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도 운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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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뇌성마비 지체1급의 장애를 가진 양팔장애우 중의 한 사람입니다. 양팔장애우라면 조금은 생소하겠습니다만 다시 말해 양팔장애우란 선천적으로 뇌성마비의 장애를 가졌거나 혹은 후천적으로 양팔이 절단되어 양팔을 쓸 수 없는 상태를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이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생활의 거의 모든 면을 양다리로 하거나 입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어서 물론 양다리에 의지하여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다리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의외로 많아졌습니다. 양말 갈아신기, 음식 집어먹기, 심지어는 하의까지 갈아 입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리로 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지금도 세면이나 대소변, 의복을 입고 벗는 문제는 아버지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로 대학 3학년에 접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게임에서 일어를 배운 저는 2년 전 다행히도 일어일문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입학을 기뻐하시던 부모님도 등하교 문제를 놓고 여간 걱정을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과정까지는 12년 내내, 학교 근처에 집을 얻어서 통학 문제는 신경을 안 써도 됐지만 대구에서 대학캠퍼스가 있는 경산까지는 버스로 족히 두 시간은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없는 살림에 차를 장만해서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육십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힘겨운 초보운전은 노동, 그 자체였습니다. 아직 큰 사고 한 번 안 내셨지만 힘든 아버지의 운전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모습일 뿐입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 것이 저의 자가운전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달 전 면허시험을 보러 갔는데 신체검사, 운동능력측정검사, 기능시험으로 이어지는 면허절차 중에서 첫 관문에서부터 직원들의 무지와 냉대, 그리고 따가운 시선과 맞부딪혔습니다. 아무리 형식적인 절차라고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운전할 수 없다는 담당 직원의 모욕적인 말투와 태도를 생각했을 때, 무엇보다 운전의 필요성을 생각했을 때 쉽게 단념할 수 없었습니다.
우선 저는 외국의 사례들을 들어 보려고 합니다. 유독 우리 나라에서만 양팔장애우들이 운전면허를 딸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인지 알아보았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1969년부터 신체장애우에게 운전면허를 허가했습니다. 더욱이 양팔장애우의 경우는 1981년부터 면허를 딸 수 있었습니다. 또한 후란츠 시스템이란 획기적인 기기를 개발하며 실제 자동차에 장착해서 생산해 낸다고 합니다.
실제로 동경에서 운전하고 있는 양팔장애우가 4~5명이나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동경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사이타마현에서는 신체장애우 전문 운전면허 교습소가 있다고 합니다.
또 미국의 경우는 각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양팔장애우의 운전면허 응시기준은 없다고 합니다. 다시말해, 어떤 장애를 가졌더라도 면허시험에 응할 수 있고, 또 운전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웨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양팔ㅈ장애우에게 운전면허를 교부해주고 있었습니다.
바야흐로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대비하여 우리가 수단으로 삼아야 할 것은 바로 교통과 통신분야일 것입니다. 그만큼 이것의 발달은 업무수행이나 개인적인 일은 하는데, 최고의 편의를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중교통의 이용과 우천시 외출이 불가능한 양팔장애우로서는 이것이 또 하나의 장애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간이 기본적인 욕구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외출 욕구를 단지 양팔이 부자유하다는 이유만으로 억제한다면 양팔장애우들은 이 땅 위에 바로 설 수 없을 것입니다.
양팔장애우를 위한 보다 현실성있는 법률 개정 및 시행방법 마련과 자동차개발이 시급합니다.
글/ 박재현(대구대 일어일문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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