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차별 금지와 사회통합이 기본이념인 복지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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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복지의 기본법인 장애우복지법이 조만간 개정될 전망이다. 장애우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전문가의 글을 통해 장애우복지의 미래를 알아보기로 한다.
지난 81년 4월에 제정된 「심신장애인복지법」이 89년 12월에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된지 10여년 만에 또 다시 전면 개정된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그간에 한번도 개정되지 않아 시대의 흐름과 장애우의 복지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장애인복지법 개정 논의는 지난 해 당시 집권당이었던 신한국당에서 개정안을 내놓았고 새정치국민회의에서도 이성재 의원이 장애인복지기본법을 제안하여 적극적인 개정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해 말부터 시작된 IMF한파로 생황보호대상자가 급증하고 실업자가 대량 발생, 이들에 대한 생활보호 대책이 시급해지면서 장애인복지법 개정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 제대로 심의도 못한 채 금년 정기국회로 넘어왔다. 금년에는 정부, 여당에서도 장애우 범주 확대와 현실과 동떨어진 사문화된 조항 정리, 지난 89년 이후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른 장애우 정책의 변화를 법제화할 필요성을 인식, 적극적으로 대응해옴에 따라 이성재 의원을 중심으로 다시 개정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새정치국민회의에서는 장애인복지법의 올바른 개정을 위해 장애우단체 추천 인사와 전문가들로 ‘장애인복지법개정기획단’을 구성하여 법 개정작업을 추진하였다. 장애인복지법개정기획단에서는 장애우 복지단체들의 의견을 받고 현행법과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안을 비교 검토하여 지난 10월 초에 개정안을 마무리하였으며, 국민회의에서는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법개정 방향 및 개정법안의 특징
이번에 국회에 제출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지금까지 장애계에서 거론된 제도의 구체적인 법제화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법 개정의 기본방향은 첫째,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통합을 장애우복지의 기본적 이념으로 명시하고 둘째, 장애우 중심의 복지체계 구현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확충하며 셋째, 생애주기에 따른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체계를 개편하여 법 시행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넷째, 장애우의 범위를 신체기능 뿐만 아니라 내부기관의 장애, 정신적 질환까지 확대하였으며 다섯째, 장애우 차별금지 등 인권의 확대와 여성 장애우, 장애우 부모 등의 정책 참여방안을 신설하였고 여섯째, 장애우의 정보접근권, 장애유형에 따른 재활서비스 제공, 장애우 생산품의 우선 구매, 재활보조기구의 개발·보급, 정신지체장애우의 복지서비스 강화 등 장애우의 새로운 복지수요에 대응하며 일곱째, 이에 필요한 장애우복지정책의 효율성 및 연구체계의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즉, 이번 법안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장애우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성격과 개별서비스를 구분, 체계화하고 전 생애에 따른 복지서비스를 담은 종합법적 성격의 법률이며, 현행 8장 58조 부칙 5조에서 10장 93조 부칙 7조로 조문이 대폭 확대되었다.
개정법인의 주요 골자
1. 장애우복지의 기본적 이념 명시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그 지향하는 기본적 이념이 없다. 개정 법안에는 장애우복지의 기본개념을 ‘다른 보통 시민과 동등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으며, 완전한 참여와 평등, 기회균등화를 통한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있다’고 명시하였다.
2. 장애우범주 확대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지체 등으로 제한되었던 장애우의 범주가 신체기능 및 내부기관의 장애 등 신체적 장애와 정신지체 또는 정신적 질환으로 발생하는 정신적 장애를 포함함에 따라 만성 신장·심장병과 치매·자폐 등 중증정신질환자들도 장애우로 분류되어 각종 복지혜택을 받게 된다.
