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함께걸음이 그리워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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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함께걸음을 처음 만난 때는 93년도 가을이었다. 당시에 장애우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혼자 공부하면서 어디서 어떻게 접근해가야 할 지 모르던 나에게 함께걸음은 스승과도 같았다. 함께걸음을 통해서 자료도 얻고 정보도 모으며 나는 한걸음 한걸음 장애우복지가 무엇인가를 조금씩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포토에세이, 함께걸음이 만난 사람, 사람사는 이야기 등 고정코너들도 좋았지만, 그때 그때 쟁점화되고 있는 이슈들을 상세히 파헤치고 해설하여 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많다. 그때 함께걸음은 다섯 살이었다. 그 뒤로 나는 함께걸음을 한 달도 빼놓지 않고 구독해왔다. 지금도 후배들에게 장애우복지에 대한 입문서로서 나는 함께걸음을 제일 먼저 추천해준다.
이제 함께걸음이 열 살이 되었다. 처음 함께걸음이 창간되었을 때에도 우리 나라에는 장애우복지만을 다루는 전문지가 거의 없었다. 함께걸음이 열 살이 된 지금도 우리에게 장애우복지 전문지는 거의 없다. 아니 함께걸음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난 해부터 함께걸음은 판현도 달라지고, 전면 칼라지면으로 바뀌고 편집과 내용도 다양해졌다. 조금은 화려해졌다는 인상이다. 내용에 있어서도 무게 있는 글보다는 가벼운 읽을 거리들과 볼 거리들이 좀 더 많아졌다.
이렇게 함께걸음이 좋아졌는데도 함께걸음이 내게 미치는 영향은 그 옛날 다섯 살 때의 함께걸음만 못할 때가 있다. 아니 나는 지금도 처음 대했던 함께걸음의 그 조금은 서툴고 족므은 풋내나는 흑백지면의 그리워진다. 단순히 옛것이기에 향수를 느껴서도 아니고, 옛것을 지키자는 수구파여서도 아니다.
함께걸음과 같은 장애우복지전문지가 그리 많지 않기에 함께걸음의 걸음은 더욱 힘겨운지도 모른다. 가벼운 읽을 거리들 사이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기를 원하는 독자들로부터,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독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함께걸음의 독자이기에 함께걸음의 방향이 더욱 어려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두를 포용한다면 결국 함께걸음은 ‘장애관련잡지’가 될 것이다. 물론 다양한 장애관련출판물이 없는 현실에서 이렇게 10년을 한결같이 걸어온 ‘장애관련잡지’가 하나쯤 있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걸음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단순히 ‘장애관련잡지’의 길은 아니었다. 이제까지 함께걸음은 여러 다양한 장애관련 상식이나 내용을 담아온 것이 아니라 장애우복지의 발전과 장애우 인권의 확보를 위해 바른 목소리를 내기 위해 힘써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장애관련잡지라면 수많은 장애우단체에서 만들어 내는 회보나 소식지도 있지 않은가?
예전에 우리에게 <사상계>나 <창비>가 있었듯이, 미국인들에게 시사전문지로서 <Newsweek>나 <The Times>가 있듯이 이제 우리의 장애계를 대표하는 시사정론지가 이제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벼운 읽을 거리를 찾는 독자들은 장애관련주간신문이나 다른 출판물에 맡겨두고 함께걸음만은 어렵고 힘들지만 장애우복지 시사정론지로 나가면 어떨까? 다른 시사 주가지를 하나도 보지 않더라도, 한달에 한 번 함께걸음을 만나는 맛에 한 달을 사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나와 같은 소수의 독자들의 바람이겠지만, 이제 열돌을 맞는 함께걸음에게 그간의 노고와 전진에 박수를 보내며 걸어보는 기대이자 바램이다.
글/ 배융호 (목사,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모임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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