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수첩 NO! 특수학교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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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다르다는 이유로 시설입소 거부당해
회교 밀집 거주지역인 마포구 연남동에서 부대찌게집을 운영중인 중화민국 국적의 마성군(가명) 씨와 한국인 강미숙(가명) 씨 부부. 이들 부부사이에 태어난 올해 17살인 큰아들 철수군은 언어장애와 전신마비장애를 갖고 있는 중증 뇌성마비장애우다. 마씨 부부는 철수의 장애가 너무 심해 학교에 보내는 일은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전에야 같은 장애우부모의 권유로 국립재활원에 다니며 근육의 경직을 억제하는 약을 정기적으로 타다 먹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가끔 팔다리가 뻣뻣해지면서 식은 땀을 흘리곤 하는 아들의 장애를 자신들의 지식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것 같아 서울에서 가깝고 깨끗한 장애우시설에 맡기려고 여러 차례 알아보았다. 그런데 시설관계자들은 이런 저런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을 하다가도 마지막에 대만인이라는 사실을 밝히면 모두들 곧바로 "국적이 다르면 안된다"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최근까지 부계혈통주의를 따랐기 때문에 한국인인 남성과 외국인인 여성이 결혼을 하면 부인들과 자녀들까지 곧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부부와 같이 한국인인 여성과 외국인인 남성이 결혼할 때는 한국인인 여성의 호적은 그대로 남지만 그 자녀들은 자동적으로 아버지의 국적을 따르게 되어 있었다.
철수도 출생신고를 하면서 다른 두 동생들과 같이 아버지의 국적인 중화민국을 따랐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장애우인 아들의 앞날을 위해서 아무래도 법적인 혜택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어머니 강씨의 호적에 올려 한국인으로 귀화시키려고 시도해봤다. 그러나 미성년자인 철수의 경우 아버지가 국적을 바꾸지 않는 한 그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답변을 관계 공무원으로부터 들어야 했다.
지난해 12월 개정돼 올해 6월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국적법 규정에 의하면 이제 한국인 여성이 외국인 남성과 결혼해 아이를 가지게 되면 어머니의 한국 국적을 따를 수 있도록 문호가 열리게 됐다. 그러나 새로운 법에서도 시행 10년 전까지 출생한 자녀에 한해서만 구제될 수 있으니 철수는 그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 다른 장애우부모들처럼 ‘자식을 위해’ 시설앞에 버린 것처럼 데려다 놓으면 혹 그곳에 들어가 생활하면서 한국 국적을 얻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그런 일은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예전에 한 화교는 장애자녀가 태어나자 대만으로 돌아갔다. 장애우에 대한 차별의식이 많은 사회분위기에다 한국인도 아닌 대만인인 장애우로 살아가려면 아무래도 유무형을 차별을 받게 될 것을 염려해서 돌아간다고 들었다"고 전하는 마성군 씨에게 오랜 세월 쌓인 분노가 조금 묻어나는 듯 했다.
마 씨 부부의 경우 철수 때문에 대만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까지는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 화교 가정아 장애아가 태어났을 때 사뭇 비장하게 귀국 결심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귀화하지 않는 이상 장애우라고 해도 한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아 태어나자 본국으로 다시 이주하기도
현재 장애우들은 비장애우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불평등한 입장에 놓여 있고, 그에 따다 교육이나 각종 시설에 접근하는 데도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도 그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공인 의료기관에서 의료진들이 판단을 내려 장애우로 인정한 사람들에게는 정책적인 보완책으로 여러 세제감면혜택이나 의무교육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한 제도적 장치를 이용할 수 있는 첫단계가 장애우수첩을 발급받는 일이다.
그러나 외국 국적 장애우는 동사무소에 가서 장애우 등록절차를 마치고 수첩을 발급받는 기본적인 단계에서부터 봉쇄된다. 현행 제도상 한국 국적을 갖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설사 그 사람이 영주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장애우등록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 사회복지과 담당자는 "아무래도 장애인복지법은 한국 국민을 위한 법이고 장애우수첩 발급에 필요한 주민등록증등을 첩부하지 못하는 외국 국적의 장애우에게는 수첩을 발급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제도과 전순영 사무관도 "보건복지부내 다른 부서와 정부의 복지정책관계자와 함께 복지제도의 전반적인 현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에 대한 논의도 다시금 이루어진 적이 있지만 결국 현재로서는 내국인과 한국 국적 취득 외국인을 중심으로 제도를 운용하자는 방침에 다수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외국 국적의 장애우에 대해 구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행정업무상 요구된 공식자료를 첨부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사실 법적인 구제조치를 시행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외무부 인권과 백아무개 사무관은 "장애우등록제도의 외국인 확대방안은 먼저 복지부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할 사안인데, 그것이 실현된다면 외무부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반학교는 갈 수 있으나 특수학교는 갈 수 없는 장애우들
그런데 이 장애우수첩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특수학교에도 입학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냥 흘려 넘기기에는 심각한 인원침해 요소를 안고 있다.
