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IMF시대, 장애우복지 어떻게 대응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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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장애우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시설의 후원자와 자원활동자의 손길이 끊기는 상황에서 직언감원이라는 고육지책을 감행하는 곳도 늘어나는 등 사회복지계도 고통의 아우성이 넘쳐난다. 그러나 이것을 계기로 국가의 정책 기조를 국가경쟁력의 회복에만 맞출 것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의 구축’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 장애우복지계의 현단계 최대의 목표이어야 하고 그 변혁과정을 장애우복지계가 선도해야 한다는 이태수 교수의 주장을 들어보자.
IMF시대를 맞이하는 장애우복지계의 반응
현재의 IMF 체제 하에서 한국의 사회경제 모든 부문은 각기 고통스런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한국 사회경제의 비효율의 원인들을 제거하는 작업과정에서 정상적이라고 생각되었던 삶의 기반들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매우 고통스런 현실의 진면목이다.
사회복지계도 분명 우리 사회의 한 구성부문이란 점에서 이같은 사회전반의 소용돌이치는 분위기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나, 구체적인 대응자세는 각기의 복지분야나 시설종류, 또한 종사자 개개인에 따라 각기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 그 반응을 다음과 같이 3가지의 전형적인 유형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첫째는 둔감형으로, 이제까지 사회복지라는 울타리안에서만 국한된 인식과 사고를 고수하며 사회의 저변 흐름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거나 무관하게 지내왔던 부류로서 IMF 체제하에서도 변화의 물결을 구체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주어진 예산과 자신이 관계하는 대상자들과 함께 예전처럼 지내고 있는 자들을 말한다.
둘째는 위축형으로, IMF 하의 예산지원액 및 인원 삭감사태를 걱정하며 복지 현장의 어려움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자들을 말한다. 이들은 복지를 위한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하나 그에 대한 적극적 대응의지를 키우기 보다는 주어진 현실 앞에서 복지활동의 폭 그 자체를 스스로 알아서 조정하려고 하는 자들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적지 낳은 사회복지 현장 종사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돌파형으로, IMF 하의 위기국면에 대하여 사회복지계의 긍정적 의미를 발전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로서 주로 사회복지계의 학자들이나 진취적인 시설 종사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사실 이상적으로는 세 번째의 돌파형이 추구되어야겠으나 실제 현실을 우리에게 무력한 위축형이 되도록 내몰고 있다. 항시 이상과 현실의 엄청난 괴리 앞에 번민하던 우리 장애우복지계를 생각하면 사실 이번의 경우도 그러한 예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자위하며 현실에 순응할 수도 잇을 것이다. 그러나 이 IMF 시기를 남다른 의미의 발전계기로 삼기 위하여는 새로운 각오와 지혜를 다져야 한다는 점도 우리가 유념하여야 하는 또 하나의 현실이다.
결국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사회복지계가 사회적인 변혁과정에 둔감하거나 무력감 또는 패배감에 젖어 중대한 변화의 시점에서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댕응에 그친 한계를 벗고 어떻게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그리고 자기주심적인 대응자세를 터득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기본 전제로서 현 위기의 진면목인 IMF 구제금융시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IMF 구제금융시기의 본질과 향후 전망, 그리고 장애우복지
현재 위기의 원인을 어느 하나로 귀착시키기에는 위기의 본질이 너무나 복잡하고 중층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 위기는 따지고 보면 대내적인 요소와 대외적인 요소가 함께 작용한 결과임이 분명하고 이런 면에서, 우리의 위기를 “산업화가 덜 진행된 국가가 세계화과정에 깊숙이 빠져들었을 때 초래되는 전형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한 명이 있다.
물론 현위기의 좀더 근본적인 원인제공자는 우리 자신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현 위기는 지난 40년간 경제개발과정에서 관주도의 대기업중심의 고도성장전략이 낳은 총체적 부실의 결과라고 하여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
지난 시절, 연평균 성장률 9% 내외를 기록한 눈부신 성장, 아프리카 전체의 GNP 규모와 맞먹는 세계 10위권에 달하는 우리의 GNP, 역시 서계 10위권의 무역규모, 또한 마침내 달성된 일인당 GNP 1만불시대, 그리고 OECD 가입.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화려한 발전사 속에 감추어진 기형적 공업구조, 관치금융, 불노소득자의 은존, 재벌의 천민적 자본가로서의 전횡 등이 산업의 생산성을 전반적으로 저하시킴은 물론 이윤의 전면적 감소를 초래하였으며 마침내 대외 경쟁력의 상실이라는 결과를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진행시켜왔던 것이다.
