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팔면 돈 벌 수 있다?
본문
장애우는 정말 봉인가, 어쩔 수 없이 자조 섞인 한탄을 토해내게 만드는 충격적인 사건이 또 발생했다. 서울에서 장애우를 팔아 후원금을 챙긴 조직이 적발됐는가 하면, 인천에서는 경찰 표현에 따르면 장애우에게 가야 할 지원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신체장애인복지회 간부 8명이 검거됐다. 이번 사건은 정작 장애우는 없고, 장애우를 팔아 몇 몇 사람들이 배를 채우고 있다는 게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결국 피해자는 누구도 아닌 장애우 당사자들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함께걸음은 유사 사건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장애우를 팔아 사리사욕을 챙긴 조직과 그 수법을 집중 추적했다.
9천3백만원 후원 받아 편취
지난 5월 말 서울 서대문 경찰서는 비장애우 김영준(40,가명) 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하상근(51, 가명)등 네 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서대문경찰서가 밝힌 이들의 혐의는,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동대문지회라는 유령회사를 차려 놓고, 한국통신의 CD전화번호를 이용해 전국 자영업자 명단과 전화번호를 발췌한 다음, 22명의 여성을 고용해 월급과 수당을 주면서 입수한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전화하고 우편물을 보내 어려운 장애우를 도와 달라면서 5개월 동안 무려 9천3백 여 만원을 은행 계좌로 후원 받아 이를 편취 했다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이면 즉 이들은 복지회 지회를 회사처럼 운영하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장애우를 팔아 후원금을 모금한 다음 이를 장애우 복지에 사용하지 않고 개인들이 나눠먹었다가 이번에 경찰에 적발됐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내친김에 이들에게 적용된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살펴보기로 하자.
김영준 하상근, 이들이 공모하여 서울 마포구 염리동 148-27번지에 사단법인 신체장애인복지회 동대문지회 이름으로 사업부 간판을 내건 것은 작년 12월 20일이다. 당시 하상근은 신장협 동대문구 지회장(올해 2월 해임됐다.)이었고, 김영준은 하상근으로부터 사업본부장으로 임명받는 형식으로 사업에 발을 들이밀었다.
그런데 복지회 동대문구지회 사무실을 엉뚱하게 마포구에 개설한 것부터 이들이 제사(장애우 복지)에는 관심 없고 잿밥(사기)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마포구에 사무실을 개설한 이들은 그로부터 5개월 동안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여성들을 고용해서, 한국통신의 CD전화번호부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장애우를 팔아 후원금 모금에 나섰다. 주범은 이번에 구속된 김영준과 불구속된 하상근인데, 이들은 CD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전국 자영업자 명단을 발췌한 다음 아르바이트 여성들에게 나눠주고 “저는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자원봉사자입니다. 요즘 장애우들이 어렵게 지내고 있는데 나라에서도 도와주지 않고, 전에 도와주던 후원자들도 도와주지 않아 어렵습니다. 4월 달에는 장애우 합동결혼식도 있으니 후원금을 보내 주십시오. 1구좌에 5만원입니다.”라는 거짓말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나아가 전화 거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지 후원금을 요구하는 우편물을 역시 무작위로 전국에 보냈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이들이 보낸 우편물을 어렵게 입수할 수 있었다. 우편물에는 단체 설립증과 함께 후원을 기정사실화 하는 다음과 같이 후원의 글이 들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8백만 정도 장애자들이 있습니다. 허나 정부의 복지정책은 너무나 취약하여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정상적인 삶에서 소외되고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중략) 복지정책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장애인들은 본인이 의사와는 관계없이 비장애인들에게 일정부분을 의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장애인들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외면하는 사회와 미약한 복지정책 가운데서도 장애인들이 그나마 내일의 소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은 사장님과 같은 후원자님들이 이 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사장님 요즘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으신 줄 압니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애인들을 후원해 주시다니 정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아무쪼록 하시는 일 번창 하시고 가정에 만복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그런 다음 아래 계좌로 후원금을 부탁한다며 은행 계좌를 나열해 놓았다.
단체 명의 돈 주고 빌려
경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장애우를 팔아 지난 5개월 동안 총 2,128명으로부터 9천3백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경찰 조서를 보면 김영준 하상근 외에 불구속된 3명의 인물이 더 있다. 내막을 알아보니 그들은 모두 여성으로 김영준과 하상근을 도와 경리와 수금을 담당하는 일을 하면서 월급 명목으로 각각 350만원씩을 가져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어쨌든 주범은 김영준과 하상근이었다. 이들은 계좌로 송금된 후원금에서 아르바이트 여성들에게 지급한 급여와 수당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장애우 복지에 사용하지 않고 둘이 나눠가졌다가 적발됐다. 그런데 주범 중 한 사람 하상근은 몸이 불편한 장애우라는 이유로 불구속 처벌을 받았다. 이런 경찰의 처사를 환영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역차별이라고 나무라야 하는 건지 아리송할 뿐이다.
