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선교원, 그 이후 삶은?
수다방 / 시설에서 독립한 장애우들의 이야기
본문
지난 2005년 3월, 수원 지방검찰청 앞에서는 금품갈취, 성폭행, 상습구타 등 시설서 자행할 수 있는 온갖 악행을 저지른 바울 선교원 원장과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안양시장, 안양시 사회복지과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독교계에서는 ‘좋은 일을 하는 이’라고 평가받던 바울 선교원의 실상이 공개되자 충격에 휩싸였다. (함께걸음 2005년 4월호 참조) 사람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공간에서 알코올 중독, 지체장애, 정신장애, 교도소 출소자 등 장애영역이나 나이 구분 없이 온갖 학대상황을 겪던 일들이 제보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시설공대위를 중심으로 꾸려진 조사단이 바울 선교원을 찾아 조사를 시작하자, 시설장은 자취를 감췄고, 그날 저녁 의문의 화재가 발생해 전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 남아있던 조사단원이 없었더라면 크나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을 넘겼지만, 시설 생활인들이 받아온 학대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실 규명이나 보상 없이 그렇게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2년째, <함께걸음>은 당시 바울 선교원에 있던 이들 중 다른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 독립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7명의 장애인을 만나 시설 밖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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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함께 생활하던 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떤 일로 이렇게 모이게 됐나.
정욱조(이하 정): 바울 선교원에 있으며 금전적으로 피해본 것을 합의하기 위해 원장을 만났는데, 너무도 터무니없는 액수를 제시한다. 이 돈만 받더라도 갈 데가 없어 불안해하며 살지는 않을 수 있다.
백씨부부, ‘전세서 생활, 월 62만원 수입 대부분 찬거리로 지출. 문화생활은 꿈도 못 꿀 형편’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어떻게 구했나. 백남현(이하 백):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융자해주는 프 로그램을 통해 전세 1천만 원짜리에서 살고 있다. 국가는 우리가 들어가 있는 전세금을 주인에게 내주고, 우리는 나라에다가 이자를 낸다.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면 전세금은 다시 나라에서 찾아가는 방식이다.
직장이 없나. 그렇다면 생활하기 힘들 텐데.
백: 바울 선교원 들어가기 전부터 허리 디스크와 심근 경색이 있어서 취업은 힘들다. 현재는 둘이 받는 생계비와 장애수당으로 받는 62만원으로 생활한다.
어디에 주로 지출하나.
백: 제일 많이 쓰는 데는 반찬 등 식비다. 그다음이 도 시가스, 전기료, 오물세 등 각종 공과금인데 대략 12만 원 정도를 지출한다. 쌀이야 주기 때문에 문제없는데 반찬은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사먹는 돈으로 평균 4~50여만 원이 나간다.
먹는 것 이외에는 지출할 수 있는 돈이 전혀 없는데.
백: 현재 생계비로는 참담하게 생활할 수밖에 없다. 옷도 사 입는 게 아니라 얻어 입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서 문화생활은 꿈같은 이야기다. 그래도 전세니 나을 것 같다. 백: 지금이야 매월 전세이자로 3만8백 원만 지불하면 되는데, 월세를 내야 한다면 제일 싼 옥탑방 같은 곳을 찾아 헤맸어야 했을 거다.
전씨부부, ‘월 87만원 수입, 매월 월세비 지출로 생활 극히 빈곤’
자녀까지 있기 때문에 생활이 더 어려울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어떻게 구했나.
전창현(이하 전): 보증금 1백만 원에 월 36만 원짜리 에서 살고 있다. 처음 시설에서 나왔을 때는 무일푼이라 정씨에게 돈을 빌려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생활은 어떻게 하나. 전: 생계비 등으로 받는 87만원으로 산다. 하지만 월 세 나가고, 세금내고 보면 마이너스다. 나야 장애가 그리 심하지 않고 기술도 있어서 일을 하고 싶지만, 자칫 수급자가 잘리면 일해서 버는 것보다 생활이 더 나빠지기 때문에 할 수 없다.
한 달 지출내역을 공개해 달라.
전: 통신비 등을 합쳐 공과금으로 20만원, 월세 36만 원, 식대로 25만 원가량이 고정적으로 들어가고, 아이에게 이것저것 들어간다. 방세만 조금 싸면 여유가 생길 텐데 지금 갖고 있는 보증금으로는 마땅히 얻을만한 데가 없어 엄두도 못 낸다.
정씨네, ‘셋이 월 135만원 수입, 친구후원 덕분에 그나마 숨통’
시설에 있던 세 분이 함께 지내는데,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정: 보증금 5백만 원, 월세 30만원에 산다. 처음에는 바울 선교원에 들어오기 전에 아이들 앞으로 들어놓은 교육보험으로 대출받아 생활했는데, 지금은 3명의 생계비와 장애수당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한 달 수입이 생계비 등을 합쳐 135만원이다.
이 돈을 어떻게 쓰는 지 궁금하다. 정: 방세로 30만원씩 나가고 적금 70만원, 대출이자 30만원, 공과금과 핸드폰 요금, 담뱃값 등으로 40여만 원을 쓴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데.
정: 친구가 40만원씩 지원해주고 있다. 이 돈을 요긴 하게 쓰고 있다. 힘들더라도 마음대로 라면 끓여먹을 수 있는 지금이 좋아 최소한의 수입으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어떤 게 걱정인가.
