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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금강산 개발, 신중해야 한다.

국민 70%, 금강산 위락 단지화 반대

본문

  하늘을 향해 온갖 오묘한 모양으로 기개를 떨치고 있는 금강산의 바위들은 경이로움과 신비의 대상을 넘어서, ‘금강산’은 허리 잘린 땅의 남쪽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그리움과 소망을 응축하고 있는 언어이다. 그래서 우리가 사진으로나마 접하는 그 산의 자태는 화려한 금강산이지만, 그 산에 들 수 있는 길이 막혀 우리의 마음속으로 개골산의 슬픈 자태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기암괴석의 산 모양이 뼈처럼 앙상하게 드러난다고 해서 붙여진 겨울의 이름, 개골산. 이 이름은 무너진 나라 신라의 마의태자가 들어간 후 그 산이 감싸 안았을 슬픔을 은유하기도 하지만, 오늘 우리가 갖는 아픔을 금강산의 명경대처럼 반영하고 있지 않는가 싶다.


금강산에 스키장, 골프장을?

  이제 분단의 비극과 통일의 염원을 간직한 금강산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고성의 통일전망대에서 한 걸음 내달으면 닿을 곳에 있지만, 아쉽게나마 뱃길로 금강산의 품에 들 수 있게 되었다.

  한가위 때면 풍성한 계절의 기쁨 보다 임진각에서 망향의 한을 달래야 했던 북녘을 고향으로 둔 이들에게 특히 희망의 뱃길이다. 예정대로라면 이번 한가위 때는 실향민들이 고향은 아니지만 금강산에서 반세기가 가까운 세월동안 쌓인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게 되었다.

  올해 6월은 분단의 고통과 새로운 희망을 극적으로 대비시킨 한 달이었다. 말 못하는 소에게까지 실향의 고통과 사연을 북녘 땅에 전달해달라고 절규해야 하는 분단 비극의 현재성이 금강산의 신묘함으로 부분적이나마 치유받게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누렁소가 열어 놓은 남북 화해의 길목에 잠수정 사건이라는 걸림돌이 굴러 들었지만, 이것이 길목을 틀어막지는 못했다. 이제 북으로 향하는 소의 긴 행렬을 보며 느낀 분단의 족쇄에 갇혀있던 숨구멍이 틔는 벅찬 감동과 희열을 머지않아 금강산에 들어 다시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설레임과 아울러 한가닥 우려감도 떨칠 수 없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어려운 발걸음을 북한을 다녀온 후 전한 금강산 개발 합의 소식은 우리의 억눌린 숨구멍을 확 틔우는 것임이 분명하다. 정 회장은 회고록에서 ‘금강산 개발은 민족의 사업이며 이를 통해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에게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며 금강산 개발에 큰 기대와 애착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 금강산 개발은 분단비극과 한을 풀어내고 평화로운 심신을 만들어내는 씻김굿판이다. 그리고 정 회장도 밝혔듯이 민족의 사업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의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고 어떤 형식, 누구를 위한 ‘개발’이냐를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금강산으로 가는 길을 정 회장과 현대그룹이 닦고 있지만, 그 길을 통해 도달할 그 산은 우리 민족이 함께 공유해야 할 신화와 역사와 자연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정 회장과 현대그룹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개발을 모색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개발 계획에 대한 산만한 언론 보도를 보면 골프장, 스키장 등이 들어서는 국제적인 관광단지로 개발하고 그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되도록 한 뒤 하루 몇 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최근에는 금강산을 카지노를 갖춘 외국인 전용 종합레저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족의 무의식을 형성하고 통일의 염원을 일깨우는 그 곳을 유흥과 환락의 터전으로 바꾸어갈 것 같다.


북한에 전하지 말아야 할 우리의 사치 ․ 오락문화

  ‘장미빛 환상’에서 출발하는 금강산개발계획은 국내 환경오염의 이전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골프장, 스키장 등의 레져타운 건설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생태계 파괴와 수질 및 토양오염등의 환경문제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 1986년 환경보호법을 제정하고, 외국기업의 투자와 기업활동에 의한 환경오염방지를 위해 1990년대 들어 여러 법규를 제정한 바 있다.

