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호, 네맘대로 하세요?
본문
장애우유학생도 의료혜택 전혀 받을 수 없어
호주로 유학을 가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던 지체장애우 최은 씨는 귀국을 바로 한달 여 남겨놓고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엉덩이뼈가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했다. 곧바로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지만 상당한 액수의 치료비가 부담돼 서둘러 퇴원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유학생이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의료보험으로 인해 치료비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됐다.
만약 입장이 바뀌어 외국인이 우리 나라 유학중에 수술을 받아야 했다면? 불행이도 아무런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우리 나라의 현행 의료보험법에는 그 대상을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거나 우리 나라에 영구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즉 거주비자(F2)를 가진 사람에 한해서만 가입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그 인구가 많아지기 시작한 산업연수생등 일반 사업체에 취업을 한 외국인은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 직장의료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95년 국내 장애우실태조사 결과 가장 높은 32.4%가 국가로부터 바라는 복지서비스로 의료혜택을 꼽았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 장애우도 이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의료보험연합회 법제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의료보험은 그 나라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의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그 모든 재한 외국인에게 대폭적으로 개방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학생의 경우 통상적으로 그 나라가 해당 국가와 의료보험과 관련된 협의를 어떻게 체결됐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만약 의료보험제도가 자국민이 아닌 다른 나라 국민에게까지 무한정 개방된다면 같은 진료항목이라도 치료비가 나라별로 큰 차이가 생길 경우 싼 나라로 각국의 환자들이 몰리 수도 있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외국인에게 제한된 의료보험 가입 자격 때문에 가장 고통을 받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국내 외국인노동자들의 경우 그 회사의 다른 직원들과 같이 직장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보다 저개발국가 출신이 대부분이어서 의료보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보험비 내는 것을 무작정 돈을 뺏기는 것으로 이해하는 외국인노동자 가운데에는 본인이 가입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중 대부분이 산업연수기간을 끝내고 불법으로 체류하면서 영세 사업장에 취업을 한다. 이 때에는 그 노동자들 가운데 산업재해가 아닌 다른 큰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어느날 발견하게 됐다고 해도 아무런 의료보호장치가 없는 것이다.
성남외국인노동장의 집에서는 그래서 그런 입장의 외국인들을 위한 사설 의료보험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사설 의료보험조합으로 문제해결 시도
가입비 1만원과 매월 5천원을 내면 가입을 할 수 있는 이 의료보험조합은 이 기관과 연결된 성남과 의정부 등 몇몇 의료기관에서 45% 정도의 의료비 감면을 받고 있다. 그리고 가입한지 두 달이 지나면 다시 할인을 받아 모두 75%까지 저렴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병원에 치료비를 지불한 뒤 나중에 조합에서 그 비용을 돌려받는 것이다.
성남외국인노동자의 집 양혜우 사무국장은 "현재 총 5백여명이 가입해 있고 매달 40여명이 새롭게 가입을 해오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증세를 표현하기 어려운 언어장벽도 있고 사업장에 시간적인 배려를 잘 해주지 않아 병원에 자주 가지 못하기 때문에 감기나 영양실조가 폐렴이나 폐결핵으로 진행될 때까지 방치되는 경우도 많고 치료과정에서 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상담소에는 그러한 문제로 인해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이 접수된다. 이슬람 씨는 폐렴에 걸려 입원을 했으나 의료보험이 없는 상황에서 3일만에 병원비가 1백50만원이 나오자 병원비 부담 때문에 그냥 퇴원을 했다. 공장 기숙사에서 해열제를 먹으며 요양하면서, 더욱이 설날 때는 혼자 남아 끼니도 잇지 못하다가 결국 병세가 악화돼 사망하고 말았다.
조합원 중에는 가끔 백혈병과 같은 중한 질병에 걸릴 때도 있어 갑자기 상당액의 치료비를 마련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그 사람이 회비를 몇 달 동안 내지 않은 조합원이더라도 딱한 처지에 놓인 그에게 치료비를 보태주다 보니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그런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아직은 이 의료보험조합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아무런 지푸라기조차 잡을 수 없는 이들에게 이 의료보험 조합이 어쨌든 큰 희망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3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특히 유학생들도 내국인들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가입할 수 있다. 또 호주나 캐나다, 미국에서도 어학연수나 유학을 목적으로 입국할 경우 의료보험가입은 필수요건이 된다. 이 같은 사실을 놓고 볼 때 우리 나라의 의료보험 적용대상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