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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리포트] “조선학교가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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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에 장애아동 입학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장애 어린이의 우리 학교 보내기 운동을 시작한 것은 ‘무지개회’ 신도순 회장. 그는 동포 중에 장애자녀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장애아동을 대표하는 모임을 만들었고, 이 모임을 중심으로 일반 양호학교에 가던 장애아동들을 조선학교 일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에 이르렀다.


 <제일 한국·조선인학생들은 대부분이 학교에서 통명(일본명)을 사용하고 있다. 즉, 부모가 지어준 본명(한국명·조선명)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것은 본명을 사용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일본사회나 친구들 사이에서 한국인·조선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본명으로 생활하는 것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위의 글은 ‘무지개 다리’라는 재일한국인·조선인 학생을 가르치는 일본교사들의 모임에서 발표한 글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이 글은 지난 5월 20일 서울에서 시합을 가졌던 권투선수 홍창수(德山昌守)에 관한 일본 시사주간지의 기사이다.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프로 스포츠나 예능계에는 재일 한국·조선인이나 일본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적지 않다고들 한다. 그들이 출신이 숨기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본사회 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인기도 얻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은 반드시 마음속에 꺼림직 함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신을 속이는 것이지요. 요령이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국적을 바꾸는 것은 성형수술과 같아요.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도 바탕이 바뀌지 않듯) 국적을 바꾼다고 해서 사람이 바뀌지는 않지요.”

 보수적인 일본 권투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국적을 바꾸기는 했지만, 조선이라는 조국이 있는 한 나는 조선인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조선인이라는 사실로 인해 차별을 강요당하는 것은 홍창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당당히 자신의 출신을 밝히고 있다. 그 당당함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것은 그가 받은 민족교육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초·중·고 12년의 교육을 조선학교에서 보낸 그에게 있어 그 당당함은 당연한 것이라는 것이다. 오늘은 그 조선학교에 대해서 여러분께 전할까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약 60만의 재일동포(재일 조선인과 재일 한국인)가 있다. 해마다 1만 명이 일본 국적을 취득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들 대부분이 국적과 민족 그리고 민족의 말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적인 역학을 하는 것이 조선학교다. 일본전국 140개의 조선학교에서는 조국 땅을 밟아본 적도 없는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말로 수업을 하고 있다.

 일본이 패전한 후, 일본에서 민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학교가 필요하다고 느낀 재일동포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학교를 세우기 시작했다. 낮에는 빈 땅에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저녁에는 선생님들과 학교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민족교육이 이제 반세기를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일본에서는 조선학교에 대한 여러 가지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조선학교가 정식학교로서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조선학교는 전문학교, 즉 우리가 이야기하는 일반학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국공립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대입검정고시가 필요하다.

 또한 극히 일부의 학교가 일본 정부의 적은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정부보조금이 없이 학부모들과 재일동포사회의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학생수의 감소가 지적되고 있다. 일본사회 전체의 낮은 출세율과 재일동포의 귀화 경향으로 인해 점점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학생수 부족으로 여러 학교를 하나로 통합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학교 수의 감소는 학생들에게 더욱 긴 통학시간을 강요하고, 그로 인해 통학을 포기하는 악순환의 시작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 동네에 있는 군마조선초중급학교에도 통학시간이 4시간이 넘는 아이들이 다수 있다고 한다.

 언어의 이질화 또한 문제이다. 한 조선학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고 한다.

 “너희들이 배우는 우리말은 남쪽에서도 통하지 않고 북쪽에서도 통하지 않으니 너희들끼리 써라”라고. 현재 조선학교의 교사는 조선어(실제로 일본에서는 한국어와 조선어가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를 공부한 조선대학출신 선생님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쓰여 지고 있는 한국어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래서 재일동포들은 한국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말이 너무 빠르고 억양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조선학교에는 장애아동이 입학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4년 전만해도 장애아동의 경우, 부모가 처음부터 조선학교로 입학하는 것을 포기하고 일반 양호학교에 보내거나 입학을 신청해도 학교 측에서 시설이나 담당교원의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록 장애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우리 학교에 보내겠다는 부모의 열의가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냈다. 4년 전 동경조선 제4초중급학교에서 시작된 ‘장애아동의 우리 학교 보내기’가 그것이다. 지금 동경조선 제4초중급학교에는 다운증후군, 자폐 등 여러 명의 장애어린이가 일반학급에서 생활하고 있다.

 장애어린이의 우리 학교보내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무지개회’의 회장인 신도순(38) 씨이다. 무지개회는 장애아를 가진 재일동포의 모임으로, 일본 전국에 약 45가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한달에 한번 모임을 갖고 있으며, 들놀이와 소식지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정기모임에 참여하기 어려운 회원들을 위해 2년에 한번 전국의 모든 회원들이 한곳에 모여 몇 일간의 시간을 같이한다고 한다.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신도순 회장은 “동포 중에 장애아를 가진 것은 나뿐이라고 생각해서 무척이나 고독감을 느꼈어요. 그런데 실은 같은 병실에도 동포 한사람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퇴원 후 통원 생활에서 그 병원에 6명의 장애아를 가진 동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시작된 모임인데, 무지개회 모임이 알려지자 여러 곳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동포 분들의 연락이 있더라구요.”

 그렇게 시작된 작은 모임 무지개회는 이제 동포사회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장애아동을 대표하는 모임이 되었다. 현재 일본 전국의 4곳에서 지역모임결성이 예정되어 있으며, 더 많은 곳에서 그러한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총련 사람 들 뿐이에요. 민단도 함께 하자고 계속 연락하고 있는데 좀처럼 반응이 없네요. 그렇지만 재일동포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이에요.”라는 말과 함께 한국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조선학교가 변하고 있다. 재일동포 사회도 변하고 있다. 그러한 그 변화에 대해 한국인들은 너무도 무심하다. 변화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존재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지난 달 글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시킨 것이 국민들의 무관심 이였다고 했지만, 어쩌면 우리 한국인의 무관심이 재일동포를 일본 열도 안에 격리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재일동포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자만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파트너로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글/ 이범석 (일본 군마대학 의학부 보건학과 작업치료 전공)

작성자이범석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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