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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에 먹칠하는 야시장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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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장애인 단체들의 불법 야시장 개설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지역 축제가 자주 열리는 것을 계기로 풍물시장이라고도 불리는 야시장 천막을 설치해 수익을 챙기려는 장애인 단체와 이를 막으려는 지방자치단체와의 마찰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급기야는 지자체의 단속 과정에서 장애인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장애인 단체 임원들이 경찰에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12월 12일 충북 충주 경찰서는 장애인 단체 기금을 마련한다며 충주시의 불허방침에도 불구하고 야시장 개설을 강행했던 사단법인 환경장애인연구협회라는 단체의 충북 지부장 박모씨(39)와 이 단체 홍보부장 최모씨(27)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장애인 단체 대표가 범법행위를 저질러 구속되는 것은 드문 일에 속한다.

지금 야시장을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내막을 추적했다.

   
장애인 단체의 야시장 개설로 문제가 됐던 충주 옛 시외버스 터미널 부지
   
 

불법 야시장 개설 사건으로 장애인 단체 대표 두 명 구속
수사를 담당했던 충북 충주경찰서 고모 형사에 따르면, 구속된 두 사람이 속해 있는 환경장애인연구협회는 지난 8월 15일 충주시의 허가 없이 충주 이마트 옆 옛 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 가설 건축물 78동을 설치하고, 같은 날 17일 철거에 나선 시 공무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면서 공무집행을 방해했고, 또 같은 날 충주시청에 몰려가서 시청사 현관 유리문과 시장실 탁자를 파손했다고 한다.

좀 더 자세한 당시 상황을 알아보면 경찰에 따르면, 8월 17일 09시경 협회 회원 7명이 충주 시청에 몰려가서 시청 현관문과 시장 비서실 탁자를 파손하고, 이 날 오후 3시경 충주시청 공무원 2백여명이 야시장 천막 철거에 나섰는데, 장애인들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엘피지 가스통을 가져와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하는 등 현장이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런 일이 있고 난 후에도 지난 10월 초 충주에서 있은 세계 무술축제 기간 동안 충주시 종합운동장 인근에서 야시장 천막 108동을 설치하고 일주일간 불법 영업을 하기도 했다는 게 역시 경찰 얘기였다.

야시장 업자와 장애인 단체와의 유착 관계를 물어보자 고 형사는 “처음 옛 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서는 업자들 신청을 받으려고 했는데 천막을 설치하는 단계에서 시청에서 철거했기 때문에 업자들이 들어온 게 없는 것 같고, 무술축제 기간에는 업자들 신청을 받아 영업을 했는데 단체 말로는 오히려 적자 봤다고 하더라,”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눈길을 끄는 건, 불법 야시장 천막을 설치하려고 나선 장애인들이 충주시에 사는 장애인들이 아니라 청주시에 근거지를 둔 환경장애인연구협회 충북 지회 소속 장애인들이라는 점이다.

충주시가 아닌 타 지역에 사는 장애인들이 왜 충주시에 가서 야시장을 하려고 했는지, 숨겨진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충주시청 건축과를 찾아갔다.

충주시청 건축과 김모 계장에 따르면, 환경장애인연구협회의 가설건축물 설치 신고 공문이 시청에 접수된 것은 8월 14일이다. 기자에게 보여준 공문에는 이 단체가 환경부 인가 198호로 허가받은 사단법인인데, 환경오염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의 복지를 위해 설립된 단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재활사업 신청 건’이란 제목 아래 남북 장애인 복지와 환경오염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장애인의 재활사업을 위해 가설 건축물 설치를 신청하니 허가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충주시청에 관계자에 따르면, 단체에서 야시장 천막을 설치하겠다는 부지는 시에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고, 야시장 천막을 설치하면 주변 지역 교통난이 유발되기 때문에 절대 불가하다고 통보한 것이 8월 16일이었고, 이어 17일 천막을 철거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동원해 행정대집행에 나섰다고 한다.

 충주시청 건축과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장애인 단체에서 옛 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 야시장 천막을 설치한 게 충주시 뉴스 방송에 나가니까 시민들의 ‘왜 내버려두느냐’는 항의가 시청에 빗발쳤어요. 중소지역 특성상 야시장이 한 번 열리면 시내 음식점이 문을 다 닫을 정도로 장사가 안 되기 때문에 절대 야시장 설치를 허가해 줄 수 없었는데, 그래서 시 자체에서도 작년부터 축제기간동안 야시장을 열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했는데, 단체에서는 막무가내였죠. 야시장 불가 방침을 통보하자 시청에 몰려와서 항의를 하는데 공무원들에게 오물을 뿌리고, 현관문을 부수고, 행패가 무척 심했어요. 철거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많이 다치기도 했고, 그래서 10월 무술축제기간 동안에는 야시장 천막 철거를 못했는데, 야외 넓은 땅에 천막을 설치해서 통제가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말자고 방송 등을 통해 홍보한 게, 시의 공식적인 대응 이었습니다.”

