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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특집] 한국 장애우 운동의 현주소(3)

인터뷰: 「한국장애인부모회」 권유상사무국장

본문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에 한 번 부모대회 개최하는 것밖에 활동이 없다. 정책생산 수준도 미약하고 방식도 눈치나 보면서 구태의연함을 벗어던지지 못한다. 정신지체, 발달장애우가 소외되어 왔다. 중증장애아 부모들의 가장 절박한 문제를 풀어주지 못한다. 하나의 거대 기관이 되어 버렸다."
2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정부인가를 받은 거대 유일의 장애우 부모조직 「한국장애인부모회」에 쏟아지는 비판이다.
그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2만여명에 가까운 회원과 50여개의 지부, 지회 설립으로 명실상부한 한국 최대 규모의 부모조직으로 자리매김 했으나, 정작 새롭게 움틀대는 부모조직 혹은 많은 욕구를 갖고 있는 부모들로부터는 외면 당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부모회」의 권유상 사무국장을 만나보았다.

 
장애우부모운동

        

함께걸음: 「한국장애인부모회」는 어떤 조직인가
권유상: 자녀들의 교육, 직업, 주택문제 등을 스스로 해결해 보고자 1985년 창립총회를 가진 후 그 다음해 사단법인으로 발족했다. 1983년 세 명의 어머니들이 부모들의 의식조사를 한 결과 91. 8%가"조직 결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서울 및 수도권지역의 특수학교 학부모회장을 중심으로 부모회조직준비위원회를 구성한 후 10여 차례 모임을 통해 부모회가 만들어졌다. 설립초기부터 장애유형별로 정신지체, 지체부자유, 자폐, 시각, 청각의 5개 분과로 설립되었으며, 2003년 1월 현재 18,974명의 정회원과 271여명의 후원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함께걸음: 부모회의 활동을 자체 평가해 본다면?
권유상: 너무 보수적이고 점잖았다. 부모운동의 선배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소극적이었다. 장애를 드러내지 못하고 쉬쉬하면서 뭔가 요구한다는 것이 성과가 있겠는가? 강하게 주장하고 싶어도 부모회 내부의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어려웠다. 대체로 선배들은 "부모가 목소리를 내서는 안된다. 볼쌍사납게 소리지르고 부수는 방식으로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야만 한다. 대화하면 이해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과격해 보이는 투쟁방식들을 자제하고 건의서나 서명운동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선진국의 현재 모습은 투쟁의 성과물이다. 투쟁의 역사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또 "우리 아이"라는 인식이 아니라 "내 아이"에 매몰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소외감을 갖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함께걸음: 부모회의 사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요직에 있거나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만큼 절박함이 떨어진 것 아닌가, 부모회가 부모들의 욕구를 해소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 아닌가? 부모회 깃발 아래 사람들이 모이지 않고 자꾸 다른 조직을 결성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권유상: 모든 장애우단체가 그렇지 않은가? 지장협에서 나와 교장협이 생겨나고...같은 맥락이다. 용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되려고 한다. 자신에게 득이 없으면 조직활동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거다. 조금이나마 참여하는 회원들에게 이득이 가고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부모회는 개인적 욕구를 해결할 수 없다. 법·제도의 변화로 전체 부모, 자녀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것이 부모회의 역할이다. 특수교육 받는 사람들에게 연 150만원의 소득공제가 나간다. 부모회에서는 이렇게 모든 장애우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현재도 수급권자가 아니면 수당도 없고 부양수당 등을 받을 수 없다. 그런 것들을 요구하는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최근 젊은 부모들 중심으로 연대해서 특수교육 보조인력 배치 문제라던가 장애우 교육예산 확보 요구 등을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필요하고 당연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부모회도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한 역할이 있어서 요구하면 언제든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함께걸음: 부모회의 활동방식에 대한 비판도 많은데..."부모대회"빼면 뭐가 있느냐는 극단적 평가를 어떻게 보는가?
권유상: 1년에 한 번 있지만 그 대회를 통해 부모들의 정치적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질 지 모르지만 정치인들은 주시하고 있다. 얼마나 사람들이 모였는가에 따라 인정하고 무시한다. 우리의 결집된 힘을 부모대회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고, 그게 다 표니까 무시하지 말고 우리 요구 들어달라, 그렇게 암묵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바로 부모대회다. 이 때 우리는 각자의 요구안을 접수받아 가장 시급한 과제를 선정하고 그걸 바탕으로 대정부건의문을 작성해 올리기도 한다. 실은 그마저도 회장이 정치활동을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문제점들을 잘 정리해서 주면 장관을 만나서 해결하겠다고 한다. 솔직히 하고 싶은 말, 행동들을 못할 때도 있다.