3. 장애우 차별금지 및 인권의 확대
개정법안에서는 장애우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을 신설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모든 국민의 장애우차별금지를 규정하였다. 이에 따르면 장애우에 대한 명예훼손, 학대·유기·차별행위·시설설치방해가 금지되며 구걸·강매·폭리 등 장애우를 이용한 부당한 영리행위가 금지된다. 특히 장애우의 참정권 행사를 위하여 장애우 편의시설의 설치, 참정권 행위에 관한 홍보, 투표용 보조기구의 개발, 보급 등 조치를 강구하게 된다.
이 중 복지시설의 설치·운영 등을 방해하는 경우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장애우의 입학지원 또는 입학에 불리한 조치를 취하는 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형벌규정을 강화하였다.
4. 여성 장애우 및 장애우 부모의 권익 보장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 장애우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여성 장애우의 가정생활과 사회활동을 지원하고 전문적인 상담과 권익보호를 제공하는 여성 장애우 생활지원센터를 장애우복지시설로 인정하였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우 복지에 관한 정책의 결정과 그 실시에 있어서 장애우의 부모 및 배우자의 의견을 존중하여야 하며, 장애아동과 중증장애우 보호자의 추가적 소득보장을 위해 장애아동 부양수당, 중증장애우 보호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였다.
5. 장애우복지조정위원회 설치 및 장애우 복지발전 계획 수립
장애우복지 종합정책을 수립하고 관계 부처간의 의견을 조정하며 그 정책의 이행을 감독하고 평가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하에 장애우복지조정위원회를 두고, 장애우복지에 관한 사항을 심의·건의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에 중앙장애우복지위원회를, 특별시, 광역시, 도에 지방장애우복지위원회를 두도록 하였다.
장애우복지조정위원회는 장애우복지정책의 기본방향 및 장애우복지증진을 위한 제도 개설 방안과 예산지원, 그리고 특수교육정책과 장애우고용촉진정책의 조정, 장애우복지에 관한 관련 부처의 협조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 조정하게 된다. 또한 본 위원회는 매5년마다 장애우복지발전계획을 수립, 집행하고 그 실적을 국회에 보고하게 된다.
6. 장애우의 정보접근보장
청각장애우 등이 원활하게 정보에 접근하고 그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전기통신, 방송시설의 정비와 방송, 국가적인 주요 행사, 민간 주최의 주요 행사에 수화통역, 자막방송 등을 실시하도록 하고, 점자 및 음성도서의 보급을 규정하였다.
7,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국민의 책임 명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의 발생을 예방하고, 장애의 조기발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자립을 지원하여 완전한 보호를 실시하여 장애우의 복지를 증진할 책임을 지며, 장애우 복지시책을 장애우와 보호자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거나 국민이 장애우에 대하여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하며, 모든 국민은 장애발생의 예방, 장애의 조기발견에 노력해야 하며, 장애우의 인격을 존중하고 사회통합의 이념에 기초하여 장애우 복지증진에 협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8, 장애우복지시책의 확대
장애발생의 예방을 위하여 임산부와 신생아에 대한 검진, 예방접종 실시 조항을 신설하고 공동주택의 장애우 우선 분양·임대, 주택의 구입, 임차 자금과 개·보수를 위한 비용지원 등 실제적 조치사항을 삽입하고, 장애우 수첩을 등록증 제도로 개선하고, 장애우의 생활 안정을 위해 세제상의 조치와 공공요금·운임·이용료 등의 경감, 장애우 사용 자동차 등에 대한 지원 명문화, 장애우 보조견의 육성보급지원, 장애우 생산품의 우선 구매와 발주지정제도의 도입, 장애우복지시설의 설치와 장애우복지사업 관련 시설의 설치를 위해 국·공유 토지, 건물 등의 매각과 유·무상 임대조항 신설, 기존의 생계보조수당을 장애수당으로 변경하는 등 생업지원 조문을 신설하였다.
9. 사회적응훈련 실시 및 장애유형별 재활서비스 제공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우가 재활치료 후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사회적응훈련을 실시하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장애우의 일상생활에서의 편의증진 및 사회활동 참여증진을 위하여 장애유형별 재활서비스 제공 등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하였다.
