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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기고] 미국 복지개혁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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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례없는 경제호황을 맞고 있는 미국의 사회복지는 어떤 변화를 맞고 있을까. IMF로 인해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예산도 삭감될 위기에 놓여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볼 때 어찌됐건 몹시 부러운 일이 진행되고 있을 법하다. 그런데 96년 통과된 미국의 새로운 복지개혁의 시행결과 수혜대상자는 줄어들었지만 경제가 호황이고 본격적인 복지개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부 부조를 필요로 하는 가난한 미국인의 수는 결코 변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 사회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성장이냐 분배냐의 딜레마를 객원교수로서 1년간 미국 사회를 직접 들여다본 조홍식 교수의 설명을 들어 본다.


 제도와 복지철학까지 바꾼 새로운 사회복지법의 출범

 미국은 1996년에 빈곤층 복지제도 뿐만 아니라 그 철학까지도 바꾸는 역사적인 입법을 제정함으로써 복지정책의 새로운 시대에 돌입했다. 연방정부가 1961년부터 실시해 온 빈곤자들에게 현금지원을 했던 과거와는 달리, 복수수혜자들이 반드시 노동을 하도록 하는 한편, 연방정부 보다 주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수정한 것이다.

 ‘부조에 의한 행복’ (Welfare)보다는 ‘노동에 의한 행복’ (Workfare)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데 목표를 둔 새로운 복지개혁의 공식적인 법안이 바로 ‘개인 책임 및 노동기회조정법’으로 미국 공법 104-193호이다. 96년 8월 22일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 하에 통과된 이 법의 주요 목표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 가족 부조제도(AFDC)의 기본적인 구조변화와 함께 저소득 노인과 장애우 및 50만 명 이상의 합법 영주권자를 위한 부조프로그램인 식품권(Food Stamp)과 소득보충급여(SSI)의 재정을 줄이는 것이다.

 이 새로운 법은 96년 10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연방정부는 뉴딜대통령인 루즈벨트시대에 확립된 프로그램을 종결시키고, 대신 각 주정부의 복지 지출에 기초한 포괄보조금을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새 지침에 따라 자격과 급여에 대한 규칙을 제정하여 전적인 통제력을 갖게 되었다.

 그 새 지침에 따르면 요보호 아동가족 부조제도의 경우 현재의 요보호 아동을 가진 가족에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던 현금 제공 복지혜택을 2001년까지 5년간만 제공하도록 했다.

 대신 앞으로 2년 후부터는 반드시 일을 해야 하는 요보호 가족을 위한 일시부조(TANF) 제도와 함께 노동기회 및 기본기술(JOBS) 프로그램, 그리고 긴급부조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

 또한 포괄적인 자녀부양 체제를 만들어 현재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 결혼하지 않은 십대부모들이 반드시 집에서 거주하여 학교에 다니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의 아버지를 규명하는데 협조 하는 것을 거절하는 미혼모는 적어도 그들 급여액의 1/4을 깍이는데 이는 법원이 명령한 자녀 양육비를 내지 않는 부모를 추적해 기소하는 일에 획기적으로 도움이 되게 하였다.

 식품권 프로그램은 새 복지개혁법에 의한 재정 삭감의 총액 가운데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개혁의 핵심부문이다. 저 소득자 1인당 1끼의 식품 보조액을 80센트에서 66센트로 매년 약 20%씩 줄여나가며, 특히 주정부의 보조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18세 이상 50세 이하의 노동능력을 가진 독신자로서 실업자는 3년마다 3개월씩 식품보조를 제한하고 있으며, 3개월이 지난 후 계속 식품보조를 받으려면 적어도 반나절 노동이나 직업훈련 과정에 있어야만 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가족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라도 약물 사용으로 중죄를 선고받은 사람에게는 중지시켰다. 아이가 없는 18세에서 50세 사이의 성인들은, 그들이 일하고 있지 않다면 3년 넘어서는 식품권을 3개월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일시 해고된다면, 그들은 추가로 3개월 더 받을 자격이 있도록 했다.

 그리고 소득보충급여항목에서는 특히 아동자격에 대한 조건을 명료화하는 개별기능조사(IFA)를 실시함으로써 그 자격조건을 엄격히 했다. 이 결과 앞으로 6년간 31만5천명의 아동, 결과적으로 70억 달러의 재정 삭감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민자복지와 의료보장 축소로 법적 도전 받기도

