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IMF시대 장애우복지전략은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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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세적으로 나서자. IMF한파에 한껏 위축돼 있는 사회 전체 분위기 속에서 장애우복지계도 한껏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회 전체적인 복지안전망 구축에 대한 요구도 서서히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장애우복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살로 치닫는 장애우 현실
‘장애우 가정은 물가상승으로 인한 생활고가 가중된다. 영세기업 및 영세 가내공업의 도산으로 실직이 빈발한다. 이로 인해 가정은 해체되고 자녀들은 탈선한다. 장애우 시설도 예산이 동결 또는 삭감되는 한편 자원활동자나 후원자도 감소하고, 자부담으로 채용한 직원의 인건비에 대한 부담감은 높아간다. 입소자 및 이용자가 증가하는 반면 자립장 등의 일감이 없어지고 판로 개척에 애로를 겪게 된다. 미인가 시설 등 후원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시설은 운영에 있어 압박을 느끼게 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기획연구위원회가 장애우복지계 안팎에서 수집한 현상을 가지고 진단해본 최근의 동향이다.
1백50만 명을 넘는 실직자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실정에서 잇따른 장애우 자살 소식, 치솟고 있는 장애우 등록률, 복지관과 시설로 되돌아오는 실직 장애우, 감원 바람으로 직장을 잃은 사회 복지사들이 오늘날 장애우복지계의 현실이고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될지 모른다.
이러한 현실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기획연구위원회는 지난 2월 ‘IMF와 장애우 복지’하는 주제로 공동 연구를 기획하고 5회에 걸친 내부 워크숍과 1회의 공개 워크숍을 통해 내용을 검증하였고 지난 5월 7일 ‘IMF시대의 장애우복지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일반 국민, 장애우와 그를 둘러싼 환경,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IMF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기 위해 고용, 복지, 의료, 교육, 편의시설, 이용시설과 예산 그리고 여성장애우 문제 등 각 위치에서 IMF에 대응할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대표발제를 한 이태수 교수(국립사회복지연수원)는 “공동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장애우복지가 IMF로 인해 특별히 어려워진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지속된 어려움이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래서 어쩌면 우리의 연구가 기존에 있었던 각종 연구물들과 구별되는 점이 없어 보일 수도 있으나 IMF시대 이후 더욱 어려워진 위와 같은 점을 총체적으로 고려하고, 가급적이면 세부적이고 실제적인 문제들을 집약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연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신정부가 실업자에 대한 대비책으로 실업 보험등의 재원강화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실업자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에게 시급히 마련돼야 할 사회안전망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려는 의지가 흡족히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지방정부에서도 사회복지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벗지 못하고 열악한 재정 상황을 걱정하며 전 부문의 지출 삭감을 시도하고 있으므로 장애우 및 일반 사회복지대상자에 대한 자발적이고도 긍정적인 정책 제시나 개발은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장애우계는 장애우 개개인에게 닥친 충격의 실상을 국민과 정부에게 일깨우고 현재의 IMF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복지제도가 갖는 중요성을 확신시켜야 하는 과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 기획연구회위원회가 제시하고 있는 대응전략은 △고용 △이용 및 수용시설 △소득보장 △의료 △지역사회복지관 △교육 △여성 장애우 △장애우단체 등 8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이 대응전략은 현재의 위기조정 국면과 이후의 평상시 국면에 모두 의미가 있는 대응양식을 적절히 조화시키기 위해 단기와 장기, 일반성과 특수성이 모두 고려되어 적절히 취급되고 있다. 그리고 거택보호자와 시설보호자, 경증장애우(노동가능자)와 중증장애우(노동불가능자) 뿐만 아니라 장애유형별 특성을 고려하고 있다.
특수학교 1개만들 때 특수학급 780개 설립 가능
5월7일 개최된 공청회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대응 전략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고용환경에 있어 IMF로 인한 피해는 비장애우와 마찬가지로 실직을 비롯한 생계압박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지난 1995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장애우 실태조사에 밝혀진 바와 같이 장애우의 실업률은 27.4%(비장애우 2.4%)로 고질적인 문제였으며, 취업자의 경우도 일용직,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등에 해당하는 경우가 무려 65.6%(비장애우 39.6%)나 되고 있다.
