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통령까지 나서 해결 약속했지만....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초점] 대통령까지 나서 해결 약속했지만....

에바다사태 언제까지 갈것인가

본문

소강상태에 빠져있던 에바다 문제가 지난 5월 10일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 이후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을 비롯한 관련기관과 단체의 움직임도 표면적으로 적극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농성자 측은 단시일 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시설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서 바라봐야 한다며 시설비리 관련 상시기구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그간 진행된 에바다 관련 사태 상황을 살펴보고 향후 대책을 알아본다.

 

  ‘에바다 문제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

  지난 5월 10일 저녁시간대에 국내 3대 TV에서 일제히 생중계된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에서 방청객으로 출연한 대구 ‘밝은내일’ 회장 최창현 씨와 이경자 씨가 “평택시와 경찰이 재단과 한통속이 돼 에바다 비리가 계속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에바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에 김 대통령이 “관계기관에 지시해 납득이 가도록 조처해 주겠다.”고 답변함에 따라 관계부처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부산해졌다.

  먼저 지난 달 12일 과천청사에서는 보건복지부 주최로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열렸다. 대책회의에는 교육부와 경기도, 평택시 관계자들이 참석해 에바다농아원 사태의 진상파악 및 문제해결을 위한 관계기관의 협의를 벌일 계획이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추이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폐회됐다.

  이어 지난 달 15일 국민회의 장애인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성재 의원도 보건복지부 장애인제도과 안효환 과장과 함께 에바다농아원과 학교를 방문했다. 이날 이 의원은 에바다재단측과 에바다비리재단 퇴진과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이하 공대위), 평택시측 관계자를 모두 만나고 나서 보건복지부 안 과장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했다고 한다. 먼저 에바다재단 이사 7명 중 최씨 일가 측근인물이 4명이나 돼 에바다재단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보고 중립적인 입장을 가진 인물로 교체할 것과 에바다농아원은 아동시설임에도 18세 이상의 원생이 생활하고 있다며 퇴소 조치할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해 평택시 감사결과 지적된 무인가 신학원이 아직도 폐쇄되지 않고 있다며 당장 폐쇄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장대협, 직무유기 혐의로 평택시장 고발

  한국장애인복지공동대책협의회(의장 김성재, 이하 장대협)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회장 유정종, 이하 장총련)도 지난 달 에바다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각각 청와대에 제출했다.

  장대협은 에바다 사태를 수많은 시설 비리 중의 하나로 규정하고 현행법과 제도로서는 궁극적인 문제해결을 할 수 없고 법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에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대표와 장애우단체 대표, 평택시 관계자, 지역의 사회복지전문가, 지역시민단체대표 등으로 ‘대책위원회’를 빠른 시일 안에 구성하고 그 자체가 관선이사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대협은 지난 달 18일 평택시 김선기 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평택지방법원에 고발했다. 시설의 허가 및 관리에 1차적 책임이 있는 평택시가 1년6개월 동안이나 에바다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태를 방치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장총련 역시 관계기관의 미온적인 행정조치와 법인 측의 고자세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안되고 있다고 보고 에바다복지회의 허가 취소 또는 법인 운영자의 전원교체를 통해 정상적인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김 대통령에게 특단의 조치를 촉구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선거철을 맞아 경기도지사 임창렬 후보의 부인이 13일 에바다재단측과 맞서 싸우고 있는 해아래집을 방문, 공대위 관련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임 후보의 부인은 임창렬 후보가 당선되면 에바다재단 이사진을 전원 교체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에바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기도지사보다는 에바다재단의 이사승인권을 가진 차기 평택시시장의 공약이 더 중요한데도 김선기 시장이 평택시장으로 재출마해 공대위측은 이번선거에 별다른 기대를 갖기 않는 분위기다.