지난 6월 중순 기자는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수사를 담당한 서울 서대문경찰서 수사 2계를 찾았다. 다음은 수사 형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피의자들이 혐의 사실을 인정했나.
“처음에는 부인했다. 장애우를 위해 좋은 일을 하려고 했다면서 부인하다가 그러면 장애우들을 위해 돈을 썼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했더니 나중에 범죄 사실을 시인했다.”
-피의자들을 검거하러 갔을 때 사무실 상황은 어땠나.
“사무실이 3층에 있었는데 갔더니 여성들이 칸막이가 돼있는 책상에서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들은 ‘장애우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느냐’ 우리 사장은 빚져 가면서 좋은 일을 하고 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게 무슨 일이냐, 라는 반응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피의자들이 얼마씩 나눠가졌나.
“작년 12월 20일부터 올해 5월 20일까지 후원금으로 입금된 돈이 약 9천3백만 원 정도 되는데 사무실을 얻기 위해 빌린 사채 이자를 갚고, 나머지는 운영비로 쓴 것으로 보인다. 장애우를 위한 행사나 기부금에 사용한 돈은 전혀 없었다. 검거 당시 4개 통장에는 잔액이 전혀 없었다. 수사해보니 아직까지는 개인이 많이 챙기지 못했다. 후원금 입금이 4월과 5월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검거되지 않고 시일이 조금 더 지났으면 많은 이익이 생겼을 것이다.”
-주범 중 하상근은 지난 2월 복지회 지회장에서 해임 됐는데 어떻게 단체 이름으로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김영준이 한동안 신체장애인복지회 마포지회 명의를 돈을 주고 빌렸다. 수사과정에서 마포지회장 심아무개로부터 명의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6백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았다. 김영준은 조사과정에서 1천2백만 원을 줬다고 주장했는데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신장협 마포지회장은 정당하지 못한 돈을 받기는 했지만 받은 돈을 후원금 처리했기 때문에 이번에 기소하지 않았다.”
-사건 수사는 어떻게 착수하게 됐나.
“제보를 받았다. 검거된 주범 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성인데 월 3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고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후원을 부탁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 여성 제보에 따르면 검거된 주범들은 그냥 돈을 받기가 미안하니까 평균 5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받으면 1만원 상당의 양말과 비누 등의 물품을 후원자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여성이 전화해서 5만원의 후원금이 들어오면 그 중 1만원을 수당으로 줬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후원금을 모금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약속한 일들, 예를 들면 장애우의 날에 행사를 한다든지, 생활 형편이 어려운 장애우를 도와주는 일을 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경찰에 제보해 와서 우리가 수사에 착수했다.”
후원금 모금하는 또 다른 조직 있어
살펴본 대로 불법으로 장애우를 팔아 후원금을 챙긴 조직이 경찰에 구속됐다. 그러면 이제 장애우의 자존심을 형편없이 뭉갠 사건은 막을 내린 걸까? 끝난 걸까?
그렇지 않다. 장애우를 팔아 후원금을 챙기는 조직이 더 있는 것이 기자의 취재 과정에서 사실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다른 사무실은 적발된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서울 마포구에 있었다. 기자는 명의를 빌려주고 돈을 받은 신체장애인복지회 심아무개 마포지회장을 만나기 위해 경찰이 알려준 마포지회 연락처를 들고, 수소문 끝에 마포구 공덕초등학교 옆 건물 2층에 있는 복지회 사무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장애우 복지회 사무실이 간판 하나 없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30여평 공간에 장애우들은 없고 대신 여성 20여명이 어딘가에 후원을 부탁하는 전화 거는 일에 매달려 있었다. 한쪽에는 뭔가 든 우편물 봉투가 가득 쌓여 있었고, 한 눈에 보기에도 이번에 검거된 조직과 같은 일을 하는 사무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자는 그곳에서 사무실을 관리하는 ‘이계희’ 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한 비장애우 중년 여성을 만나 인터뷰 할 수 있었다.
-이번에 검거된 조직에 이 곳 지회장이 돈을 받고 명의를 빌려 줬다고 해서 경위를 들어보려고 왔다.
