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정치 세력화 아직 멀었다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장애우 정치 세력화 아직 멀었다

[릴레이 인터뷰 6.4 지방선거 장애우 당선자] 장애우 당선자 1기에 비해 10명 줄어

본문

  지난 6월4일 제 2기 지방선거가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되었다. IMF체제라는 국가적인 환란 속에서 제2기 지방자치시대를 이끌어갈 일꾼을 뽑는 이번선거에 장애계는 어떤 활동을 했고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 장애우후보 당선율과 장애우복지관련 공약, 그리고 선거운동방식 등을 통해 살펴보았다.


 장애우후보 당선율, 1기보다 32%낮아

  이번 지방선거에서 총 44명의 장애우가 출마했다. 이중에는 1기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 재출마한 장애우가 약 20여명 가량된다. 그 가운데 기초단체장 2명, 광역의회(비례대표 포함)4명, 기초의회 15명, 총 21명이 당선되었다. 이는 지난 95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1명, 광역의회의원 6명, 기초의회의원 24명 총31명이 당선된 것과 비교하면 수치상으로 약 32%정도 낮은 당선비율이다.

  기초 단체장으로는 국민회의로부터 공천을 받은 김수일 씨가 4차례 출마한 끝에 서울 영등포구청장으로 당선됐고, 현 군산시장인 김길준 씨가 무소속으로 재출마해 당선됐다. 광역의원으로는 국민회의 성희직(강원 정성군)씨, 국민회의 정인수(강원0씨가 당선됐다.

  기초의원으로는 박문수(서울 강북구), 정수민(서울 강북구), 이화원(서울 은평구), 박실경(대구 수성구), 이순득9경기 고양시), 송재규(경기 수원시), 배진석(전남 목포시), 김태헌(광주 동구), 장재권(전남 영광군), 박준익(전남 영광군0, 백영효(경북 고령군), 조용헌(경남 창원시), 김종대(경남 나산시), 정영빈(경남 진주시)씨가 당선됐다.

  이 중 장애우 단체에서 몸담고 장애우 관련 활동을 해오다 출마해 당선된 인물은 약 10명 안팎이다. 나머지 당선자는 모두 개인적인 활동을 하다 당선된 경우이다. 또 선거 전부터 가장 관심을 모았던 광역의회 비례대표제에 의해 당선된 사람은 장애우 권익 문제 연구소 이예자 여성 국장과 부산장애인 총 연합회 정화원 회장이다.

  국민회의는 이예자 씨 외에도 전 대한안마사협회장 권익희 씨를 비례대표제에 의에 추천했으나 여성이라는 점과 장애우라는 점이 인정된 이예자 씨가 당선 제1순위인 1번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한나라당 역시 정화원 씨 외에 시각장애우 김정권씨 등을 추천했으나 3번을 배정받은 정화원 씨만이 당선되었다.

  이예자 씨와 정화원 씨는 각각 여성 장애우와 시각장애우로서 최초로 당선됐다는 점에서 당선 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장애우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장애우계에서 그 동안 정계 진출이 무했던 만큼 이예자씨의 당선은 안팎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경제공약과 지역색에 밀린 복지공약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는 경제였다. IMF로 인한 경제 침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관심사 였다. 모든 후보들은 자신이 경제 전문가임을 강조하여 너나할 것 없이 경제관련 공약을 내세웠고 반면 복지관련 공약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저조했다. 경제침체로 인해 발생하는 대량 실업과 이에 대한 대책 마련 차원에서 이번 선거에서 예년에 비해 복지공약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는 애초의 기대와는 다르게 복지 공약은 지난 1기에 비해 후퇴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김종인 교수는 “지방복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해서 제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데 이번선거 때 나온 공약을 보면 실제로 제도로 연결되는 공약은 거의 없고 일시적인 서비스 혹은 구호에 불과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또 대전 복지포럼(회장 유병우)은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이 양질의 복지관련 공약을 많이 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5월20일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힌 대전지역 후보들에게 실천 가능한 보건복지 관련 50대 과제를 선정, 제안하기도 했다. 그 50대 정책과제에서 우선 지방정부가 지켜야 할 사회복지발전 중장추진계획을 수립할 것과 사회복지 조직구조개편과 확립, 사회복지재정 확대, 주민참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지원 육성이라는 4가지 원칙을 선정하고는 각 분야별 정책을 발표했다. 장애우 정책으로는 장애우 복지 위원회 설치, 소규모 보호 작업장의 확대 설치, 대전시공무원 장애우 의무고용률 임기내 2%준수 등 15가지를 제안했으나 실제로 공약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동사무소를 복지센터화 한다는 정도 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병우 회장은“지역색이 강했던 이번 선거에서후보들은 공약제시보다 자민련으로부터 공천을 받는 것에 더 비중을 두었고 유권자들 역시 공약보다 어느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았는지에 더 신경을 써 정책선거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그 원인이라고 말했다.

