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대구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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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셋째 날인 16일, 시설견학코스 중의 하나인 대구지하철 동대구역에 5명의 휠체어장애우를 비롯한 한일 양국의 대회 참가자 25명이 도착했을 때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곧바로 지상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옮겨 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엘리베이터는 곧바로 승강장으로 이어져 번거로운 매표과정은 생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엘리베이터로 편리하게 갈 수 있는 역은 전체 29개역 가운데 동대구역과 대구역 두 곳. 나머지 27개 역은 휠체어장애우가 리프트를 타고 계단을 이동해야 한다.
지난해 1차 개통 후 올해 5월2일 전 구간이 전면 개통된 대구지하철은 건설과정에서 대구지역 내 각 장애우 단체와 시민단체가 망라된 ‘노인도 장애인도 탈 수 있는 지하철을 만들자는 시민단체협의회’가 조직돼 편의시설 개선을 위한 1백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엘리베이터도 공간과 재정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던 지하철공사측이 결국 여론에 밀려 애초의 설계도면까지 변경해가며 추가로 설치되게 된 평범하지 않은 내력을 갖고 있다.
평소에는 이 엘리베이터의 전원은 끊겨져 있다. 그렇지만 입구에서 장애우가 버튼을 누르면 역무원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역무원들은 CCTV 화면을 통해 이를 확인한 후 작동을 시킨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하차할 때 리트프가 설치된 성당못 역에서 내려 리프트를 통한 계단 이동을 경험했다. 리프트도 평소에는 잠겨 있으나 열쇠만 있으면 손쉽게 작동을 시킬 수 있었다. 대구지역 장애우들에게는 이 리프트를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열쇠가 이미 신청을 통해 하나씩 배포된 상태다. 만약 외지의 장애우가 방문했을 때나 분실했을 경우는 서울의 지하철과 같이 버튼을 통해 역무원을 호출할 수 있다. 이 열쇠는 서울 지하철의 리프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모델이라고 한다.
리프트는 리프트를 탄 사람이 계속 누른 상태에서 이동되는데 안전을 고려해 어떠한 사유로든 버튼에서 손을 떼게 되면 자동적으로 리프트가 멈춰지게 설계됐다.
다섯 대의 휠체어가 지하 2층 승강장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기까지는 1시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타고 올라간 리프트가 다시 내려오기를 기다려야 하기도 했지만 리프트 속도가 너무 느리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역 관계자는 “갑자기 장애물과 부딪히면 휠체어가 순간 정지하면서 튕겨나갈 우려도 있어 속도를 너무 빠르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대구지하철에서는 장애우와 노약자를 우선하겠다는 마음의 표시인 스티커가 전역의 매표구에 붙어 있는 것이 반갑게 눈에 띄었다. 또한 지상의 각 지하철역 입구에는 장애우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는 표지가 외국인도 쉽게 볼 수 있게 설치돼 있었고, 휠체어용 전화박스에도 큼지막한 전용마크가 붙어 있었다.
과연 일본 장애우들도 지하철요금의 감면 해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기자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갔다. 이에 대해 역 관계자는 이날 행사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외국인 장애우가 지하철 감면을 받을 수 있다고 얘기했으나 이것은 웬지 일반화시키기 어려운 일로 보여진다.
그러나 대구지하철은 계단이 시작되는 지상의 역 입구에 지붕이 없어 내리는 빗물이 계단으로 그냥 흘러 내려오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 대구지역 장애우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비만 오면 빗물이 모두 지하 계단으로까지 흘러 내려가 몹시 미끄러워지는데 노약자나 장애우의 보행에 큰 어려움이 있고 실제로 노인이 실족사한 사례도 있어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대구 지하철을 타본 일본 참가자들은 대체로 장애우 편의시설에 만족을 표했다. 이날 저녁시간에 마련된 토론자리에서 일본인들은 “엘리베이터가 곧바로 승강장으로 이어져 이용하기 매우 편리했고, 일본 지하철은 국철과 사철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최하 50% 정도의 감면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전액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은 좋은 제도인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나 휠체어장애우 이현주 씨는 “성당못 역의 장애우화장실이 여자화장실 옆에 붙어 있어 남성 장애우들이 이용하기 곤란할 수 있고 너무 좁아 장애우 혼자 휠체어를 돌리기 어려웠다. 또 볼일을 마친 장애우가 돌아서 나오면서 물을 내릴 수 있는 버튼의 위치도 장애우가 움직이기 곤란한 동선으로 배치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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