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우중심의 고용법 체계마련은 세계적 추세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중증장애우중심의 고용법 체계마련은 세계적 추세

[초점] 장애인직업재활법 제정, 이래서 필요하다

본문

   장애계에서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칭) ‘장애인직업재활법’은 왜 필요한가? 근본적으로는 현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촉진법의 문제점과 대안으로 직업재활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아 일본에서 교환교수로서 장애우고용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한신대 권도용 교수가 글을 보내왔다.


   직업은 인간 누구에게나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자기실현을 위한 절대적 조건이 되는 것이다. 장애우에게 있어서 직업재활은 의료재활, 교육, 소득보장, 환경개선 등과 함께 중요한 재활과정이며, 직업재활을 통해서 직업을 획득할 뿐만 아니라 획득한 직업을 유지함으로써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기의 인간가치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ILO는 장애우 직업재활의 활성화를 위해 1950, 1951, 1967년에 각각 권고를 발표하여 장애우직업재활원칙, 장애우직업훈련, 장애우직업재활과정 등을 촉구하였고 선진 제국들은 전쟁 중 파괴된 경제회복을 위해 제2차 대전 이후 약 30년간 경제개발 제일주의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장애우고용정책을 경증장애우에게 한정된 산업인력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하였다. 그 결과 경증장애우의 직업재활은 활성화되었고 1960년대의 경제 고도성장에 공헌하게 되었다.

   그러나 1970년에 이르러 인간의 권리와 가치를 재인식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탈시설주의 운동과 동시에 종래의 경증장애우 중심으로 시행된 고용정책이 차별정책으로 지적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설보호 대상이었던 중증장애우들의 교육적 수준 향상과 직업재활 욕구확대로 인해 중증장애우의 직업재활이 선진국들의 사회적 과제로 급부상되었으며, 이와 같은 사회적 요구에 따라 장애우 직업재활 정책의 일대 변혁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와 관련한 주요 국가의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영국은 1944년에 제정된 장애우고용법에서 ‘지정고용’ 등 중증장애우를 위한 고용제도를 수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다시 ‘만성병 및 장애우법’을 제정하여 중증장애우의 사회적 자립욕구에 적극 대처하였다.

   한편 서독은 1974년에 ‘중증장애우법’ 제정으로 법적 고용률, 부담금, 해고제한, 조언위원회 설치 등 중증장애우를 우선으로 하는 직업재활제도를 수립하였다. 또한 미국은 1920년 제정된 직업재활법을 1967년 개정하여 직업재활과정을 강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973년에 ‘재활법’으로 변경하여 종래의 고용모델의 재활을 생활모델의 재활로 확대함으로써 직업재활을 생활모델 재활의 일환으로 발전시켰다.

   2천년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과 고용정책이 1970년대에 이미 선진국들에 의해 폐기되어버린 전근대적인 법률과 정책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장애우직업재활의 본질을 살펴보고 그 본질에 비추어 본 현행 법률과 정책의 중요부분을 분석함으로써 법률의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보고자 한다.


1. 장애우직업재활의 본질
1) 장애우직업재활은 전 장애우를 위한 정책으로 성립되어야 한다.
  (1) 장애우직업재활정책은 중증장애우를 위한 보호고용과 일반고용을 포함한 정책이 되어야 한다. 장애우직업재활은 장애우의 사회적 통합이라고 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반고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본질임과 동시에, 일반고용에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우를 위한 보호고용정책을 발전시키는 것도 장애우직업재활의 본질이기 때문에 직업재활정책에 보호고용을 포함시켜야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2) 장애우직업재활정책은 경제적 효용가치 생산과 인간적 효용가치 생산이 동시에 달성될 수 있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1961년도에 OECD가 선진 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연구한 결과 중증장애우의 경우 경제적 효용가치생산은 저조하다고 할지라도 일을 통해서 인간관계가 성립되고, 삶의 보람을 가지며, 장애요인이 감소되고, 사회진출의 통로를 마련하는 등 인간적 효용가치(인간적 이익)를 생산하기 때문에 보호고용의 생산성과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2) 장애우직업재활은 다양한 장애우의 욕구에 대응하는 다원적 서비스가 전제되는 것이 본질이다.
전 장애우를 위한 정책일 경우 중증장애우일수록 욕구가 다양하기 때문에 장애우가 직업을 획득(취업)하고 획득한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다양한 욕구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전제되어야 하는 생활모델지향적(복지지향적) 직업재활이 되어야 한다.

