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영원한 훈련생 아니면 시설생활인?
본문
![]() |
||
| ⓒ최희정 | ||
바야흐로 졸업과 입학의 계절.
교문마다 졸업과 입학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나붙고, 간만에 학교를 찾은 부모와 친지들, 그리고 꽃다발과 선물들로 북적거린다.
이 날만큼은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삶에서 한 시절을 마치고, 또 다른 시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쨌든 미래는 핑크빛일 것이다.
그렇다면 특수학교를 졸업하는 지적장애인들은 사회 어디로 갈까, <함께걸음>은 궁금했다. 비장애인에게 고등학교 졸업은 취업과 진학을 결정하는 시기인데, 지적장애가 있는 졸업생들이 처한 현실도 그러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 앞에는 영원한 훈련생, 혹은 시설생활인, 혹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 |
||
| ⓒ최희정 | ||
서울에 있는 B 지적장애 특수학교 전공과 C교사는 “전공과를 졸업해도 지적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사회에 발 디딜 곳은 없다”며 “때문에 전공과 담당 교사는 다들 고민일 것”이라고 밝혔다.
C교사는 “현재 졸업 후 유일한 대안이 복지관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인데, 복지관에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더 큰 문제는 복지관 이후 대안이 없는 것”이라며 한숨을 뱉었다. B학교를 올해 졸업한 전공과 학생 7명 중에서 취업자는 한 명도 없다고 한다.
C교사는 고용장려금이 깎이기 전에는 영세업체들이 지원금을 노리고 단기간 고용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취업할 곳이 전무하다고 했다. 게다가 노동집약적인 업체들은 동남아시아로 옮겨가고,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도 늘고 있어 영세 업체들은 더 이상 지적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서울 D 지적장애 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올해 졸업생 28명을 배출했지만, 취업한 학생은 한 명뿐이라고 한다. D학교 전공과 교사인 E씨는 “전공과는 고등부보다 직업교육에 중점을 두고는 있지만, 사실상 학교생활을 1년 더 연장하거나, 복지관 체계를 미리 연습하는 정도”라며 “학교가 회사와 학생들을 취업시키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졸업한 제자들이 거리에서 방황하며 구걸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도 있다고 밝힌 F 특수교사는 “특수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 중에서 ‘취업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들은 학교를 졸업해도 또 훈련생 처지다. 아니면 아무 지원이 없어 현실 때문에 가족들에게 시설 입소를 강요받는다.”고 말했다.
![]() |
||
| ⓒ최희정 | ||
| 서울에 있는 A 지적장애 학교 졸업식. 학교 강당에서 조촐하게 치러진 이 날 졸업식은 마치 수료식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모두 학교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강당에 모인 아이들과 부모님 등은 상기한 표정으로 상을 받는 아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축하해주었다. |
||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78개교 지적장애 특수학교 중에서 고등부 3학년생 이상 학생들은 약 2천100명이다.(전공과 3년차까지 포함, 교육부 ‘2006년 특수학교 현황실태조사서’)
이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교육부나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통계자료도 없고, 현황조차 모른단다.
이들이 처한 현실을 알 수 있는 단서는 교육현장에 있는 특수교사들인데, 취재한 것처럼 교사들의 체감 온도는 영하권이다. 교사들은 입을 모아 지적장애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살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고들 했다.
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은커녕 시설로 가야할 현실 앞에 놓인 이들에게는 어쩌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듯하다.
*함께걸음은 '정신지체 장애'를 '지적장애'로 씁니다.
*인터뷰한 교사들의 요청에 따라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사진과 기사는 무관합니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