자기는 그저 위에서 시켜서 하는 것이라고 말할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을 뿐이다.
또, 어느 직원이 정립회관에서 지원한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에게 “당신이 이렇게 농성을 할 때, 관장님이 그것을 바라보는 심정은 어떨까”라고 물어 본 적이 있을 뿐, 정립회관의 직원 어느 누구도 전동휠체어를 반납하라고 한 바가 없다. 어떻게 그런 말이 가능하겠는가? 우리 모두는 사실을 얘기해야 한다.
우리는 공대위와 노조가 집회 등에서 사실과 다른 말과 주장을 너무도 많이 하는 것을 보아 왔다. 모든 것은 사실과 진실에 따라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왜곡되거나 비약되고 또 그것이 거대한 주장으로 포장되고 그로부터 논리가 비약되어 상대방을 비난하는 방식은 상호를 존중하는 민주적 질서를 만드는데 있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사실에 대한 엄정한 판단 없이, 길거리에서 투쟁의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은 정당하고, 그렇지 않는 사람 또는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부당하고 비도덕적이고 비난받을 사람으로 규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사태의 뿌리는 정립회관 운영자와 노조의 갈등에 있었다. 이 갈등은 4년 전부터 시작되어, 작년에는 임금협상으로 마찰을 빚었고, 노조는 임금협상의 성과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올 해들어 이완수 관장의 연임문제를 제기해 왔다. 노조는 직원설문조사, 성명서, 이사회 압박 등으로 투쟁해왔고, 급기야는 지난 6월 평소 노조의 입장을 지지하던 그룹이 ‘시설 민주화’라는 명분으로 공대위를 결성하고 정립회관 점거농성까지 돌입하게 되었다.
문제는 정립회관장의 연임문제와 노조의 징계문제이다. 정립회관장의 연임문제로 시작된 사태가 노조에 대한 징계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도 결국은 노조 문제가 최대의 걸림돌이 되었다. 막후교섭을 통해 ‘정립회관발전특별위원회’, ‘관장의 연임’ 등의 사안들이 상당히 의견접근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파업을 하고 업무방해를 하고 있는 노조원들을 징계한 당연한 조치에 반발하여 공대위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시설의 민주화를 얘기했으니, 모든 것이 용서되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과정에 있어서의 불법은 모두 묻어 두자는 것인가? 그리고 또 우리는 언제든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불법을 자행할 수 있다는 것인가? 물론,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다만, 그에 대한 책임과 처벌은 당당하고 의연하게 받는 것이 올곧은 모습이 아니겠는가? 불법을 저지르고 왜 비처벌을 흥정하는가? 적당한 타협으로 정립회관은 이번 사태를 일찍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비정상과의 타협이자 미봉책이었기 때문에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공대위는, 상황에 따라 직원의 징계 수위를 이랬다저랬다 할 수 있는 시설로 정립회관을 만들려고 해서는 안된다. 공대위가 진정 정립회관이 민주적이고 투명한 시설이 되길 원한다면 그런 임의성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이 문제를 또한 격렬한 소수의 목소리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징계가 잘못되었다면 구제 받을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더 이상 우리의 동료장애인을 볼모로, 정립회관이 해야 할 일을 가로막으면서 공대위와 노조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해서는 안된다. 정립회관을 정상으로 돌려놓자. 그리고 난 후 법과 여론의 공정한 심판을 받자.
공대위는 점거농성을 한달 넘게 하면서 차분하고 냉철하게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기 바란다. 무엇으로 이 사태가 시작되었고, 무엇으로 이 사태가 심각해 졌으며, 지금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무슨 전망이 있는지. 또한 정립회관을 이 지경으로 만들 정도로 정립회관이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곳인지.
아무쪼록, 세상은 누군가 일방적으로 그리는 그림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비약된 명분과 논리에 공대위 스스로가 빠져있지 않길 바란다. 누가 누구에게 강요하지 않고, 어떤 것을 제약하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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