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은 어렵지만 장애우는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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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이 지난 4월11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편의증진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경사로, 장애우주차장 등의 장애우편의시설이 가장 먼저 설치되야 할 곳으로 경찰서나 구청같은 관공서를 꼽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내 관공서의 대부분은 건물의 역사가 대부분 몇십 년에 이르는 오래된 것들이다. 그 동안 별다른 개보수 작업 없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건물들도 태반이어서 그 건물들에 장애우 편의시설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특히 엘리베이터같은 경우는 재정이 부족해 설치가 어렵거나 재정이 마련되더라도 건물이 노후해 자칫 건물 전체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장애우들은 그저 더 참아달라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강동구청에 가면 장애우를 위해 훤히 열려 있는 경사로와 장애우전용 엘리베이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상 6층, 지하 1층인 강동구청 건물은 79년도에 개청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으니 노후하달 수 있는 건물이다. 거기에 옥외 엘리베이터 설치공사를 시작, 97년 9월에 완공해 장애우가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만약 자가운전을 하는 장애우라면 장애우주차공간으로 인도되고 그 주차공간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경사로를 따라 건물 내로 들어갈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실내로 이어지는 문은 모두 자동문으로 설치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장애우들이 주로 민원을 처리하러 가는 1층에 장애우용 화장실을 하나씩 마련했다. 다만 엘리베이터 내부나 건물 전체에 시각장애우를 위한 배려가 없는 것은 아쉬웠다.
장애우용 엘리베이터 설치에 든 비용은 약 1억 5천만원. 강동구청 조공연 총무과장은 “다른 사업비에 비해 사실 어떤 측면에서 그 정도의 비용은 전체 예산에서 큰 부담을 차지할 정도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구의 경우도 계속해서 편의시설 설치를 미루고 있는 것은 결국 인식의 문제인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정이 어려우니 뭐니 해도 편의시설 설치에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동구 관내에는 십자성마을과 같은 전쟁 참전 상이군인들의 집단 거주지가 여러 곳에 형성돼 있다. 또 우성원, 주몽재활원과 같은 장애우시설이 있고 그 인근에 가족들이 이사와 정착해있기도 해서 장애우 세대가 천여 세대로 다른 지역에 비해 그 비율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구청을 방문해 2층에 위치한 사회복지과등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는 민원이 들어오곤 했었다. 이러한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보건복지부에 편의시설 관련 지침도 만들어지자 구정살람은 어려웠지만 강동구청의 김충환 구청장이 용단을 내린 것이었다.
강동구청 건물에 이어 구민회관에도 현재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위해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 이 구민회관 건물은 원래 쓰레기매립지였던 지대여서 지반이 나빠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 7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기 이전에는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 도움을 청하는 장애우가 있으면 젊은 직원들은 일하다 말고 장애우를 업으러 뛰어내려가기 일쑤였다고 한다. 이제는 엘리베이터 준공과 함께 1층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하여 장애우가 방문했을 경우 사회복지과등의 관련 업무 담당자들은 직접 1층으로 내려와 서류처리를 해준다. 그렇게 하면 거의 대부분의 민원은 해결되기 때문에 단순히 각종 서류의 처리문제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경우는 더 드물어진 것이 사실이다.
요즈음은 IMF시대를 맞아 절전운동이 한창이지만 실내등을 하나씩 더 끄더라도 장애우는 구청을 이용하는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강동구청측의 의지이다. 이렇게 장애우를 포함한 구민 전체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그마한 개혁조치들에 힘입어 강동구는 지난해 말과 올해 2월 두 번이나 전국 최우수자치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글/ 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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