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정규법안독인가, 약인가
올 7월 시행앞둔 비정규법안, 비정규 노동자 해고 부채질
본문
상반된 반응과 예측 작년에 정부 비정규법안이 통과된 직후 정부는 “앞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다”라고 홍보했고, 민주노동당과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의 확산과 주기적 해고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2007년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비정규법안의 효력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그 효력은 정부가 한 예상과 달리 대부분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생하고 있어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온 몸을 던져서 정부 비정규 법안을 막으려 했던 이유를 다시 한번 실감나게 해준다.
필자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들을 검토한 뒤, 이런 사례들을 낳고 있는 정부 비정규법안의 주요내용과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미 시작된 비정규 노동자들의 해고
철도공사는 지난해 계약직인 새마을호 승무원들에게 12월 31일자로 자회사인 ‘KTX관광레저’로 옮기라고 통보했고 이를 거부한 승무원들을 해고했다. 이에 승무원들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 중에 있다.
법원 행정처는 지난해 말, 각급 법원에 공문을 보내 ▲민간 경비요원에 대한 계약을 2006년 12월 31일자로 종료하고 ▲운전업무 기간제 노동자는 용역으로 전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서울대병원은 노사가 지난해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240여 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했으나, 병원 쪽은 12월 31일자로 근무 2년이 되는 비정규직들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또한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조차 2년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정규직 전환이 아닌 계약해지 방법을 선택했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언론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무수한 각급 학교, 연구소 등도 무자비하게 계약해지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주로 공공부문에서 하는 계약해지가 눈에 띄지만, 점차로 민간부문으로 확산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일각에서는 최근 우리은행 등에서 정규직 전환을 합의한 사례를 두고 정부 비정규법안을 칭송하기도 하나, 이는 대단히 왜곡된 이야기다. 고용보장이라는 면에서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본래 동일한 일을 하는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할 노동자에게 50% 미만의 임금 등을 지급해오다가 교묘하게 직군을 분리해서 앞으로 계속 차별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런가? 분명 정부에서는 이제 2년이 지나면 많은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된다고 주장했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정부의 ‘기간제한’, 대규모 해고 사태 초래
이번 비정규법안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 기간제 관련 조치를 보면, 기간제 사용에 아무런 ‘사유 제한’을 두지 않은 채 기간만 최장 2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리고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다만 몇 가지 특별한 사유-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규정에 의한 고령자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의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가 있는 경우에는 그런 ‘보호 조치’를 적용하지 않고 무한정 기간제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2년 경과 시점에서 고용을 지속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사용자가 결정한다. 그런데 이미 현실에서는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해야 할 이유와 그렇지 못할 이유의 구분 없이 단순히 비용절감 또는 노동3권 무력화를 위해서 대다수 상시·고정적 업무에까지 광범위하게 기간제가 확산되어 있다.
현실이 비정상임을 인정한다면 더 이상 기간제 노동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것이 정상적 조치고 그 방법이 바로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정하자는 ‘사유제한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무척 아쉽게도 정부는 비정규직의 증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변명하며 기간제한만 하게 됐고 그 결과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비극적인 것이다.
정부 법안, 2년마다 해고 불러올 것
이미 현실에서 증명되듯이 법안이 시행도 되기 전에 벌써부터 2년 계약기간이 만료한 수많은 비정규직이 해고당하고 있다. 일부 사례를 보면 2년이 되기도 전에 정부 법안을 회피하기 위해서 해고를 시키고 있다.
이제 비정규법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 그 규모와 충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거대해질 것이다. IMF 한파를 겪으며 많은 직장인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마저 생겼다.
비단 기존의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향후 신입사원을 뽑을 때 기존의 정규직 자리를 2년짜리 수습사원으로 뽑게 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경총이 작년 말 회원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거의 90%에 가까운 기업이 기간 도래 후 해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파견법이 통과된 이후 수많은 파견노동자들이 2년마다 주기적으로 해고된 경험이 있었으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를 무시했다.
정부는 대량실업을 막기 위해 사유제한 도입 불가론을 펼쳤으나, 역설적으로 정부 때문에 대량 실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오직 사용자에게만 선택권을 폭넓게 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의 비정규법안 합작품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만약 사유제한을 도입했다면 상시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은 곧바로 정규직이 되는 것이며, 따라서 현재와 같은 계약해지는 거의 대부분이 부당해고에 해당항다. 아무리 비용절감이 최대 목표라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의 여론도 있고, 해고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렇게 노골적으로 해고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기업의 체질개선을 위해서 건전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파견 확산, 불법파견 유도
아직 현실에서 본격적인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부 법안이 파견의 확산과 불법파견 유도를 노정하고 있다는 점에도 심각성이 있다. 정부 법안에서는 파견의 범위를 기존과 동일하게 하는 것처럼 하면서 은근슬쩍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파견 허용업무에 끼워 넣었다. 이미 노동부에서는 서비스업 등을 파견대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기간제의 주기적 해고와 더불어서 전사회적 파견확산과 중간착취 발생이 ‘정상적 현상’인 것처럼 우리를 세뇌시킬 날이 멀지 않았다. 또한 불법파견을 저질러도 즉시 시정하지 않고 그냥 사용자의 ‘노력의무’만 부과시키며 기존보다 후퇴시킨 점은 불법을 양산시킬 근거가 된다.
차별 시정? 불가능한 이야기!
정부법안은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임을 이유로 차별처우 하는 것을 금지하고, 차별처우의 개념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규직에 비해 불리한 근로조건을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한 노동위원회가 차별 시정명령을 확정해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사용자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있게 됐지만, 차별 자체에 대한 제재는 아무 것도 없다.
정부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처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합리적인 차별’은 용인하겠다는 것으로서 그 수준과 기준이 문제가 된다.
최근 우리은행의 사례는 정부법안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기존에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퇴직한 뒤 재입사해서 동일한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30~40%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현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런데 비정규보호법에 대한 대응이라는 논리로 영원히 그 차별을 고착화하려고 하는데 언론은 정부법안의 성공적 사례로 대문짝만하게 홍보하고 있다. 물론 고용안정이라도 이루었기 때문에 당장은 당사자들이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했던 차별해소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지 ‘분리직군제’를 통한 차별 고착화는 아니었다.
사실 우리은행 사례는 사용자가 선수를 친 경우인데, 향후 예상되는 대다수 사례는 사용자가 일단은 차별을 저지른 다음 어느 용감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시정 신청을 해서 대법까지 힘겹게 싸워서 이기면 그 때 가서 때 지난 시정을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고, 차별 자체에 대한 처벌조항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부법안 통과 이후 예상되는 경우의 수는 ⅰ)2년마다(혹은 그 전에) 주기적 해고(법원, 한국고용정보원 등) ⅱ)정부법안마저 피해가기 위해서 파견, 용역, 아웃소싱 등 외주화 확산(철도공사 사례) ⅲ)분리직군제를 통해서 고용만 보장하되 차별은 해소하지 않는 경우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ⅲ)의 사례 역시 뜯어보면 사실상 고용보장이 어려울 수 있는 덫이 도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통과된 노사관계로드맵에 따르면 부당해고 처벌조항이 삭제됐기 때문에 단순히 형식적으로 고용이 보장된다고 다 안심할 일도 못된다.
비정규직도 헌법이 보장하는 일할 권리, 평등할 권리, 노동3권을 행사할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즉시 법안 재개정을 논의하기 바란다. 또한 공공부문이 오히려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는 현실은 이제 끝나기를 바란다.
작성자윤성봉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