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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이냐 시설행이냐

[기획연재]내가 활동보조인서비스에 목숨을 거는 이유
활보서비스 단식 농성 5인 연속인터뷰④ 안명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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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위한공동투쟁단’(이하 활보공투단)은 지난 1월 19일 복지부가 내놓은 활동보조인서비스 사업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 24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활보공투단은 복지부 사업안의 주요 골자인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200% 대상 제한
▲월 80시간 상한시간 제한 ▲자부담이 중증장애우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독소조항’이라며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함께걸음〉은 활보공투단 입장을 강력히 지지하며, 단식중인 25인 중 5인을 만나 ‘내가 활동보조인서비스에 목숨 거는 이유’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전진호  
안명훈(29, 뇌병변장애 1급, 인천장추련)씨는 2004년 그리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보치아 선수다.

그런 그가 엄동설한에 삭발을 하고, 밥을 굶어가며 활동보조서비스 제도개선을 위한 투쟁에 나선 이유는 딱 한가지다.
보건복지부의 활동보조서비스 시행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어렵사리 시작한 자립생활의 꿈을 더이상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부모님께서 '남동생 2명을 대학공부를 시키려면 네가 희생해야 한다'며 시설 입소를 권유하셨죠"

그렇게 입소한 시설이 그 악명높았던 강원도 '소쩍새 마을'. 19살때 입소해 27살이 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가 시설에서 나올 수 있게 된 건 정말 우연찮게다.

"아버지 친구 분의 아들이 장애인이예요. 그 형이 제 소식을 궁금해하다가 시설에 입소해 있다고 하니 쫓아와 저를 시설에서 끌고나오게 되며 긴 시설 생활을 마칠 수가 있었죠"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족들에게 환대받지는 못했다.
시설에서 나온 후 형과 함께 인천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에 활동하며 처음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알게됐다.
그렇게 1년 4개월을 집에서 생활하다가 인천 민들레 야학의 체육팀장을 맡게되며 독립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야학 옆에 마련된 작은 방에서 활동보조인 역할을 해주는 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안명훈 씨는 '집에서 쓸쓸하게 보내던 그 시절, 나에게 활동보조인이 있었더라면 배고프고, 외롭게 보내지 않았을텐데'라고 회상한다.
야학에서 보치아를 가르치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그가 계속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활동보조인서비스는 필수.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내내 활동보조인이 필요하지만 이는 무리한 요구일 것 같고, 최소한 운동할 수 있고, 개인생활하는데 도움줄 정도의 최소한의 시간만큼이라도 보장받아야 살 수 있는데...'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제가 하는 보치아 등급은 B3인데, 공은 제가 굴리더라도 제 의지대로 몸이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옆에 활동보조인이 꼭 있어야 운동을 할 수 있어요. 저야 제 직책이 있기 때문에 활동보조인을 제공받고 있지만 배우러 오는 장애인은 하루 2시간도 안되는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받아 운동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어요?"

명훈 씨의 꿈은 보치아 선수로 올림픽에 또 출전해 예전에 따지못했던 개인분야의 금메달도 획득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지금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더이상 보치아를 할 수 없게된다. 이는 야학내에서 그가 서있어야 할 위치가 사라지게 되는거고, 잠자리 등 생활터전을 잃게되는 걸 의미한다.
결국 눈칫밥 먹으면서 집으로 되돌아 가거나, 소름끼치도록 싫은 시설로 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시설이냐, 금메달이냐.
명훈 씨가 목숨걸고 활동보조서비스 제도개선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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