“그 건은 내가 더 잘 안다. 내가 고소한 사람이다. 내가 그 사무실 실장으로 있었다. 그래서 내막을 잘 아는데 이 곳 지회장님이 명의를 빌려준 건 사실이다. 그런데 당초 명의를 빌려줄 때 그 사람들이 지회장님에게 계약금 외에 플러스 얼마를 더 주기로 했었다. 들어 온 후원금의 25%를 주기로 계약하고 공증까지 마쳤는데 나중에 그 사람들이 17%만 줬다. 그래서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검거된 조직에는 어떤 계기로 들어가게 됐나.
“장애우 복지회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벼룩시장 광고를 보고 찾아갔다. 내가 복지회를 돕겠다고 생각하고 찾아가서 일했는데 5개월 정도 되니까 자리가 잡혔다.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필요 없어졌는지 나를 해고했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 거다. 모르지, 이 곳 지회장도 언제 나를 배신할지는 모르겠지만 배신하면 내가 또 치겠지··· 그 조직은 내가 일궈 논 거다. 내가 다 해놨더니, 완전히 자리가 잡혀서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나를 잘랐다. 내가 나온 건 4월 28일이고 , 경찰에 고발한 건 5월 14일이다. 내가 서대문 경찰서 서장과 아는 사이라 빨리 칠 수 있었다.”
-한 달 후원금으로 얼마가 들어왔나.
“내가 확인한 액수는 4천5백만 원에서 5천만 원이다. 잡히지 않았으면 매달 이 정도 돈이 들어왔을 거다.”
-이 곳 사무실은 언제 문을 열었나.
“5월 12일 왔다. 내가 거기서 나오면서 봉사하는 주부들에게 ‘사실은 사기다’라고 말해 줬는데 내 말을 믿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내 말을 안 믿는 주부들도 있다. 포섭을 당했다고 해야 할까, 그 사람들이 따라 오지 않아 이번에 망신을 당했고 나를 믿는 주부들은 따라 와서 여기서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지회장님을 도와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이 큰 사무실 내 돈을 들여서 내가 얻었다.”
기자는 이 여성에게 후원금의 몇 %를 받기로 계약했느냐고 묻지는 못했다. 심증은 확실했지만 물어봐도 솔직하게 대답해 줄 리 없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확인되는 건 장애우를 팔아 후원금을 챙기는 조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이 외피로 장애우 단체의 탈을 쓴 이상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장애우를 팔아 들어온 후원금을 회원 복지에 썼다고, 단체에서 주장하면 끝까지 추적해서 파헤치지 않는 한 불법성을 적발해 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백 번 양보할 수 있어도 장애우 단체 이름을 내걸고 비장애우가 개입해서 후원금을 모금한 다음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사실상의 범죄 행위를 언제까지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비장애우들이 장애우를 파는 행위가 이번 건에 그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는 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고 범죄 행위가 확인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시선을 인천으로 돌려보자.
단체 이름으로 탈법 저질러
지난 6월 6일 인천 동부경찰서는 단체 수익금과 지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사단법인 신체장애인복지회 인천지부 사무국장 장 아무개(47)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복지회지부장 강아무개(62)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자판기 운영권과 지원 의약품 처분, 기업 후원금 횡령 등으로 1억5천만 원 가량을 챙겨 나누어 가진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전과 2범에서 11범 경력의 이들 8명은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우 복지단체 우대정책 등을 악용, 각종 수익금과 지원금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열거한 짧은 기사 안에 여러 가지 범죄와 그 배경이 압축돼 있다. 하나하나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우선 구속된 장아무개 씨 등 2명은 모두 비장애우다. 지부장 강아무개는 역시 몸이 불편한 장애우라는 이유로 구속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수익금 횡령 혐의로 적발된 이들은 모두 전과 2범에서 11범까지의 범죄 전과 경력을 가지고 있다. 전과자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구속된 이들이 모두 한 차례 이상 범죄를 저질러본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장애우 단체가 조직폭력배가 됐나? 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비장애우가 주축이 된 장애우 단체가 비난받을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가 적발됐다. 그러면 도대체 그 범죄행위는 어떤 것들일까.
수사를 담당한 인천 동부경찰서 수사계장 문영제 씨의 말을 들어보자.