 한편 합법 영주권자들에 대해서는 미국에 온 지 5년 이내에 난민, 군속, 재향군인 및 사회보장비를 10년 이상 지불한 자 등을 제외한 모든 영주권자들에 대한 소득보충급여 등의 복지혜택을 박탈하도록 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은 식품권 급여를 줄이고 법적 이민자에 대한 급여를 없앰으로써 97년부터 2002년까지 6년 동안 계산상으로 총 5백50억을 절약하게 하였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연방·주정부 의료보험 프로그램(Medicaid)이 민주당의 강한 반대와 클린턴 대통령의 거부권 위협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에 의해 축소되었다. 포괄성에 대한 연방의 책임을 줄이고, 주정부에게 메디케이드의 통제력을 줌으로써 의료보장을 사실상 축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1일부터 양부모 가족의 75%가 적어도 한 사람은 일하도록 하는 연방정부의 개혁 기준을 채울 수 있는 주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주들은 모든 복지 수혜 가족의 25%가 노동 활동을 해야 한다는 손쉬운 둘째 조건을 채택했다.

 뿐만 아니라 30개 주 이상이 아동지원 사례를 추적하는 새로운 컴퓨터에 대한 연방 정부의 승인을 얻는데 실패했다. 이러한 기준을 채울 수 없는 주들은 연방정부의 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하였다. 그리고 일부 주의 절대 빈곤지역에서는 정책뿐만 아니라 일자리 및 서비스 지원 기금의 부족으로 인해 개혁노력이 지장을 받았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새 복지개혁이 가난한 노인, 장애우, 아동, 합법 이민자 가족들의 삶의 질을 오히려 해칠 것이라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법적 도전을 가하였다. 복지개혁법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반대에 부딪치게 된 조항은 합법 영주권자들에 대한 복지혜택의 박탈이었다. 이 조항을 재개정하도록 요구하는 시위의 대표적인 것은 지난해 4월 14일 워싱턴디씨의 연방의사당 앞에서 각 나라의 이민단체들에 의해 이루어진 6천명 이상의 대규모 연대시위였다.

 이러한 각종 시민운동의 결과 몇 가지 수정이 97년에 이루어졌다. 저소득 노인과 장애우들에게 현금지불이 가능한 소득보충급여를 모든 법적 이민자들에게 다시 지급하도록 하는 승인을 의회로부터 받아 냈으며, 아울러 소득보충급여를 받지 못하는 장애아동들에 대해서도 메디케이드 의료보호를 계속 받도록 하였다.


 줄어든 복지수혜자, 그러나 줄지 않은 빈민 수

 새 복지개혁의 결과 수혜자의 수는 지난해에만 1백만 명 이상이 줄어들어 전체 1천1백만 명 이하가 되었다. 여기에는 7백만 명의 아동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러한 수치는 최고를 기록했던 94년에 비해 26%나 줄어든 것으로, 지난 25년 이래 가장 낮다.

 이러한 급속한 감소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복지개혁에 대해 찬성하는 자들은 대체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강한 경제력과 직업을 꼭 갖도록 만드는 복지개혁 입법이 그것이다. 특히 97년 5월에 나온 백악관 보고서는 강한 경제가 수혜자 수를 삭감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음을 강조했다. 통계청은 6년 만에 처음으로 95년 가계 수입이 올랐고, 빈곤선 이하에 사는 국민의 숫자도 그 다음해 줄어들었다고 96년 9월에 보고했다. 중산층 가계 수입은 물가 인상에 따른 조정의 결과 94년부터 2.7%씩 올라 96년에는 3만4천76불까지 이르렀다. 빈곤한 사람들의 수가 94년에는 3천8백만 명, 즉 인구의 14.5%이었고, 96년에는 3천6백4만 명, 즉 인구의 13.8%로 줄었는데, 이러한 1백60만 명 감소는 27년 동안 최고였다.

 그러나 복지 개혁에 대한 비판자들은 이러한 감속은 단순히 수혜 대상수를 단순통계상 정책적으로 줄인데 기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구국 자료에 따르면 연방정부가 4인 가족의 빈곤선을 95년에 1만5천5백69불로 정하였지만 경제가 계속 호황이고, 본격적인 복지개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부조를 필요로 하는 가난한 미국인의 수는 결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인구국은 96년의 빈곤선(4인 가족 1만6천36불) 이하의 수(3천6백50만 명)와 비율(13.7%)은 95년에 비해 감소하지 않았다고 보고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앞으로 경제가 하락하여 연방기금이 줄어들고 주정부의 지원 서비스가 감소하게 될 때 빈곤자들에게 주어지는 복지 대책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중산층의 소득보호와 건전한 노동윤리의 회복이라는 구실로 저소득층의 생활 곤란을 담보로 하는 것은 미국에서 입으로 떠드는 사회정의와 인권을 도외시한 채 빈부의 차이를 더욱 벌여 놓을 것이다.

 미국의 복지개혁이 안고 있는 딜레마는 결국 본질적인 성장이냐 분배냐의 선택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글/  조홍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 미국 로욜라대학 객원교수)

작성자조홍식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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