3) 장애우직업재활은 고용을 창출하고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확립된 다음과 같은 직업재활과정을 전문인력팀(전문적 협력체계)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 직업진로 설정을 위한 직업진로 지도과정
  △ 직업능력평가와 적직선택을 위한 직업평가과정
  △ 전문기능공 자격취득을 위한 직업적응 및 직업기능훈련과정
  △ 적직획득을 위한 직업알선과정
  △ 직업적응을 위한 사후지도과정
4) 장애우직업재활은 헌법이 정한 국민적 근로권에 의해 국가책임주의적 정책이 되어야 한다. 헌법 규정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장애우의 근로권이 보장되므로 정부는 국가책임주의적인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장애우의 직업재활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2. 장애우직업재활의 본질에 비추어 본 현행 법률과 정책의 문제점
1) 고용촉진법

  (1) 선진적 수준에서 뒤떨어진 일본의 법을 도입한 법률이다.
일본의 장애우고용촉진법은 아시아권에서는 선진적이라고 볼 수 있으나 세계적 수준이나 직업재활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후진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본법을 그대로 도입한 우리나라 법률은 문제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2) 중증장애우를 배제한 경증장애우 중심의 차별법이다.
중증장애우를 위한 보호고용에 대한 규정이 없고 일반고용에 관한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로써 일반고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우의 근로권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차별법률이다.
  (3) 직업재활과정은 우열없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직업재활과정 중에서 고용만을 중시하고 있는 기형적 법률이다. 장애우직업재활에 있어서 ①직업진로지도과정, ②직업평가과정, ③직업적응 및 직업기능 훈련과정, ④직업알선과정, ⑤사후지도과정 등의 직업재활과정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정책수행과정에서 철저하게 시행되어야 높은 고용률과 낮은 이직률(고용창출과 직업유지)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률은 이름부터가 ‘고용촉진법’으로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내용 전체가 고용만을 강조하고 있는 기형적 법률이다.
  (4) 장애우 의무고용사업체를 대기업만으로 규정하고 있어 장애우가 진출할 수 있는 진로가 세계적으로 가장 좁게 규정되어 있는 법률이다. 일본(일본도 법률로는 3백인 이상의 근로자를 가진 기업을 의무고용사업체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적용은 63명으로 하고 있음)을 제외하고 세계의 어느 나라도 의무고용사업체를 근로자 3백명 이상의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그것은 대기업일수록 장애우를 고용하기 위한 환경개선이나 의식변화가 어렵고, 적은 기업일수록 쉽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가 15~25명 이상의 종업원을 가진 중소기업부터 의무사업체로 규정함으로써 대기업은 간접고용인 납부금을 납부하여 직접 장애우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고용촉진법은 3백명 이상의 종업원을 가진 기업만을 의무고용사업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우의 직업진로를 세계에서 가장 좁게 규정하고 있는 나라가 되고 있다.
  (5)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하 공단)의 기능을 본연의 기능과 반대되는 기능(전문프로그램 수행기능)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다. 공단은 전문프로그램을 직접 수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전문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시설)을 육성하고 전국적인 직업재활분야의 체계화를 위한 지도, 관리, 교육, 조사연구, 사업평가, 시범사업운영 및 지원 등 고도의 전문관리기관으로서 위상을 가지도록 규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행 법률은 공단이 직접 프로그램을 수행해야 하는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단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어 관리·지도 체계의 부재현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외형적 확대를 위한 기대주의적 발상, 전문시설의 전문기능박탈 등 역기능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6) 전문업무의 주체이며 협력체계(teamwork)의 구성요소인 전문인력의 양성, 자격, 배치, 처우 등 인력관리규정 부재의 법률이다. 장애우 직업재활은 직업상담, 직업평가, 기술훈련, 취업확대, 사후지도 등 전문업무에 의하여 구성된 전문분야이다. 모든 전문분야가 그렇듯이 장애우직업재활분야도 전문기술을 가진 전문가에 의해 운영되어야 전문적 운영체계가 형성되어 수준 높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법률은 전문인력에 대한 관리를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준 높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법률이다.
  (7) 고용제외율, 연계고용 등 장애우직업재활의 본질에 어긋난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다. 고용제외율제도는 의무고용의 형평성에 어긋나며, 연계고용은 일반고용과 보호고용의 본질과 장애우복지이념에 어긋난 고용형태로 낮은 고용률, 정부의 국가책임주의적 책임회피, 일반고용의 쇠퇴 등을 조장하는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2) 고용정책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현행 장애인고용촉진법을 장애우직업재활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으므로 본 법을 근거로 시행하고 있는 현행 고용정책도 간과될 수 없는 문제를 가진 정책으로 분석된다.
  (1) 중증장애우를 위한 보호고용을 배제하고 경증장애우 중심의 일반고용만을 수행하고 있는 중증장애우 차별정책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소수의 경증장애우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숫자적으로도 한계가 예상되고 있는 정책으로 분석된다.
  (2) 고용창출을 위한 직업재활의 기초과정을 거의 무시하고 고용실적주의적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만성적인 낮은 고용률과 높은 이직률을 나타내고 있는 비효율적인 정책으로 분석된다.
  (3) 장애우의 다양한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원적 프로그램을 적용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용만을 지향하는 단선적인 정책으로 복지지향적 직업재활의 본질에 접근하기 어려운 정책으로 분석된다.
  (4) 수용능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제외하고 수용능력이 없는 대기업만을 의무고용사업체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없는 정책으로 분석된다.
  (5) 전문인력 없는 직업재활전문분야로서의 모순과 지도·관리체계 부재의 정책수행으로 체계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정책으로 분석된다.
  (6) 모든 직종에 장애우가 담당할 수 있는 직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제외율 제도의 적용으로 대다수의 국가기관과 기업이 장애우 의무고용사업체로부터 제외되고 있어 고용률을 높이기에 어려운 정책으로 분석된다.
  (7) 연계고용 적용으로 정부의 책임회피를 제도화하고 있으므로 국가책임주의정책이 이루어질 수 없을 뿐 아니라 일반고용이 쇠퇴될 수밖에 없는 비본질적인 정책으로 분석된다.