-혐의사실은 뭔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복지회에서 인천 시내 구청 민원실과 복지회관 등에 커피 음료자판기 24대를 설치했다. 구체적으로 부평구청, 계양구청, 인천의료원, 북구도서관, 중앙도서관, 농산물도매시장 등이다. 이렇게 자판기를 복지회 이름으로 설치해 놓고 제 3자에게 양도, 즉 팔아 넘겼다. 그리고 양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 계약이 해지될까봐 비장애우인 제3자를 복지회 직원인 것처럼 등재를 했다. 이 과정에서 범죄 행위는 자판기를 업자에게 양도하면서 커미션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업체에서 연말이다 특별한 때에 장애우를 도우라고 준 후원금을 장애우 복지에 사용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착복해서 나눠 가졌다. 세 번째는 이들이 조직폭력배처럼 장애우들을 동원해서 사채 받아 주는 일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악질적인 범죄인데, 장애우들을 동원해서 사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채무자를 협박해서 채무자가 너무 무서워 빚을 내서 빚을 갚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6건이다. 이들은 단체에서 돈을 대신 받아주는 것은 불법이니까 채권자가 받을 돈을 복지기금으로 기증하는 것처럼, 허위 양도증서를 만들어서 그걸 들고 가서 우리 돈이다 내 놔라, 이런 식으로 돈을 대신 받아주고 수고비를 챙겼다. 네 번째는 상아제약 건인데 부도난 제약회사에서 의약품을 기증 받아 도매상에 팔아 자기들끼리 나눠 가졌다. 그런데 수사해 봤더니 공갈쳐서 반강제로 기증 받은 것이었다.”
-다른 혐의가 또 있나.
“있다. 또 하나 혐의는 지금 신체장애인복지회 인천시 지부가 있는 곳이 계양구 작전동 868번지인데 국유지 3백 평을 구청으로부터 대여 받아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곳에 2백 평 정도의 가건물을 지어서 50평은 자신들이 쓰고 나머지 150평은 불법으로 임대하고 있다. 수사해보니 임대료 수입이 월 3백만 원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국유지 대여료를 약 1억 6천만 원 정도 체납하고 있다. 복지회에서는 임대료 수입을 사무실 운영비나 직원들 임금으로 사용했다고 하지만 국유지를 불법 임대한 것은 법에 저촉된다.”
-누가 구속됐나.
“복지회 실세인 사무국장 장아무개, 기획운영실장 이아무개 등 비장애우 두 명은 구속이고 6명은 불구속인데, 지부장 강아무개는 전신마비이고 한 손만 겨우 쓸 수 있을 정도로 장애가 심해서 불구속 했다. 그리고 적발된 복지회 직원 중 5명이 비장애우다.”
-피의자들 반응은.
“생계수단이라고 항변했다.”
-어떻게 수사에 착수하게 됐나.
“구청 민원실 같은 경우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자판기 수입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장애우 단체에 준 자판기 운영권을 엉뚱하게 비장애우들이 갖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건지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범죄 행위 근절되리라고 기대하는 건 착각
장애인복지법 38조 생계지원 부분을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단체는 소관 공공시설 내에 식료품, 사무용품, 신문 등 일상생활용품의 판매를 위한 매점이나 자동차판매기의 설치를 허가 또는 위탁할 경우에는 장애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이를 우선적으로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신체장애인복지회 인천시 지부는 이 조항을 활용해서 구청 등 공공시설 내 자판기 운영권을 쉽게 위탁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장애우 단체 이름을 내걸고 공공시설을 찾아가서 이 조항을 들이밀면 대부분 자판기 운영권을 내줬다는 것이다. 즉 복지법에 있는 장애우 우대 조항을 악용해서 비장애우들이 자판기 운영권을 따낸 다음 수익권을 착복했다는 게 경찰 시각이다.
그러면 경찰 시각대로 구청은 정말 아무 의심 없이 자판기 운영권을 내준 걸까? 그리고 신장협이 국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는데 사용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인천시 계양구청 총무팀을 찾아갔다.
-구청에 설치돼 있는 자판기 운영권 허가 과정이 궁금해서 찾아왔다.
“현재 신체장애인복지회, 교통장애인협회 등에서 구청 내 자판기를 운영한다. 현 정부의 장애우 우선 활성화 대책에 의해 자판기 운영권을 이들 단체에 주었을 뿐이다. 사용료로 일 년에 약 1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현재 신장협 인천지부가 있는 계양구 작전동 868-10번지가 국유지라고 하던데.
“맞다. 10년 전부터 그곳 국유지에 인천시 지부가 있었다. 현재 신장협 측에서 그 땅을 불하 받겠다고 하고 있다. 국유재산법상 불하가 안 되지만 장애우 단체는 재정경제부의 승인을 받으면 매수가 가능하다. 약 238평쯤 되고 지역이 요지라서 공시지가가 비싼 곳이다. 신장협은 매수가 되면 그때 땅을 팔아 체납액을 내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땅을 불하 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넘긴 다음 차액으로 체납액을 내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불하를 받았다고 해도 잔금을 다 내기 전까지는 소유권 이전이 안 된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전매 여부에 대한 확인은 우리가 파악 할 수 없다.”
