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보다 ‘사람’이 먼저
1997년 <함께걸음>, 탈시설을 되돌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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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탈 시설’을 화두로 삼은 건 굳이 성람재단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인권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개선이나 제도보완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걸음>은 이미 십년 전인 1997년, 5회에 걸쳐 ‘21세기 장애인 복지의 과제, 탈시설화’라는 주제로 시설중심의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 당시 <함께걸음>은 탈시설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갖고 있었는지 정리해봤다.
시설주체를 시설장으로 인식하는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김종인 교수는 ‘탈시설화 논의, 왜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시설복지의 구조적 모순과 폐해성에 대해 ▲ 수용시설에 버려진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욕구 파악을 하기 어렵고 인권침해의 사각지대가 되기 일쑤며 ▲ 사회복지시설의 대규모화와 장기수용으로 인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점 ▲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주체가 마치 시설장인 것처럼 되어있고, 시설 생활인들은 수혜자로 일방적으로 수혜받는 대상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태영 교수 역시 ‘국내 장애우복지시설 현황과 탈시설화를 위한 개선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시설운영자와 직원이 ‘생활인을 시설에 맞추려는’사고에서 ‘시설을 생활인에 맞추려는’ 사고로 인식의 전환을 시급히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사례를 들며 탈시설화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바탕으로 <함께걸음>은 탈시설화의 대안모델로 ▲ 지금도 활발히 논의 중인 ‘그룹 홈’ ▲ 미국의 ‘자립생활의 집’ ▲ 일본의 ‘자립생활센터’ ▲ 호주의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1997년만 하더라도 ‘그룹 홈’은 시설서 나온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오기 위한 중간단계의 역할을 담당하며 탈시설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십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을 봤을 때 양만 늘었을 뿐, 기대만큼 역할을 담당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적책임보다 장애인 가족 등 사적책임에 의존하기는 여전한 게 현실인 것.
그룹홈, ‘정부 적극적 지원 없으면 소규모 시설로 변질 우려’ 예측 그대로 맞아
이화여자대학교 박현숙 교수가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과 그룹 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의 월 소요비용(1993년 기준)을 비교해본 결과 그룹 홈이 월 1만4백88원이 많이 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엠마우스복지관 장비 실장은 “수용시설과 그룹홈 운용비용, 효과를 체계적으로 비교할 필요성이 있으며 수용시설의 비용이 더 든다면 굳이 시설중심의 복지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룹 홈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일인당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서울시그룹홈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그룹 홈의 경우 프로그램 진행비, 관리비, 선생님 인건비 등 지출금을 합친 후 12개월로 나눴을 때 평균 93만7천500원이 장애인 한 명에게 지출된다.
이에 비해 민주 노동당에서 조사한 시설 장애인 일인당 지원되는 비용은 1백24만2천288원(2005년 기준)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똑같은 항목으로 비교한 게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 치로 보긴 힘들지만 액수에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설 활성화 정책’이외에는 전혀 대안이 없는 것처럼 정책을 이끌어가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 십년 전 조차 여러 가지 대안을 고려해 복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음에도 실적위주의 전시행정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음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1997년도에는 그룹 홈이 시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하다고 봤을까. 당시 전문가들은 ‘그룹 홈이 탈시설의 과도적인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냐 외형만 달리한 소규모 시설로 전락할 것인가는 종사자의 전문성과 기본자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것’으로 지적했다.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고, 안타깝게도 소규모 시설로 전락할 위기에 빠져있다.
서울시그룹홈지원센터의 김수진 부장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지원받고 있는 그룹 홈은 116개지만 정부의 미신고 시설 폐쇄 정책에 따라 개인소유의 시설이 신고시설로 전환하며 현행 시설 법에 맞추기 가장 쉬운 그룹 홈으로 20여개가 편입됐다”며 “이 시설들은 10여 명 가까이 생활하는 등 그룹 홈 형태가 아닌 소규모 시설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자칫 그룹 홈의 개념부터 흔들릴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십년 전 기획연재에서도 알 수 있듯 아무리 좋은 시설에서 생활한다 하더라도 장애인 스스로 자존감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립생활을 통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함은 변하지 않은 당위다. 이 같은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기득권 유지 때문일까, 행정편의 발상 때문일까. 그 진실이 궁금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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