  그러나 골프장과 스키장 등이 들어서고 관광특구로 지정하게 되어 하루 몇 만명의 관광객이 찾아가는 금강산 개발을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한국 자본이 어느 수준의 환경관리체계를 갖출 지는 의문이다.

  이미 기업들은 국립공원의 땅을 임대하여 골프장이나 콘도, 스키장, 양수발전소 등을 개발하여 크게는 수백만 평 규모까지 자연생태계와 경관을 파괴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우리의 국립공원들을 레져타운 건설이라는 이름으로 마구 파괴하고 있는 현실에서 금강산 개발이 환경친화적인 것으로 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현대그룹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금강산 개발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최근 녹색연합은 전국 성인남녀 5백명을 대상으로 ‘금강산개발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에 의하면 설문조사 응답자의 70%가 금강산에 카지노, 골프장, 케이블카 등을 짓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만이 관광지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찬성한 것이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가 관광개발로 파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55%로 가장 많았고, ‘자연경관을 그대로 유지 보전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답변은 10%를 차지하였다. 이것은 금강산 개발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우리는 민족과 함께 해온 숱한 뭇생명의 가치와 이들에 대한 겸손을 일깨워야할 국립공원을 국립유흥지로 만들어 왔다. 자연과 다음 세대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오만을 자본의 힘으로 다시 금강산에까지 퍼뜨려야 할 것인가? 이 땅의 자연과 기후조건은 손등만한 조상의 묘의 잔디 제대로 돌보는 것도 어렵게 한다. 그리고 험준한 산세는 골프장을 위해 수십만 평의 완만한 구릉의 잔디밭을 만들고 관리하기에 도저히 적합지 않다. 하지만 자본의 탐욕은 이 땅 곳곳의 산허리를 무참히 자르고 농약을 쏟아 부어 인공의 자연을 관리하고 있다. 금강산에도 버짐처럼 골프장이나 스키장이 번져가서는 안될 일이다.

  북한에 전하지 말아야할 우리의 사치 ․ 오락문화 현대의 금강산 개발계획은 환경적 측면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녘의 가난한 이웃에게 우리의 사치를 보여주는 것이 마음의 벽을 허무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금강산 개발은 평화와 화해의 터전을 만드는 일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게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는 사업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소외를 낳는 개발이 되어서는 안된다. 즉 현지 주민에 대한 사회문화적 충격과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서울올림픽 때 웃통을 벗어 제치고 경기를 관람하던 서방 관광객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졌던 우리의 가치를 생각하면 된다.

  북한은 아직 ‘자본의 가치체계’에 물들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너무나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우리 인간의 심성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잃어버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런 소중한 가치를 우리가 가서 파괴해서는 안된다. 관광은 본질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우리처럼 서서히 따뜻한 가슴을 잃어버리고 점점 삭막한 인간으로 변해 갈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를 최소화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그들은 곧 우리의 부모 형제, 자매 그리고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금강산에서 만나는 남북의 동포들이 서로 공통의 마음을 확인하고 화해와 통일을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 이 가능성은 우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확인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 민족이 될 수 있는 소박한 심성을 서로 나눌 수 있는가를 보여줄 때 확인될 것이다. 

  금강산 관광의 시작은 남북한 경제협력과 개발의 물꼬를 크게 틔울 것이다. 이렇게 틔워진 물꼬가 장마 뒤의 봇물처럼 환경오염을 북녘땅에 쏟아붓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동서독의 경제협력이 환경오염을 서독에서 동독으로 이전하는데 기여했고, 결국 이 결과가 통일비용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경험을 금강산 개발 시작을 계기로 이제 우리의 남북경협 정책에 반영시켜야 한다.

  한반도를 생태공동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한반도 절반의 아래쪽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오염으로 병들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절반인 위쪽의 환경오염을 걱정하고 있고, 또 걱정해야 한다.

  환경단체가 금강산 개발문제를 둘러싸고 소리를 높이고 있는 까닭은 남북한 간의 통일의 물꼬를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내부의 의식을 깨우고자함이 더 큰 이유일 수도 있다. 화해를 향해 전진하고 통일이 새로운 희망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서로 갈라져있는 기간이라도 이 땅을 온전히 보전하고 남북녘의 동포들이 모두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금강산부터 잘 보전하자는 것이다.

글/ 김타균 (녹색연합 조직사업부장)

작성자김타균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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