이것들이 바로 IMF 체제가 시작된 우리 내부의 원인이라면, 그러나 이러한 대내적 원인이 증폭된 데에는 분명 대외적인 요인이 깃들어 있다. 이데올로기 상의 힘의 균형이 와해된 뒤 유일한 세계의 패권국가인 미국이 주도한 자유무역의 국제경제질서가 모든 나라의 빗장을 하나씩 벗긴 결과, 마침내 우리와 같이 미처 ‘준비 안된’ 나라들이 맞이한 가혹한 현실을 놓고 볼 때 그 대외적인 요인이란 것의 실상을 짐작하게 한다.
우리가 ‘세계화’를 국가정책의 제일차 표제로 내세우며 이러한 거부할 수 없는 세계 무역질서의 변화를 감지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러나 그로부터 우리가 맞이할 가혹할 결과를 전혀 예상치 않았고 더군다나 방비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의 무지와 안일이 또 한번 반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 현재의 자유무역을 내세우는 국제 경제 질서는 결코 사해동포주의적인 시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경제대국의 자국이해 관철의 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며 드디어 하나의 횡포로 여겨질 만틈 모든 국가들에게 강요되는 이데올로기라는 점에서 결코 정당한 현상은 아니다.
더군다나 독일의 1년치 GNP 총액과 맞먹고 세계 원유판매고의 4년치분에 버금가는 1조 5천억달러의 초국적 금융자본이 세계 어느 곳이든 수익이 존재하는 곳이면 투기의 공략대상으로 삼으며 동물적 본능으로 사냥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우리의 대내적인 비효율성만 극복하면 이 IMF의 위기도 극복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무한 경쟁의 세계화는 격화되고 있고 그 경쟁의 끝은 어디에도 없으며 오직 존재하는 것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사회, 노동자의 2할만이 필요하고 나머지 8할은 알량한 복지제도 속에서 빈한한 생활을 영위해 나가야 하는 ‘20대 80의 사회’일 뿐이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는 미국이, 계층적으로는 상위 20%만이, 그리고 산업차원에서는 끊임없이 초과이윤이 확보되는 선진산업만이 중시될 뿐이다.
대외적으로 구축된 이러한 개방화, 세계화의 조류가 바뀌지 않는 한 IMF 구제금융기 이후의 한국경제는 여전히 초국적 자본의 움직임과 의도성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아울러 필연적으로 자본의 노동에 대한 힘의 우위를 동반한 채 경제효율 제일주의의 기치 아래 중산층을 포함한 그 아래 계층의 생활은 자본의 경쟁력을 위하여 희생이 강요되는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IMF체제 이후 우리의 경제가 호전되어 총량적인 지표인 GNP나 일인당 국민소득, 물가상승율, 이자율 등은 정상화된 것으로 보인다하여도 이면에도 또 다시 소득의 불공정한 분배와 취약한 삶의 기반이 온존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멕시코가 보여준 전례는 이를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지도계층이나 국민대다수 누구도 원치않는 상황이 IMF 시대 이후에 도래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러한 가능성의 단절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가 우리 국민 모두의 과제이어야 하며, 그러한 과제에 대한 답은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s)의 구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사회복지계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정부와 국민에게 정당한 위상을 인정받도록 노력코자 하는 것은 단순히 사회복지계의 이해에 기초한 이익집단의 몸부림으로 치부될 수는 없다. 장애우복지계를 포함한 전체 사회복지부문의 위상이 제대로 정립된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즉 성장지상주의가 낳은 소득과 부의 분배에 있어서의 형평 파괴 및 대중의 삶의 질에 대한 경시 등이 해결되는 주요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인 동시에, 새정부가 구상하는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부합되는 것일 뿐 아니라 현재의 위기가 극복된 이후 한국인이 만들어가야 하는 바람직한 사회상을 생각할 때 더욱 주요한 지렛대 역할을 확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IMF 구제금융기 하의 장애우의 충격상
현재 IMF 위기의 파고가 아직 본격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우 계층에 닥친 충격파는 매우 크리라고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선 재가 장애우의 경우 장애로 인하여 일반인에 비하여 오히려 소비지출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과 임금 삭감으로 인한 이중의 생활고에 놓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장애우들이 영세기업 및 영세가내공업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이들의 도산으로 함께 실직되거나 비록 일반기업에 취직되어 있다고 하여도 일반 노동자보다 더 먼저 해고되는 분위기 속에서 쉽게 직장을 잃었을 경우 그들 장애우들이 소득의 완전 중단에서 오는 생활고는 말할 것도 없고 이에 따른 부부 갈등 또는 자녀탈선 등의 문제로 비화될 때 장애우가정의 해체는 심각한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 ‘1995년 장애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를 것 같으면 장애우의 경제활동율은 43.9%(일반인은 61.7%)이며 이들 중 일용직, 자영업자, 무급 가족 종사자 등이 65.6%(일반인은 39.6%)에 이르고 있어 장애우 계층의 대량 실직사태는 충분히 예견되는 것이며, 만일 올해 국민경제의 실업률이 8%일 경우 약 3만명의 장애우들이 추가적인 실업자군으로 전락될 것이라 추정되기도 한다. 따라 이들에 대한 각별한 대응책이 동원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어렵사리 스스로 자신의 안전망을 갖추어오던 수많은 장애우들의 생활은 한 순간에 붕괴될 수 있다.
