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도 재연되고 있는 외국 국적 장애우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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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해도 받을 수 없는 일본 정부의 장애기초연금
최근 서울시내 거주 장애우 가운데 장애우등록을 마친 사람은 전체 추산인구의 3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등록을 하나 안하나 생활하는 데 별다른 차이가 없을 만큼 등록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실제적인 혜택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장애우등록을 하면 장애우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연금을 받고 못받고에 따라 생활수준에 현격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연금법에 근거해서 지급되고 있는 이 장애기초연금은 현재 1급의 경우 월 8만1천8백25엔(98년 현재. 1엔 12원 기준 약 98만원)에 달할 정도로 풍족한 수준이어서 장애우가정 생계비의 절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 정부가 외국 국적의 장애우에게 연금 지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연금지급에 대한 근거법인 국민연금법에서의 국적요건은 82년 1월1일부터 철폐되었으나 장애기초연금에 대해서는 기존 규정이 고수되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도, 82년을 기준으로 20세를 넘은 사람이라면 귀화를 해도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외국 국적의 장애우들의 반발이 제기된 것은 당연하다. 법적인 제소도 잇따랐다. 일련의 법적 소송과 외국인의 광범위한 투쟁의 결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먼저 그 응답이 전달되어 왔다. 84년 다까쯔끼에서 제일 먼저 시작된 외국 국적 장애우연금애 대한 구제조치는 향후 동경과 고베시 등에서도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고 있는 장애복지금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액수가 가장 많은 자치단체도 기초연금의 48%에 불과 할 정도로 액수가 매우 적을 뿐더러 생활보호대상자를 제외하고 또 시민세도 내지 않을 정도의 극빈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 그것도 수첩 3등급 및 병육수첩 B4급을 소지한 사람에게까지 지급하는 장애기초연금에 비해 2등급 및 B1 판정을 받은 사람까지만 지급을 하는 등 대상자가 지나치게 한정적이다.
한편 각 지역에서 연금차별에 없애는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당사자와 지원자들이 1991년 4월 28일 고베시내에 모여 ‘연금제도의 국적 조항의 완전 철폐를 요구하는 전국연락회’를 결성했다. 이들이 모임을 통해 목적하는 바는 물론 일본 정부 차원의 차별 철폐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필요한 때만 일본인으로 인정하고 나 몰라라
그러나 일본 후생성은 "국제인원규약에도 내외국인간 평등의 문제는 그 나라의 내부 실정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고 했고, 정해진 정부재원 내에서 실시하는 사회보장제도는 자국민을 외국인보다 우선적으로 대우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또한 사회보험 형식이기 때문에 일정 기금을 적립해놓지 않은 사람에게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981년까지 재일교포 장애우들이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숫적으로 많기도 하지만 이들이 일본에서 살게 된 남다른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전시 중에는 일본이름을 붙여 일본인으로 다루었다가 이제 어쩔 수 없이 일본에 자리잡고 살게 된 마당에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라는 것이 이들의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재일 시각장애우인 이찬 씨는 "일본인과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있더라도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연금을 지급하지 않아 인간다운 생활도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의무만 다하고 권리는 누리지 못하게 하는 몹시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오사카시의 ‘재일외국인의 장애연금 차별을 철폐하는 모임’의 대표 신영홍 씨는 "국가가 실행하는 제도를 지자체가 보완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 때문에 연금제도의 보완조치가 다른 지역으로 잘 확산되지 못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엄연한 주민의 한 사람인 이민자에 대해 복지차원의 제도를 펼칠 의무를 지자체에서 등안시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그의 저서에서 주장하고 있다.
재일 외국인들은 "지자체의 구제조치가 계속 확대되면 후생성에서도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현행 제도를 개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한조항 철폐에 대한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연금차별 철폐운동이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까지 남의 일로만 치부될 것인지 누구도 단언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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