   이상으로 현행 장애인고용촉진법과 본법에 근거한 현행 고용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법은 우리나라의 장애우고용정책을 탄생시킨 법률로서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볼 때 본법의 전근대적인 문제성 때문에 장애우직업재활정책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우 직업재활정책은 아직까지도 선진 외국이 장기간에 걸쳐 개발해 놓은 정책을 도입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본다. 선진 외국이 많은 시행착오와 장기간에 걸쳐 개발해놓은 것을 우리나라에 맞게 취사선택하여 도입한다고 하면 많은 시행착오와 비용 및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독자적으로 개발하여야 할 부분에 대해 연구개발을 할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체계화해 나간다고 하면 이상적인 직업재활체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 경증장애우 중심의 고용정책, 고용실적주의에 따른 단선적 지향정책, 대기업 중심의 고용정책, 고용제외율정책, 연계고용정책 등 선진 외국의 오랜 시행착오 과정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나 실시할 이유가 없는 무익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근거법률인 고용촉진법의 후진성에 그 원인이 있으며, 나아가서 선진적 기술과 제도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자적 개발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선진적 정책을 취사선택하여 도입하고 독자적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정책수립자나 시행자가 사회적 요구나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능력과 법률의 시행이나 정책 수행과정에서 나타난 결함에 대한 겸허한 인정과 변화를 위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시급한 과제는 현행의 고용정책으로부터 발전지향적인 직업재활정책으로 진로를 전환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현행 장애인고용촉진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체계의 직업재활법 제정이 요청되는 것이다.


글/ 권도용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

작성자권도용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