  애당초 공대위 측에서도 현 평택시장이 에바다재단과 연루돼 있다는 판단 아래 이번 지자제선거에 관심을 보였으나 자민련이 김선기 시장을 받아줌에 따라 그 바람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게다가 항간에서는 김선기 시장의 재당선이 유력하다는 설이 있어 공대위 측 사람들을 더 우울하게 하고 있다.

 

  미진한 감사결과와 나약한 집행력

  지난 22일 드디어 에바다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감사원은 법인설립자 최실자 씨 등이 법인 소유 농아원, 특수학교 등을 운영하면서 횡령 등 비리로 형사처벌을 받았는데도 평택시가 지난해 최씨의 동생 등 4명과 관선이사 3명 등 7명의 이사선임을 승인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재단측 이사들이 자신들만 참석하는 이사회를 3회 열어 직원채용, 농성교사 징계의결 등 독단적인 결정을 했다며 현 이사진 가운데 재단측 추천이사의 일부를 교체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했다.

  아울러 ▲사회복지사 무자격자, 사회복지사업 종사경력 미달자가 에바다 농아원의 원장, 총무 등으로 채용된 점 ▲법인이 20%를 부담해야할 장애우종합복지관 운영비를 지난해 9%만 부담한 점 ▲복지관 직원 정원 28명 중 결원 10명을 채용하지 않은 점 등도 지적하고 법인에 대한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평택시 공무원 5명에 대해 주의를 촉구했다.

  이 밖에도 최씨 일가 중 현 최모 이사의 부인인 Y모 씨가 91년 4월부터 96년 11월까지 에바다학교에 재직한 것처럼 꾸미는 등 허위 근무기간을 근거로 5명이 경기도교육청에서 퇴직금 2천6백여만 원을 받고, 복지회 최성창 전 이사장의 처남 L모씨가 방호원으로 근무하며 농아원 보호작업장 임대료 6백만 원을 청각장애아들의 간식비로 임의 사용한데 대해서도 퇴직금 회수, 근무 중단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감사원의 결과가 발표되자 곧 이어 보건복지부도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앞으로 객관적이고 공정성있는 적임자를 이사진으로 선임하여 법인이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보호작업장 건물에 설치된 무인가 신학원을 폐쇄하고 농아원생이 아닌 자는 농아원에서 숙식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등 외부인의 출입함으로써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다.”

  그 외에도 복지부는 “자격기준 미달자 인사조치 및 에바다 장애인종합복지관 결원 직원이 조속히 충원되어 재단 내 소속기관들이 제 기능을 다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시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에바다사태의 결론은 장애계 전체가 만들어가야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결과와 복지부의 발표에 대해 장대협, 공대위, 에바다 비리재단 퇴진과 정상화를 위한 전국대학생연대 비상 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장대협 여준민 간사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 다시 한 번 밝혀진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고 비대위 김형수 연대사업국장은 “감사결과가 나왔어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집행력과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성재 의원실 서동명 비서관도 “이번 감사결과의 핵심은 재단 측 이사진 중 일부를 교체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강제력이 없고 현 최성호 상임이사가 특별히 부정을 저지른 것이 없기 때문에 평택시로서도 강력하게 해임을 요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곧 해결될 것처럼 보였던 에바다 문제는 이렇게 5월 한 달 반짝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후 또 다시 문제해결 향방이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듯 하다. 비대위측은 “감사결과만 가지고 재단 이사진이 전원 교체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 시간과 예산이 필요한 작업인데 현재 해아래집은 재정이 바닥나 더 이상 대응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따라서 공대위는 비대위를 비롯해 과거 시설비리 해결을 위한 지역 모임, 장애우단체 등을 구합해 에바다 문제뿐만 아니라 시설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싸우기 위한 사무국을 서울에 개설할 계획을 세우고 향후 점진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아주 중요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졌다고 해서 에바다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겠다는 섣부른 기대보다는 끝까지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와 참여의식만이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해법이라는 사실이다.

작성자노윤미 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