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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성장애인, 그리고 권리찾기

[특별기획·’98 제 2회 전국여성장애인대회 지상중계] 연대의 지평을 향해 모아진 여성장애우들의 손짓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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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제2회 전국여성장애인대회가 10월 29일부터 2박3일간 서울 종로5가에 위치한 여전도회관에서 진행됐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여성장애우는 모두 80여명으로 2회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서울·경기와 부산·경남, 대구·경북, 광주뿐만 아니라 청주, 해남 등지에서 올라온 참가자들이 눈에 띄는 등 1회 대회에 비해 훨씬 다양한 지역적 분포를 보여 여성장애운동부문에 그동안 적지 않은 성장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96년 ‘가정과 여성장애우’를 주제로 가정 내 여성장애우의 다양한 차별양상과 이에 따른 대안 모색을 위한 각종 세미나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지난 제1회 대회에 비해 이번 2회 대회는 참가한 여성장애우 개개인의 자아발견과 지도력 개발을 위한 인간관계 훈련 프로그램에 초점이 맞춰졌다.

  29일 기념식에 앞서 4시 30분부터는 올해 진행됐던 각종 국제 연대활동의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현대중국연구회 수석연구원인 미영순 박사(시각장애)의 사회로 진행된 이 보고회에서는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렸던 제2차 세계시각장애우연맹(WBU) 아태지역 여성포럼과 올해 8월에 열린 제11차 재활협회 아태지역회의, 또 동아시아여성포럼 등에 참가했던 각 참가자들이 국제 여성장애운동계의 구체적인 흐름과 전후 성과를 발표했다.

  이어 6시 30분부터 사랑의 소리방송 이정선 PD의 사회로 본격적인 기념식이 진행됐는데 부산여성장애인연대 회원이자 시낭송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옥란 씨가 여는 시로 은은하게 대회 시작을 알렸다.

  자신을 “키가 작은 장애우”라고 소개한 이우정 명예대회장(14대 국회의원,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수석대표)은 대회사를 통해 “한국에서 여성장애우는 특히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여성으로서 장애우로서 이중의 차별과 소외를 당하면서 고난의 길을 살아왔다”며 “고통받는 우리 모두가 연대해서 풍요롭고 보람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다짐하자”고 말했다.

  한편 대회장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성재 이사장도 “두 번째 여성장애우대회가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오늘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여성장애우들이 이 사회에서 자주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으로는 특이하게도 이번 대회 개최를 축하하는 명사들의 영상 축하메시지가 이어졌다. 여기에서는 김모임 복지부 장관 뿐만 아니라 영화배우 문성근 씨와 방송인 손숙, 김승현 씨, 한국여성의전화 신혜수 회장과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이 직접 참석은 못하지만 진심으로 대회 개최와 여성장애운동의 발전을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빗장회원이자 장애수녀인 윤석인 수녀와 최근 출산한 김진옥 씨 등의 자축 메시지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지은희 상임대표와 한국농아인협회 안세준 회장의 축사에 이어 지난 8.15특사로 석방된 양심수 김성만 씨가 자신이 사형수로 복역한 이후 여성장애우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연을 피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여성장애인대회답게 문화공연도 정신지체여성공동체인 ‘맑음터’ 가족들의 핸드벨 콰이어의 작은 공연무대가 마련됐는데 참석자들은 맑고 영롱한 이들의 연주를 허밍으로 따라하며 약간의 실수에 따뜻한 미소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이후 2박3일 동안의 일정은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부터 5개 그룹으로 나뉘어져 인천 여성의 전화 배숙일 상담부장 등 5인의 강사의 지도로 인간관계 훈련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그리고 이번 제2회 전국여성장애인대회는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결의대회에서 결의문과 행동강령을 채택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한편 이번 대회 전 참가자에게는 대회 캐치프레이즈인 ‘나, 여성장애인, 그리고 권리찾기’라는 문구가 적힌 스카프와 사진집 <바다가 보고 싶은 사람들> 등이 주어졌다.