-체납액이 1억6천만 원이나 된다는데 받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장애우 단체는 복지부 산하단체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세금을 체납하면 바로 경고장을 보내고 단수나 단전 조치를 취하지만 장애우 단체인 경우에는 체납액이 많아도 보통 철거를 하지 않는다.”
기자는 그쯤 해서 하나의 그림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떤 그림? 심하게 무딘 사람이 아니면 이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 그리고 땅 얘기를 연결시키면 궁극적으로 이들이 노리는 게 뭔지를 대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인천시 작전동에 있는 신체장애인복지회 인천시 지부를 찾았다. 어쨌든 해명은 들어야 하니까.
또 이런 말을 하는 게 자괴스럽지만, 무슨 장애우 복지회 사무실이 장애우보다 비장애우가 더 많았다. 그것도 체구가 건장한.... 그 곳에서 내막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법무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일하면서 자원 활동을 한다는 비장애우 송아무개 씨를 만났다.
-내막을 알고 싶어서 왔다.
“쉽게 이렇게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양말회사에서 양말을 기증하면서 후원금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면 우리는 고마우니까 2백만 원 정도 후원금 영수증 처리를 해준다. 이게 나중에 횡령으로 둔갑한 것이다.”
-자판기 건은 어떻게 된 건가.
“장애우들이 힘드니까 자판기 운영을 못한다. 그래서 업자한테 위탁한 거다. 그리고 횡령 부분은 문제가 뭐냐면 사무실 내에 장부정리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점이다. 내가 봤을 때는 행사도 하고, 보장구를 구입해서 어려운 장애우들에게 나눠주고, 보조도 해주고 그랬는데 돈을 나눠 준 뒤 영수증을 받지 않았다. 그러니 수익금을 장애우를 위해 썼다는 증거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인정하는 건 매 달 직원들이 생계보조비로 몇 십만 원씩 가져갔다는 건 인정한다. 그것뿐이다.”
-장애우들을 동원해 채무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하는데.
“그 내막은 이렇다. 쉽게 얘기해서 회원 1명이 1급 장애우인데 돈을 못 받았다고 우리한테 호소를 했다. 그러면 우리가 가만있을 수 있나? 그래서 회원들 모여라 그런 다음 10여명이 몰려가서 혼을 내준 것뿐이다.”
-왜 비장애우가 장애우 복지회 운영에 개입하고 있나.
“우리 지부장님을 봐라. 이 분이 장애가 심해서 혼자서 소변 대변을 못 본다. 계단을 오르려면 대여섯 명이 붙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같은 비장애우들이 복지회 운영에 참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상아제약 건은 어떻게 된 건가.
“경찰에서는 우리가 장애우들을 위해 쓰라고 준 약품을 약국에 판매해 현금화시켜서 횡령, 착복했다고 하는데 내막은 그게 유통 시효가 지난 약품이다. 그리고 파스인데, 채권자가 우리에게 부도난 회사에서 대신 약품을 받았는데 팔아달라고 요구해 온 것이다. 채권자는 5천1백만 원어치라고 했지만, 팔아보니 7백만 원어치 밖에 안됐다. 그걸 팔아서 의뢰한 채권자에게 전달해 줬을 뿐이다.”
이상 취재 내용을 정리하면 한 건은 장애우를 팔아 후원금을 챙기다 적발됐고, 또 한 건은 장애우 단체가 불법을 저지르다 경찰에 적발됐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그리고 공통점은 두 건 사건 모두 비장애우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왜 비장애우가 장애우를 등에 업고 설치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장애우를 파는 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시쳇말로 장애우가 봉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런 장애우의 자존심을 짓밟는 범죄 행위가 근절되리라고 기대하는 건 순진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장애우 단체가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못하고, 난립해 있는 한 장애우를 팔아 사리사욕을 채우는 개인과 단체는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다. 그 반대급부로 장애우에 대한 인식은 점점 더 나빠질 테고....
이 기사를 읽는 장애우들이 속이라고 편하라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여 본다. 이 모두는 대다수 장애우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몇 푼이라도 받아 생계를 잇기 위해서는 비장애우들의 범죄 행위에 가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장애우들은 죄가 없다.
글·사진/ 이수지 이태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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