함께걸음: 외국의 경우 거리로 나와 시민들을 만나고 또 때로는 격렬하게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그게 결국엔 모두의 성과로 인식되고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부모운동의 힘으로 남아있는 것 아닌가?
권유상: 부모회는 막무가내식의 일방적인 투쟁일변도를 지지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했다. 대화를 먼저 해야 한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좁혀나가면서 요구해야지 예산도 없는데 무조건 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단계적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면 그걸 받아야 하고 당장 어렵다면 그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서로 현명하게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걸음: 그래서 부모회가 보수적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것 아닌가?
권유상: 참여도 않으면서 비판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겉모습만 보고 협조도 하지 않으면서, 나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으면 비판만 한다. 강의를 다닐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부모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여기저기서 조직을 만들겠다며 조언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젊은 부모들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데 당당한 모습이 참 좋다. 밖에서 부모회에 대해 어떻게 비판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함께걸음: 2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부모회지만 과거의 방식과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부모들의 파워를 사회적으로 인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권유상: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일부 지자체 관료들에게서 부모들이 너무 과하게 요구하고 방식도 심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전과 달라진 상황이다. 지역의 지부들이 중앙의 지시를 받는 게 아니다. 지역활동 하던 사람들이 회장으로 되는데, 왜 우리가 가만히 있냐, 요구하자, 나서자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의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지역문제는 철저히 지부, 지회에서 해결, 큰 정책적 사안은 중앙에서 취합해서 풀어간다.

함께걸음: 애호협회와의 관계는 어떤가?
권유상: 애호협회는 부모조직 아니다. 처음에는 후원단체의 성격으로 출발했는데, 부모조직의 힘을 보고 부모들에게 결합을 요구, 회원으로 끌어들였다. 시설, 학교, 기관장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곳이다. 갈등이 심했다. 지역에 부모조직이 생겨날 조짐이 보이면 방해하고...우리는 애호협회를 비방하지 않는다. 하지만 애호협회는 부모회가 나쁜 단체고 헐뜯는다. 열심히 일하면 그게 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일인데...명예욕과 자리싸움이다. 소송제기도 있었다. 부모 힘을 분열시킨다. 감정 갈등이 심각하다. 현장과 학교에서도 편가르기가 심각하다.

함께걸음: 어찌보면 부모회가 제 역할을 하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권유상: 실은...돈이 있다면, 국가지원을 받지 않고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되는 조직이라면 투쟁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은 게 개인적 견해다. 조직을 활용하지 못하고 조직을 자꾸 만드는 것은 신뢰의 문제 아니겠는가?
권유상: 부모들이 답답하니까 모임을 만든다. 자꾸 만나다보니 친해져서 결국 모임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그들끼리는 위안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기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모회에 다 들어와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주장하지 않는다. 서로 협조하면 된다.

함께걸음: 부모조직이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정보교류를 하는 차원으로 그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권유상: 당장 득이 되는 것이 없으니까. 성과가 있지만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이 아닌 경우 그걸 잘 모른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 함은 "개인문제"를 의미한다. 서로 불신하기도 하고 방법도 잘 모른다. 상담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그룹홈 등을 만드는데 브로커가 생겨났다

함께걸음: 앞으로 갖고 있는 계획은?
권유상: 사회복지법인을 만들 생각이다. 그룹홈을 계속 확대할 계획인데, 부모들이 출자해 만든 모범적인 시설을 건립할거다. 그런데 현행법상 30%는 우리 몫이지만 70%는 반드시 국기법 대상여야 한다. 이를 개정하는 활동을 벌일 것이다. 이런 것은 부모들이 이슈를 제기해서 요구하고 투쟁해야만 한다.

취재 이태곤부장 정리 여준민기자

 
 
작성자여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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