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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죽인 거나 다름 없어요”

경제난 속 벼랑에 몰린 영세 장애우 노점상 또 다시 분신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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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장애우 노점상이 폭력적 단속에 맞서 또다시 분신을 기도했다. IMF 이후 공식적으로 밝혀진 실직자 수가 지난 9월로 벌써 1백60만명을 넘어섰다. 결국 자영업을 할 수 없는 영세한 실직자들은 계속 노점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단속 위주의 행정 때문에 생긴 이번 사건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았다.


  장애우 노점상이 폭력적 단속에 맞서 또다시 분신을 기도했다. 지난 9월 24일 오후 10시 20분 서울 신당동 광희시장 앞 인도에서 옷행상을 하던 장애우 노점상 전창옥(44․소아마비)씨가 중구청(구청장 김동일) 용역 단속반 50여명과 경찰 2개 중대의 폭력적인 단속에 맞서 온몸에 기름을 붓고 분신을 기도했다.

  전 씨의 부인 이 아무개 씨의 따르면 전창옥 씨는 7년 간 미국에 있는 이모등 친척과 함께 식당업에 종사하다 사업에 실패하고 한국에 돌아와 남동생 전창렬 씨와 의류 좌판행상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여덟 차례나 계속되는 중구청의 단속에 3천만원에 달하는 물건은 뺏기고 빚더미에 올라않게 된 것이다.

  그러다 추석을 앞두고 다시 시장에 나가기 시작했으나 이날 또 다시 단속을 받게 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몸에 휘발유를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 씨의 몸에 불이 붙게 된 경위는 다른 동료 노점상의 실수에 의한 것으로 26일 본인이 자수함에 따라 밝혀졌다.

  현재 전 씨는 전신 70%에 3도 화상을 입어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이고, 동료 노점상 지 아무개 씨는 구속상태에 있다.

  그러나 사고 당인 현장에서 노점을 하며 단속과정을 목격했던 노점상들은 전 씨의 몸에 결정적으로 불을 붙인 사람이 전 씨 자신은 아니었지만 전 씨의 행위는 분신과 다름없다면 사건의 책임은 폭력적인 단속을 한 중구청에 있다며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예고도 없이 경찰을 대동해 갑자기 들이닥친 50여명의 단속반이 도로 양쪽을 막아 노점상들은 어디로 피신할 수도 없었다. 단속반들이 닥치는대로 물건을 빼앗아 트럭에 실자 이에 격분한 노점상과 단속반, 경찰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사이 전 씨가 가판 위에 올라가 온몸에 휘발유를 붓고 라이터를 켰다. 그러나 라이터가 젖어서 불이 붙지 않자 단속반들이 가판을 뒤엎었고 전 씨가 그만 가판 아래 깔렸던 것이다. 이 때 전 씨가 가판 아래에 깔린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동료 노점상인 지 아무개 시가 단속반들의 단속행위를 방해하기 위해 가판에 불을 지른 것이다.”

  전국노점상연합 최인기 선전국장 역시 “지난 3월 정부는 영세 노점 상인에게도 대출을 허용한다고 발표했고 지난 9월 초 김대중 대통령이 부산시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도 노점단속을 완화하라고 지시했는데 중무장한 경찰 2개 중대를 대동해 단속을 한 것은 과잉진압”이라며 “경찰과 중구청측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구청 김병태 건설국장 “김대중 대통령이 9월 4일 부산에서 노점단속을 완화하라고 지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IMF로 인해 실직한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지 최소한 5년 내지 10년 이상을 광희시장에서 일해온 노점 토박이들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며 또“완화하라고만 했지 노점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사항이 없어 주변 상가의 상인들이 노점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는 민원을 계속 올려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구청에서 책임을 회피함에 따라 위로금마저도 받을 수 없게 된 전창옥 씨 가족은 현재 입원비와 치료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 전창옥 시의 사정을 잘 아는 주변 노점 상인회에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우선 입원비와 치료비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편 광희시장내 상가에서 옷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우리는 비싼 임대료를 내는데도 노점이 입구를 막아 장사가 안된다. 그래서 우리 상인회에서 민원을 올린 거다. 물건을 사로 온 외국인들도 코리아가 너무 지저분하다고 한다. 세금 내는 사람 외는 다 치워야된다.

  너도 나도 다 노점을 차리면 사람 다니는 인도가 남아 나겠나?”라며 주변 노점 상인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광희시장 앞에서 노점을 하는 한 상인은 “노점 없는 시장이 어디 있는가? 그런 어려운 점이 있으면 대표자를 통해 먼저 우리측에게 얘기를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 불법으로 장사를 한다는 게 약점이기 때문에 늘 조심하고 있는데 평소엔 말 한 마디 없다가 그렇게 민원만 넣으면 우리가 어떡하란 말인가? 돈 있고 빽 있다고 그래도 되는가? 돈 있는 사람의 민원은 중요하고 돈 없는 사람의 생존권은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 지금 어딜 가든 장사 제대로 되는 데가 어디 있겠는가? 평상시 장사가 잘 됐을 때는 진정서를 넣거나 그런 거 없더니 IMF로 경기가 안 좋으니까 갑갑해서 민원을 낸 거다. 그렇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로 타격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항변 했다.

  결국 IMF로 인해 경기가 계속 침체되자 인근 상인들의 불만이 노점상에게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광희시장 주변에 대형 상가가 새로 들어서면서 기존 상가들의 수입이 더 줄어들자 이에 대한 민원의 중구청에 빗발쳤던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노점상인, 특히 비장애우에 비해 취업이 어려운 장애우 노점상들은 계속되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또 다시 노점을 나오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런 불상사가 또 다시 벌어진 것이다.

  IMF 이후 공식적으로 밝혀진 실직자 수가 지난 9월로 벌써 1백60만명을 넘어섰다. 결국 자영업을 할 수 없는 영세한 실직자들은 계속 노점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단속 위주의 행정만 펴게 된다면 이번 사건과 유사한 모습이 계속해서 재연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글/ 노윤미 기자

작성자노윤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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