장애우시설들도 역시 어려움은 쉽게 예견된다. 예산은 동결 또는 삭감되는 가운데 10~20% 정도로 예상되는 금년의 물가상승 압박으로부터 시설운영은 극도로 위축되게 되며, 자원봉사자나 후원자가 감소하므로 자부담 형식으로 채용한 직원은 물론 전체 직원에 대하여 감원을 생각해 보아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자체 사정과는 달리 시설입소자 또는 이용자가 증가하여 인력과 물자의 여력을 벗어날 지경까지 갈 수도 있을뿐더러 근로시설 등의 일감은 격감하고 보조작업장의 주문도 감소하며 그들이 만든 물건의 판로 또한 애로를 겪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우복지에 대한 의욕이 그나마도 감퇴하면서 담당무원들의 자세는 더욱 경질될 가능성마저 있다.
후원금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한 소규모 무허가시설들이 받는 타격은 허가 시설과는 다른 차원에서 훨씬 심각하게 전개됨은 물론이다. 장애우단체 또한 정부나 후원자들로부터의 지원감소가 나타날 것임도 쉽게 예상된다.
장애우복지계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현재 신정부는 실업자에 대한 대비책으로 실업보험 등의 재원강화 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국민대다수의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하는 사회복지에 대한 정확한 시대적 의미에 대하여 충분한 대비를 하려는 의지를 아직은 흡족히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정부에서는 사회복지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벗지 못하고 열악한 재정 상황을 걱정하며 전부문의 지출삭감을 시도하고 있으므로 장애우 및 일반 사회복지대상자에 대한 자발적이고도 긍정적인 정책 제시나 개발은 기대하기 힘든 상태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장애우계는 장애우 개개인에게 닥친 충격의 실상을 국민과 정부에게 일깨우고 현재의 IMF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복지제도가 갖는 중요성을 확신하는 가운데 장애우를 위한 적절한 대응책을 실행가능한 정책 및 제도, 프로그램 등의 형태로 제시함은 물론, 그에 소요되는 예산 규모 및 재원확보 방안까지도 스스로 모색하여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가깝게는 장애우의 삶의 기반 와해를 방지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한 바람직한 좌표가 설정되도록 하는데 그 기반을 우리 스스로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국가의 정책 기조가 유일하게 국가경쟁력의 회복에만 맞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와 병행하여 ‘사회안전망의 구축’에도 두어지도록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 장애우복지계의 현단계 최대의 목표이어야 한다. 국가경제의 운영기조를 위의 두 가지에 두고 여타 불요불급한 부문에 대하여는 과감한 유보조치가 내려지도록 하여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극복이 또다른 악순환의 고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현 위기를 몰고온 우리의 파행적인 사회구조를 동시에 변혁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장애우복지계가 선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차제에 국민들이 복지에 대한 바른인식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이 불안정할수록 자신의 가슴 내면에 깃들여진 인간에 대한 깊고 따스한 사랑의 감정의 실체를 확인함으로써 한국인의 본연의 정서를 회복하게 함은 물론, 복지제도가 바로 다른 이가 아닌 바로 ‘자기자신’을 위하여 존재하는 생활의 안전핀이라는 사실ㅇ르 인지하게끔 한다면 향후 장애우 복지는 물론이고 전체 사회복지부문이 발전하는 데에 더 없는 원군을 얻는 셈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비로서 IMF시대가 남긴 고통의 상처는 우리 장애우들의 가슴 속에, 그리고 국민의 가슴 속에 소중한 의미로 간직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이태수 (국립사회복지연수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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