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턱과 계단, 울퉁불퉁한 길. 너무 위험해요!”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높은 턱과 계단, 울퉁불퉁한 길. 너무 위험해요!”

[장애체험] 초등학교 장애체험, 그 현장을 가다

본문

장애체험 교육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우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짧은 시간이나마 직접 경험하고, 장애우가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함께 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갖추어야 할 편의시설이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일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편리한 시설임을 알려내는 교육으로 외국에서는 인권교육의 일환으로 이미 실시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공교육 체제 안에서 장애를 이해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으로 6월 23일 서울 도성초등학교(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소재)에서 장애를 가진 일일교사와 초등학생들이 장애우를 이해하고 학교주변의 환경을 점검하는 첫 번째 장애체험 순회교육을 실시했다.


 일일교사로 나선 김세현 씨(지체장애)와 이준범 씨(시각장애)와 함께 한 5학년 1반 37명의 학생들은 교육 초반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들뜬 모습이 가득했지만 자신들이 직접 학교 밖으로 나가 장애체험을 하는 과정에서는 진지한 모습으로 교육에 임했다.

 장애체험에 앞서 학생들은 중도에 장애를 입은 4명의 장애우가 다양한 장비를 이용하여 자신의 삶을 꾸려 가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시청했다. 김세현 씨는 장애우 모두가 다름 그대로를 존중받으며 그 자체로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과학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다양한 장비들은 장애우가 다름 그대로를 존중받으며 생활하는데 필요한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디오 감상이 끝나고 교실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2명의 일일교사로부터 휠체어와 흰 지팡이를 사용하는 방법과 장애체험을 하는 짝을 돕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은 후 둘씩 짝을 지어 각각 주어진 과제를 가지고 학교 내부시설과 주변의 통학로를 점검하는 장애체험을 시작했다.

 슈퍼마켓이나 약국, 은행, 서점과 같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을 다녀오는 과제를 부여받은 학생들은 학교를 나서면서부터 수많은 턱과 길가에 세워진 입간판들로 가득한 지뢰 밭 같은 거리에서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자원활동자들이 학생들과 함께 했지만, 지체장애체험을 한 학생들은 혼자 힘으로 휠체어를 밀어야 했고 시각장애우체험을 한 학생들은 흰 지팡이와 짝을 이룬 친구가 하는 설명만으로 자신들의 목적지를 찾아가야 했다.

 장애체험을 마친 후 일일교사와 함께 느낌을 나누는 자리에서 학생들은 횡단보도의 너무 짧은 보행자 신호, 가게에 들어가거나 공중전화를 걸 때 매번 부딪치는 높은 턱과 울퉁불퉁한 길, 많은 장애물 때문에 평소에 10분 정도 걸리던 곳을 다녀오는데 30분 이상 걸렸다고 입을 모았다.

 “도로에 턱이 너무 높았고 장애우에게 필요한 시설물이 부족했어요. 경사도 힘들었습니다.” (지체장애체험)

 “텔레비전을 볼 때는 그냥 장애우들이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화를 할 때나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을 때 시간이 많이 걸려 너무 불편했어요. 이제부터 장애우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그리고 많이 도와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시각장애체험)

 교육이 끝난 후 기자는 한 학생에게 오늘 경험에 대한 느낌을 물어 보았다. 길을 가다 지나치는 장애우들 말고 장애우를 처음으로 만나 보았다는 그 학생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번 교육을 통해 그것이 다소 줄어들었다고 했다.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질문하자 “장애우들의 말도 잘 알아들을 수 없고 우리와 다르게 생겨서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길을 가다가 장애우를 만나면 엄마가 ‘너도 저렇게 되지 않으려면 조심하고 다녀라’고 말씀하셔서 ‘우리와는 정말 다른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거든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 학생은 “오늘 체험을 통해 길이며 시설들이 장애우들에게 너무 불편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사고나 병으로 누구나 장애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직접 휠체어를 밀고 눈을 가리고 흰 지팡이에 의지하여 위험한 횡단보도와 곳곳에 턱이 있고 울퉁불퉁한 길을 다녀 온 후 아이들은 달라져 있었다.

 이전까지 장애우를 만나지 못하고 장애에 대해 이야기로만 들었었다면 오늘 하루 짧은 시간이지만 교육을 통해 몸소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편견이 담긴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대다수 어른들의 각성이 더해진다면, 오늘 이 학생들의 경험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번 교육은 10월까지 서울시 각 교육청별로 한 학교씩 모두 11개의 초등학교에서 진행되며, 장애를 가진 18명의 일일교사와 100명이 넘는 자원활동자가 함께 할 예정이다.

 

글·사진/ 이수지 기자

작성자이수지 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