10. 재활보조기구의 개발·보급
재활보조기구의 정의를 명시하고 재활보조기구의 교부·수리와 생산업체에 대한 장려금 지급, 기술지원, 우수업체의 지정, 자금의 융자와 보조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뿐만 아니라, 재활보조지구의 품질향상 등을 위하여 연구개발 활동의 지원과 품목고시제도를 규정하였다.
11. 장애우복지기금 설치
장애우 재활·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장애우복지기금을 설치하여 장애우 예방 및 재활지원을 위한 조사·연구, 장애우 생업 및 생활안정 지원·융자, 장애우복지단체의 사업 및 운영을 지원한다.
12. 한국장애인복지연구원 설립
장애우의 복지증진과 사회활동 참여증진을 위한 연구업무 등을 위하여 한국장애인복지연구원을 설립하여 장애우복지에 관한 일반 연구사업을 비롯, 장애우 편의시설과 재활보조기구의 연구개발 및 기술지원사업, 장애우복지 전문 인력의 양성·훈련 및 관리사업 등을 하도록 하였다.
향후과제
이번 국회에 제출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향후 장애우단체들의 의견 수렴과 당정협의, 상임위 심의 등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이 개정안에 대하여 벌써 장애우단체들의 이해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장애우단체에서는 장애우단체와 장애우지원단체의 구분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장애우단체의 독점적 사업권확보 등 육성조치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있으나 장애우단체와 지원단체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통합정신에 위배하므로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오히려 장애우단체와 지원단체를 구분하지 않고 장애우복지단체로 통합하자는 의견도 있다.
또한 이번 개정법률안이 청각장애우의 특수성과 문제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청각장애우들에게는 여전히 ‘장애가 있는 법’일 수밖에 없다면서 정보접근과 관련된 별도의 장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그리고 정신지체인복지는 여러 면에서 다른 장애유형과 다르기 때문에 정신지체 및 발달장애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을 마련하거나 정신지체인복지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맹인복지연합회에서도 맹인안내견도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견에 대한 규정의 도입은 무리가 있으며, 정보접근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맹인들을 위해 정부가 컴퓨터 주변기기 등을 구입해 대여하는 제도 등의 도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차별금지에 있어 선언적 조항으로 현실성이 결여되고 벌칙 등이 미약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정부 일각에서는 장애우조정위원회는 신설하되 정부의 각종 위원회 정비계획과 관련하여 중앙 및 시·도 장애우복지위원회는 폐지하고, 매5년마다 장애우복지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법에 규정할 사항이 아니므로 이의 삭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우차별금지조항에 있어 구체성 부족 등의 이유로 형벌조항을 둘 수 없으므로 현행과 같이 선언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며, 정부의 재정 운용상 각 개별법에 의한 기금설치는 억제하고 있으므로 장애우복지기금의 신설을 반대하고 있다. 또한 정신지체장애우는 장애의 한 유형이기 때문에 타장애간 형평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추진, 따라서 정신지체인의 직업재활, 보호작업장 규정의 삭제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복지연구원 관련 규정 역시 신설 정부출연 기관의 설립이 어려우므로 민간연구기관의 설립을 희망하고 있다.
이렇듯 이번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안에 대해서 장애 단체별, 정부 부처간 의견이 다르나 법은 현실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성을 추구하고, 장애우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과 사회통합이라는 이상적 목표를 달성해야 하므로 상호간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 장애우를 위한 진정한 복지조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법률의 기초가 되는 사회 다수인의 의식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며, 장애우와 비장애우 모두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그러할 때 장애우의 권리는 단지 법조문내 머무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현실이 되며 나아가 장애우 자신도 사회로부터 수혜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진정한 자아실현과 사회에 대한 기여를 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 박을종 (한국복지산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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