거기에 IMF 시대 더욱 심각해진 장애우 고용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첫째, 장애우종합복지관 및 단종복지관에 장애우고용정보센터를 설치하여 실직된 장애우의 신고를 받고 이들 정보를 노동부 취업정보 관련기구나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연결하여 재취업을 알선하는 역할을 하게 한다. 둘째, 정부 차원에서의 장애우 실직자를 위한 특별조치와 부가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부문 고용 창출시 장애우를 우선 비치한다든지 실직시 장애우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공공시설의 설치 및 확대시 적극적으로 장애우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한편, 정부부터 공무원 채용시 장애우 의무고용비율을 준수하며 기업 측을 독려·강제하고 장애우 근로시설에 수주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또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저소득 장애우에 대한 소득보장 방안일 것이다. 현재 마련돼 있는 자립자금(가구당 1천2백만 원) 융자제도는 저소득층으로 대상이 제한되어 있고, 효율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제도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연구위원회에서는 장애우고용촉진기금이나 국민연금기금 등에서 특별융자를 유리한 조건(저리의 장기상환)으로 자립융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물론 융자금 지급대상 범위도 경제위기로 생계가 곤란한 영세자영업자와 자영업을 희망하는 장애우를 대상으로 자격요건을 완화하여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국가 예산을 적게 들이면서 장애우의 사회통합도 추구하는 방안도 눈에 띈다. 특수학급을 설치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98년 현재 특수학교 1개교를 신설하는데 드는 비용이 약 1백35억5천만 원인데 반해 일반학교에 특수학급(학습도움실)을 1학급 신설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1천7백35만원이라는 수치는 그 좋은 예가 된다. 특수학교 1개교 신설 비용이면 특수학급 약 7백80개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200l년까지 13개의 특수학교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오히려 국가 경비도 줄이면서 통합교육을 지향하는 일거양득의 방안을 정부는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부모교육 방송 실시, 장애우를 위한 옴부즈맨 활동의 강화, 실직 가정의 장애우에 대한 시설 이용료 보조책, 실직한 정신지체인 직업재훈련 프로그램 개설, 재활보조기기(보장구) 보급 확대 방안, 여성장애우 가족지원 체계 구축, 여성장애우를 위한 가정도우미제 도입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했다.
IMF와 장애우복지 대응전략은 방안 제시에서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 방안을 실천할 것인가, 그리고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게 된다. 기획연구위원회에서 내놓은 대응전략의 예산은 총 3천9백85억6천8백만 원이, 또 실직한 장애우의 자립지원 융자금을 제외했을 경우 3백85억6천8백만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에 대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적 계획의 일환으로 전화사용 기본요금의 전용과 장애우복권의 발행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IMF와 장애우복지 대응전략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실천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남는다. 이태수 교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장애관련 시설, 국민 모두가 대응전략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천할 때 적어도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이며 복지계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사회복지부문의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고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인 소득과 부의 분배에 있어서 형평성을 찾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IMF가 한 번 오고 가는 손님이 아니듯 IMF와 장애우 복지의 문제는 계속 이어질 과제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며, 복지안전망 구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복지계도 소외된 사람들과 장애우의 삶을 와해시킬 수 있는 IMF에 대해 나름대로의 장기적인 대처 방안을 만들고, 공세적인 자세로 대응해 나가야만 이 위기상황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수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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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에 대처하기 위한 기본적인 예산 확보에 대해 연구소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내놓았다. 요즘 방송가에서 유행하고 있는 ARS방식처럼 장애우복지계 기금으로 전화 사용 기본요금을 전용하자는 것이다. 1백 원을 전용할 때 2백22억8천6백만 원이, 5백 원을 전용할 때 1천1백14억3천2백만 원이 확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재원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우선 보건복지부가 자체적인 IMF하 비상대책을 세우도록 압박하고 그에 따른 재원확보를 스스로 강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예산 확보 노력을 장애우 복지계 내로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복지계 전체가 예산확보 전략을 세우고 연대감 속에서 결국 정부로부터 정치적인 결단을 하도록 함과 동시에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재원확보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계속 연구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전체 사회복지체계가 안전망이 되어 국민적 피해를 최소화하여 IMF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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