현재 영주권과 같은 종류의 거주비자를 소지하고 있는 외국 국적 장애우들도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장애우가 일반 학교가 아닌 장애아 교육기관에서 교육받기를 원한다면 동등하게 입학할 수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교육부 특수교육담당자는 이에 대해 "외국 국적의 학생의 특수학교 입학여부는 기본적으로 시도교육감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현행 교육법이 우리 국민을 위한 국가적인 교육사업에 따라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에게까지 국가가 교육을 책임질 의무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특수교육담당자는 "외국인 장애우도 제도적으로 공사립의 특수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장애우수첩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되는지 재차 묻자 "그렇다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 또한 최종적인 입학가능 여부의 판단은 제도절차상 시도교육감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는 했다.
취재 중 일본인학교나 화교학교 등에 문의해서 장애우가 입학해 있는 지를 수소문한 결과 아쉽게도 실제적인 사례를 발견해내지는 못했다. "예전에 다운증의 아동이 입학해 다른 아동들과 같은 반에서 교육을 받았으나 중등과정은 따라가지 못해 포기하고 말았다"는 사례를 들은 것이 전부였다.
사실 외국 국적 장애우들의 현실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은 이렇게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그 숫자가 매우 적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장애우의 정화한 인구실태를 파악하기는 사실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서울올림픽이나 인터넷등 각종 매체를 통해 서울 뿐만 아니라 몇몇 대도시들이 세계적으로 점차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과 유학생들이 우리 나라를 찾아오고 있고, 그 사람들 중에 장애우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들이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배려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 아마 오래 전부터 외국 유학길에 올랐던 우리 나라의 장애우들이 선진 외국에서 자유롭게 공부하면서 제도적으로 많은 복지적 수혜를 누려왔다. 따라서 이들은 영주권을 가진 이민자 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에게까지 국내의 복지제도가 확대되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경험했던 홍윤기 박사(지체장애)는 "독일은 외국 국적의 장애우들도국가적인 생계보조수당등을 제외하고는 도서관 활용이나 주택임대료보조 등의 사항에 있어 자국민과 똑 같은 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유학기간 내내 아무런 불편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독일에 대한 고마움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하기에 그는 "기본적으로 한 국가가 외국인에게 비자를 발급했다면 그 나라에 살아갈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장애우의 경우 자국민의 이해를 현저하게 해치지 않는 한 이동과 의료와 같은 기본적인 배려는 마땅히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확고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선진구가들이 외국 국적자나 유학생, 그 중에서도 장애우에게 제공하고 있는 각종 복지혜택이 단순히 그들 국가가 우리 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윤택하기 때문에 실행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기에는 부끄러움이 남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인 장애우로부터 장애우등록에 대한 문의나 실제적인 문제제기를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내부적으로 형성되지 못한 듯 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소리높여 외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어놓을 수는 없을까. 외국 국적의 장애우를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에서 국내 장애우에게도 무관심하고 열악한 복지수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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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운이 좋았나요?"
국립 서울맹학교 고등부 2학년에 다니는 지선걸(23) 군은 장차 한의사가 될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런데 그가 그 학교에 입학해서 그 꿈을 키울 수 있게 된 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11살 때 사고로 시력을 잃어 다니던 학교를 그만 두게 되자 그의 부모는 시각장애 특수 학교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의 나이 12살에 서울맹학교 문을 두드리게 됐지만 다른 부모들 보다 더욱 절실한 호소가 더해져 입학을 할 수 있었다. 지 군과 그의 가족은 중화민국 국적을 갖고 있는 화교였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 관계자들이 지 군의 입학에 전적으로 동의한 데에는 남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지 군의 아버지 지근반(72) 씨의 호소가 마음을 움직인 이유가 크다. 지근반 씨는 한국전쟁에도 자원 참전해 부상까지 당한 상이군인이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결국 부상을 당했으니 나로서는 한국에 대한 남못지 않은 공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국인 상이군인들이 국가에서 받는 상당한 액수의 연금을 이제까지 한 푼도 받지 못했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를 이해한다. 드러나 내 자식이 장애를 갖게 되자 한국에서 그 아이의 교육만큼은 혜택을 주어야 하지 않는가 하고 생각했다"는 것이 지근반 씨의 입장이었다. 서울맹학교 증등부 박건실 교무주임도 "지군 아버님의 남다른 사연도 있고 또 국적이 다르다고 교육이 절실한 장애학생의 입학을 막는 것은 특수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옳지 못하다는 판단에서 더욱이 국립학교인 점을 감안해 본교에서 받아들였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2년 전 선걸 군은 장애우등록도 마쳤다. 선걸 군의 아버지는 "조금 뒤늦게 고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에 한국전쟁 참전의 공로로 훈장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인근 동네까지 입소문이 퍼져 다들 그 사연을 알고 있었고 동사무소에서도 그러한 정상을 참작해 주어서 특별히 선걸이의 장애우등록을 허가해 주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다른 사례에 비춰보면 선걸 군은 매우 운이 좋은 특별 케이스에 해당하는 셈이다. 만약 지 군이 국내 특수학교에서 입학을 거부당하고 일반학교 취학을 포기했을 경우 각 구가의 이민자들이 자체적으로 세워 자국어로 교육하는 외국인학교에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각국의 자국민을 위한 학교는 열악한 재정상황으로 인해 그 장애학생에 대해 적절한 교육적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 군이 "이 학교에 안 왔으면 지금쯤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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