  즉 이번 선거는 정책선거라기 보다 지역색 선거였고, 지역색에 의해 당선이 좌지우지되는 선거풍토에서는 보건복지등 정책선거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단합된 노동․여성계, 따로 노는 장애계 선거운동

  선거 운동 면에서 여러 가지 열악한 점을 가지고 있는 장애계는 매 선거 때마다 장애우의 정치 세력화를 논의해 왔다. 그러나 지역과 당파 등의 이유로 공동선거운동을 펴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극복하고 당락에 상관없이 단합된 선거운동을 펴 지역 및 언론의 주목을 끈 사례가 있었다.

  부산 지역 시구의원에 출마한 3명의 장애우후보가 소속정당을 초월해 5월29일 부산 장애인총연합회 사무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우 복지 증진을 위해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여기에 참석한 부산 장애인 총연합회 정화원 회장과 국민회의 공천으로 영도구 시의원선거에 출마한 정동철 후보, 영도구의회후보인 한국교통장애인협회 부산지부 유이순 교육원장 등 3명은 장애우 복지타운건립, 부산 시장 직속의 장애우복지정책위설치 등 10대 정책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부산지역에서만 나타나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독자후보를 내좋은 성과를 거둔 노동계는 총 49명의 출마자 가운데 22명이 단선된 45%의 당선율을 보였다 특히 노동계는 이번 선거에서 고용안정, 정리해고반대라는 주제를 가지고 공동선거 운동을 펴 지역주민들에게 공감대를 형성, 민주노총 후보가 출마한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여성계 역시 지방자치 여성참여 확대를 위한 지역여성연대를 결성해 여성후보를 공동으로 선정, 추대해 중앙단과 접촉하기도 하고 여성정책 30대 개혁과제 이행 여부 관련 공개질의서와 여성관련 의정활동과 여성정책 편가사업 개혁안을 분석해 유권자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조직적이고 활발한 활동으로 보인 바 있다.


 지역운동 외면한 장애우 정치세력화는 있을수 없어

  이번 지방선거는 53.2%라는 저조한 투표율이 보여주듯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함께 장애우 후보들의 당선율도 지난 선거에 비해 저조했다. 나사렛대 김종인 교수는 그 원인을 “지난 대선 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장애우라는 점을 부각시켜 복지대통령을 만들자는 바람이 전장애계에 불어 조직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으나 이번선거에서는 어떠한 이슈도 구심점도 없었던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우계가 정치세력화하기 위해서는 전장애계가 여야, 지역을 가릴것 없이 현제 세력을 쥐고 있는 축을 중심으로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은 장애우의 정치 세력화에 대해 “이제는 단순히 장애우가 얼마나 많이 당선되었느냐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장애우 후보라   할지라도 정책과 공약에 있어서 얼마나 충실한지도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즉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조직과 선거에 출마할 인물들이 장애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얼마나 활동을 했느냐가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다. 이제는 장애계에서만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장애계에서 직접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지역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위해 한평생을 바쳐 오다 이번에 영등포 구청장에 당선된 김수일씨 같은 경우도 있다. 김수일 씨는 당선 직후 밝힌 소감에서 앞으로 장애우 및 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해 일하겠다며 장애우 복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에 장애계에서 활동을 하지 않았던 장애우 당선자라 해도 장애우들의 욕구를 수렴해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존 장애우단체들과 장애계에서 해야 할 과제인 듯 하다.
 
  한편 장애인 편의시설촉진시민모임 배융호 연구실장도 “비장애우라고 해도 장애우 문제에 관심이 있고 이를 정책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면 의미있는 것이고 앞으로 장애계에서도 장애우들의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지도자를 키워서 선거에 나가 당선될수 있도록 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작성자노윤미 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