정: 의료비다. 언제 어떻게 병원에 갈 일이 생길지 모 르는데. 이것만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를 받더라도 일하고 싶다.
백: 나 역시 건강이 안 좋으니 의료비가 가장 걱정이다. 제도적 안전망은 없는데,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으니...
여기 모인 분들 대부분이 특별한 직업이 없다. 하루 종일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다.
전: 보통 6시에 기상해서 6시 30분경에 식사준비를 한다. 집사람은 집에서 1백 미터만 떨어져도 찾아오지 못해 내가 항상 옆에 있어줘야 한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 보고, 책도 보다가 저녁때 근처로 바람 쐬러 나가고 그렇게 생활한다.
백: 우리 집도 내가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집안일하 고 컴퓨터 게임을 한다거나 텔레비전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시설에 있었을 때보다 지금의 생활이 그리 크게 향상되지 않았을 듯싶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는가.
전: 당연히 지금이 좋다. 예전엔 아이 방 옆에 알코올 중독자가 생활했다. 방이라고 해봤자 나무 합판으로 대 놓은 거니 소리가 다 들린다. 술에 취하면 욕하고 때려 부수고 하는데 아이가 뭘 배우겠나. 또 시설에 있을 때는 친구들이 없었는데 지금은 크게 잘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동네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다니며 놀 수 있으니 다행이다.
백: 우리도 지금이 너무 좋다. 어렵긴 하지만 사생활이 보장된 가운데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 정: 당연히 밖에서 생활하는 게 좋지. 무조건 주는 대 로 먹어야 하고, 일어나야 하고, 생활해야 하는데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하다못해 텔레비전을 보더라도 보고 싶은 채널이 틀린데 시설에서는 이런 게 불가능하다. 지금이야 호주머니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술도 마실 수 있고, 먹고 싶은 걸 사먹는다거나 라면도 끓여먹을 수 있지만 이 사소한 것조차 시설에서는 불가능하다.
주택문제만 해결되면 시설서 있으려는 이 극히 적을 것
화재로 인해 갑자기 나왔기 때문에 아무 준비 없이 자립생활을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혹시 지역사회로 부터 나와 동사무소나 복지관 등에서 제공받은 서비스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정: 나 같은 경우는 이미 시설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와서 살 집을 미리 구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 처음 나와서 전씨 부부등과 다 같이 살 때는 복지관에서 세탁기나 가스레인지 등을 지원 받았다. 하지만 사회복지 담당공무원은 달랐다. “조그만 곳에서 여러분들 살기 힘드시겠다”는 말만했지, 아무런 도움을 안줬다가 올 추석에 처음으로 쌀과 휴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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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하다못해 전세비 대출받는 것도 다른 이를 통해서 알게 됐다. 우리는 작은 끈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동사무소나 시청을 찾아가 이야기 하는데, 너무도 자신의 편의에 따라 행동하고 말한다.
정: 맞다. 가서 떠들면 해주고, 안 그러면 평생가야 안 준다. 각자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생활하고 있으리라 본다.
어떤 것이 해결되면 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을 선택하지 않고 자립생활을 꾸려나갈 거라고 생각하는가.
정: 가장 큰 문제는 ‘집’이다. 시설에 아무리 오래 있 어봐야 갖고 있는 돈이 없으니 집을 구할 수 없다. 음식은 푸드뱅크서, 옷은 얻어 입으면 된다. 하지만 집 없이는 살 수 없잖은가.
전: 맞다. 시설 생활인들에게 보증금 백만 원은 일억 원에 가까운 가치다. 어떻게든 집만 마련되면 다 생활할 수 있다.
백: 나 역시 주거해결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안식 하고 꿈을 계획할 수 있는 주거공간이 있어야 자립 생활할 수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하루 먹고살기도 바쁘다. 물론 시설서 애초에 나오는 거 자체도 어렵고. 정: 물론 살 집을 마련해도 사회생활에 적응 못하는 장 애우도 있다. 이럴 경우 다시 시설에 들어갔다가 그룹 홈 등을 통해 독립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는 등의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굳이 시설에서 생활하려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또 아까 임대주택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무료라고 하지만 사실 돈이 든다. 이런 비용은 생계비에 포함해 지원해줬으면 한다.
주거 문제 외에 또 다른 게 필요하다면.
백: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상담하거나, 정보와 인권보호를 받을 수 있는 단체가 있었으면 한다. 물론 없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해야 할 텐데 여러 가지 이유만 들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정: 본인 스스로의 마음자세도 중요하다. 나오기 전에 철저하게 어떻게 살지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아 시설에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출입한다. 이들을 통해서라도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본다. 이와함께 공무원의 의식개선도 필요하다. 자립 생활하는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지만 몰라서 이용 못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시청이나 동사무소에서는 이를 가르쳐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정보가 있는데 왜 안 가르쳐 주냐고 따져 물었더니 “모든 정보를 우리가 검색해서 알려주는 것도 힘들고, 이를 일일이 알려주기도 어렵다”고 말하는 건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이 할 말이 아니라고 본다.
전: 노동도 문제다. 수급권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일 하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일해서 번 돈이 수급액보다 크다면 그래도 일을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일을 하겠나. 때문에 빈곤상황을 극복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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