글/ 한혜영 기자

 

 

내년 4월 전국여성장애인연합 출범


대회 중 열린 여성장애인결의대회서 준비위원회 발족

 

  이번 ’98 제2회 전국여성장애인대회에서는 또 하나 의미있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바로 (가칭) ‘전국여성장애인연합’의 준비모임이 결성된 것이다. 전국 각 지역에서 모여든 참가자들은 대회 마지막 날 열린 결의대회에서 이 준비위원회의 출발을 박수로 자축했는데, 이 준비위원회는 내년 4월 전국여성장애인연합이 본격적으로 출범할 때까지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가칭) ‘전국여성장애인연합’의 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예자 여성특별위원장(서울시의원)을 만나보았다.

- 전국여성장애인연합 설립에 대한 계획이 이번 대회기간에 전국의 참가자들에게 알려졌지만 실제로 몇 개월간의 준비와 논의 과정을 거쳐 진행되어 왔다고 들었다.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지난 5월에 경주에서 전국 여성장애우 지역대표들이 처음으로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이 여성장애인연합에 대한 필요성이 거론됐다. 그래서 이후 7월에는 제주도에서 또 9월에는 서울에서 모임을 가지면서 연합조직 구성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왔다. 여기까지는 주로 서울과 부산, 대구, 원주, 대전, 제주지역 대표들이 참여했지만 이번 여성장애인대회를 통해 보다 많은 지역 여성장애우들의 참여가 이루어지면서 본격적인 출범을 목표로 한 준비위원회가 발족되게 된 것이다.”

- 준비위원회는 어떻게 조직되고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
“서울이나 대구, 부산지역에서는 이미 조직을 결성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 수준까지 이르지 못하는 지역이 대다수여서 전국적으로 볼 때 지역적 편차가 엄연히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우선 준비위원회에는 지역적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지역별 최대 2인 정도로 참여인원을 조정할 생각이다. 이 준비위원들은 지역 모임이 결성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최대한 노력을 할 사람들이다. 다행히 이번 여성장애인대회에서 해남이나 청주 등의 지역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손쉽게 발굴이 됐는데, 이렇게 일단 이번 대회를 전후해 형성된 지역 여성장애우들과 연대를 계속하면서 다른 지역의 참여도 속속 이끌어낼 것이다.”

- 여성장애우 전국 조직을 결성하기는 너무 성급하지 않는가 하는 지적도 있는데.
“오히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장애계의 다른 부문의 발전 속도에 비해 여성장애우의 현실개선을 이뤄낼 수 있는 조직체 구성은 너무 더디게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여성장애우들은 여성과 장애라는 요인 때문에 육아나 교육·취업기회 차별문제 등 특별한 요구가 있는 만큼 이러한 현실을 개선시키기 위한 정책개발 과정에 참여도 하면서 여성장애우의 권익을 찾아나갈 힘있는 전국조직은 절실하다.”

- 구체적인 설립 준비 일정은 어떤가.
“알다시피 이번 2회 여성장애인대회에서 본격적으로 준비위원회가 출범됐고 일간 그 첫 모임을 12월 19일 서울에서 갖기로 했는데 그 자리에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그렇게 차근차근 준비해 내년 장애우의 날이 있는 4월에 출범을 할 수 있도록 노록할 것이다.”

- 출범까지 앞으로 산적한 문제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가장 크게 재정의 문제도 있고 그야말로 전국적으로 준비위원을 구성해내는 작업도 시급하다. 이밖에도 이번 12월 모임부터 사무국 운영문제나 정관 마련 등의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준비모임을 거듭하면서 확인했듯이 전국 조직 결성에 대한 참여 여성장애우들의 의욕과 열정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만큼 슬기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여성장애인연합의 실질적인 당사자이자 주인인 여성장애우들의 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장애계와 여성계에서도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


작성자한혜영 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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