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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장애우 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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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구의동 아차산 자락에 자리 잡은 노들장애인야간학교.

차가운 형광등 불빛 아래 오롯이 모여 앉은 늦깍이 장애우들의 배움터다. 신체적 부자유와 불합리한 교육환경,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배움의 시기를 놓쳐버린 이들이 늦게나마 뛰어든 교육의 현장.

국내 장애우 중 50% 이상이 초등학교 교육조차 받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듯 중검(청솔반) 과정에서 한글을 깨우치고 있는 20대 후반의 학생들과 칸막이가 쳐진 교실 한켠에서 고검(불수레반)과 대검(한소리반) 과정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밤 시간은 짧기만 하다.

노들야학은 93년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가 교육혜택을 받지 못한 장애우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장애우 재활단체인 정립회관 3층에 개설한 비정규 교육기관. 서울 수도권 지역에 산재해 있는 50여개의 평범한 야학 중 한 곳이다.

현재 재학생은 중검 4명과 고검 7명, 대검 8명 등 모두 열아홉 명. 뇌성마비, 소아마비 등 1급 장애에서 가벼운 장애까지 장애의 등급도, 10대에서 50대까지 연령도 교과 과정도 다양하지만 배움의 열기를 가로막는 장애는 없다.

그러나 때늦은 배움의 길은 순탄치 않다. 일에 지친 낮시간의 피곤한 몸은 졸음의 유혹을 달래기는 역부족이다. 이들 중 다수가 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전자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들. 주경야독 하는 셈이다.

1년에 두 차례 치러지는 검정고시는 그간의 공부에 대한 평가를 받는 날, 교사도 학생도 설레이는 마음으로 고사장으로 향한다. 모두가 희비가 엇갈리는 시간이지만 결과에 연연하지도 절망하지도 않는다. 동병상련의 정과 성취감으로 따뜻한 우정과 관심을 가져주는 야학생활에 더 만족하기 때문이다.

‘밑불이 되고 불씨가 되자’는 교훈 아래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교사들은 다름 아닌 대학생. 각자 강의가 끝나는 오후 시간이면 어김없이 야학으로 달려와 그 날의 수업준비를 한다.

대학과 전공은 서로 다르지만 16명의 교사들은 동생같은, 친구같은 또는 큰 형님같은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수업 열기에 휴강이나 부실한 수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만큼 수업준비는 철저하다. 물론 아무런 보수나 대가도 없다. 학점과도 무관하다. 오직 대학생들만의 순수한 열정 뿐이다.

다변화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장애우 교육문제는 풀기 힘든 숙제와도 같다. 턱없이 부족한 교육시설과 장애우를 보는 사회적 편견이 또 다른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몸과 훌쩍 먹어버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배우려는 장애우들의 고독한 의지, 헌신적으로 가르치며 힘이 되어주는 교사들의 봉사정신. 이것이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또 다른 든든한 힘일 것이다. (야학 연락처 (02)446-9101)


글/ 한명섭 (한국대학신문 사진기자)

작성자한명섭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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