잇따르고 있는 야시장 개설 시도
그러면 야시장 개설 건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사단법인 환경장애인연구협회 충북 지회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기자는 이 단체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관계자는 “회장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야시장을 하려고 했고, 충주시에서 허가는 하지 않았지만 묵인 했었는데 막판에 철거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자세한 사항은 김모 부회장에게 물어보라고 해서 기자는 다시 김모 부회장과 통화 했다. 그는 “단체가 2001년에 설립됐고, 큰 도시마다 지부들이 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야시장을 추진하기는 어렵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야시장을 열면 단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니라 돈을 받고 업자에게 운영권을 넘기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자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단체를 비롯해서 일부 장애인 단체가 야시장 개설 건으로 물의를 빚은 게 이번 한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지난 8월 27일 인천에서도 불법 야시장 개설 혐의로 장애인 단체 관계자 두 명이 경찰에 구속됐는데, 충주시 사례와 똑같은 양상이 벌어졌던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또 같은 달 충북 진천에서도 지역축제 야시장 허가권을 얻지 못한 환경장애인연구협회 소속 장애인 40여명이 진천군청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여 지역에서 크게 문제가 된 사건이 벌어졌었다.

특히 사안이 심각했던 것은 지난 6월 인천 부평에서 벌어진, 자치단체의 야시장 강제철거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한 장애인이 숨진 채 발견돼서 충격을 준 사건이다. 당시 숨진 장애인은 주수길씨(48.지체장애 2급)였는데, 이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환경장애인연구협회라는 단체가 등장한다.

6월 17일 환경장애인연구협회 인천 지회는 부평풍물축제를 맞아 부평공원에 천막 30개동을 치고 불법 야시장을 열었고, 지자체는 지체장애인협회 부평지회에 철거용역을 줘서 강제철거를 단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씨가 숨진 것이다. 즉 당시 사건은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들끼리 물리적 충돌을 빚어 장애인이 숨졌기 때문에 장애계에 더 충격을 줬었다.

단체 난립 문제도 심각해
이렇게 일부이긴 하지만 장애인 단체의 불법 야시장 개설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 장애인 단체가 야시장 개설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답은 짐작대로 돈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단체의 불법 야시장 개설이 문제가 되는 건, 장애인 단체들 뒤에 야시장 전문 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장애인 단체에 접근해 돈을 주고, 돈을 받은 단체 간부가 장애인을 일당을 주고 동원해 불법 야시장 천막을 설치하면 다시 업자가 나서 상인들을 모아 영업을 하는 게 불법 야시장 개설의 일반적인 양상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야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을 돌며 장사를 하는 야시장 업자들은 자기들이 야시장 개설을 못하니까 장애인 단체에 접근해 착수금으로 5백만원에서 1천만원 가량을 건넨다. 돈을 받은 지역 장애인 단체장들은 회원들을 동원해 불법 야시장 천막 설치에 나서고, 야시장 천막을 설치하면 운영을 업자들에게 넘기고 나머지 돈을 받는 방식으로 지역 야시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계에서 불법 야시장 문제는 먼 과거 일로 치부됐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야시장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대해 이 관계자는 “어려운 지역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나비 축제니 인삼 축제니, 구실을 붙여 지역 특산물과 상징을 가지고 지역 축제를 열다보니 축제 기간 동안 불법 야시장을 열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한 업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외적인 요인보다, 장애인들이 힘들게 살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단체들의 불법 야시장 개설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겠다. 불법야시장 설치에 나서는 장애인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중년 남성 장애인들이다.

이들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그 어떤 수단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고 일당 2-3만원이 무척 절실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에 불법인줄 알지만 야시장 설치에 행동대원으로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어려운 장애인들 현실과 야시장 업자의 농간, 그리고 일부 장애인 단체 간부의 사욕 때문에 불법 야시장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이로 인해 결국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떼를 쓰는 존재로 비쳐지는 식으로 악화돼서, 선의의 대다수 장애인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으로 불법 야시장 개설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번 사건으로 확인된 사실이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장애인 단체가 난립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겠다. 지금처럼 온갖 구실을 붙여 장애인 단체를 만들고 정부의 사단법인 인가를 받는 행태가 계속 되면, 결국 장애계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자정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막는 제도적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할 수 있겠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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