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를 보통사람처럼 평등하게 대하는 게 복지 기본 철학 > 기획 연재

우리나라의 장애인국가조정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베트남전국장애인조정위원회 응엠쑤언뛔 대표와 베트남 수도 하노이시 장애인협회 회장 부만훙씨, 그리고 하이퐁시 장애우 생산 기업협회 부회장 딘반빈씨 일행이 10월 9일부터 14일까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초청으로 방한했다. 공식 국가 명칭이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인 베트남은 인구 8311만명에 5백30만명의 장애우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베트남 전체 인구 대비 6.34%의 장애우 출현율이다. 이 중 50만명 정도가 전쟁 때 다쳐 장애를 갖게 된 상이군인이라고 한다. 베트남 장애우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로 이번에 방한한 일행은 한국을 장애우 복지 선진국이라고 지칭했다. 그렇지만 베트남 장애우 복지에도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그리고 수준이 미흡해서 그렇지 장애우 복지 형태는 모두 다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베트남 장애우 복지 현실과 미래를 들어봤다.

법은 없지만 의정서 등으로 복지제도 시행
함께 -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장애우를 위한 지원 대책은 뭐가 있는지 듣고 싶다
응엠쑤언뛔 - 많이 지원하고 있다. 매월 현금으로 지원하고 있고, 지원 금액은 매년 더 늘어나고 있다.

함께 - 장애우에게 장애 연금을 지급한다는 얘기인가
응엠쑤언뛔 - 아니다. 장애우 중 사는 형편이 너무 힘든 장애우가 있으면 지방 인민위원회의 인정을 받아 정부에서 생계비를 지원한다.(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호제도인듯) 장애 수당은 전쟁 때문에 장애를 갖게 된 사람에게만 준다.

함께 -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장애우들이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데 베트남 장애우들의 생활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응엠쑤언뛔 - 국가 경쟁력을 비교하면 베트남이 한국보다 훨씬 낮다. 그래서 베트남 장애우들 생활 많이 힘들다. 그렇지만 5년전부터 장애우들 생활의 질이 많이 개선되어 가고 있다.

함께 -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특별히 장애우에게 배려하는 정책은 없나
응엠쑤언뛔 - 베트남은 장애우를 평등하게 그리고 보통사람처럼 대우하고 있다. 장애우 자신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고, 국가의 책임은 장애우들이 어떻게 하면 평등하게 살 수 있는지 고민하고 평등을 보장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 국가지만 장애우를 특별하게 대하지 않고 보통사람처럼 대하는 게 베트남의 장애우 복지 기본 철학이다.

함께 - 베트남에는 장애우를 위한 어떤 법과 제도가 있나
응엠쑤언뛔 - 현재는 베트남에서 장애우를 위한 법이 아직은 없다. 의정서는 있는데 이 의정서가 2008년이 되면 법으로 제정될 예정이다. 1998년에 법에 상응하는 제도는 만들었지만 아직은 법이 아니다. 장애우를 위한 법이 마련되려면 국회 100% 동의해야 하는데 아직 국회에서 법이 통과가 되지 않았다.

함께 - 법이 마련되지 않는 이유는 뭔가
응엠쑤언뛔 - 유엔에서 국제장애인 권리 조약이 올해 8월에 마련됐다. 그 조약 내용 보고 좀 더 나은 내용의 법 만들려고 시기를 늦췄다.

함께 - 법이 없으면 어떤 근거로 장애우 복지 제도를 시행하나
응엠쑤언뛔 - 법은 없지만 법령과 의정서는 있다. 법은 아니지만 의정서 등을 근거로 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함께 - 장애우 중 전쟁 때 다친 장애우에 대한 베트남 국민들의 시각은 어떤가
응엠쑤언뛔 - 전쟁 때문에 장애우 된 사람들 존경받고 있다. 이 사람들을 위한 별도의 기념일도 있다. 7월 27일인데, 이 날이 되면 이웃사람들이 장애우에게 선물을 주면서 격려한다.

함께 - 전쟁 때 다친 장애우와 일반 장애우의 사는 모습이 전혀 다른가
응엠쑤언뛔 - 약간 차이 있긴 하지만 크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장애우들은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하지 못하지만 대신 이웃과 사회의 도움으로 사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살고 있다.

함께 - 그렇다면 베트남 장애우들은 가족에 의지해서 살고 있다는 얘기인가
응엠쑤언뛔 - 많은 부분에서 가족친척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변화가 모색되고 있는데 장애우를 위한 지원 사무실도 생기고, 행정에서도 직업을 구해주기 위해 취업센터 같은 것들을 많이 늘려나가고 있다.

기업, 의정서에 따라 3% 장애우 고용해야
함께 - 응엠씨 개인은 국가조정위원회 대표로 세계 50여개국의 장애우 복지 현장을 돌아봤다는데 베트남 장애우 현실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나
응엠쑤언뛔 - 선진국, 예를 들어서 유럽과 한국 같은 선진국을 비교하면 베트남 장애우 복지 수준은 매우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수준이 조금 낫다고 생각한다.

함께 - 베트남 장애우 복지 예산이 1년에 얼마인지 알고 싶다.
응엠쑤언뛔 - 지금까지는 장애우을 위한 별도의 예산은 따로 없다. 다만 교육에 대한 예산 중 얼마, 복지에 대한 예산 중 얼마가 장애우를 위해 쓰이고 있는 정도다. 그래서 지난 6월 정부 회의 때 내가 장애우를 위한 예산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함께 - 아까 국제장애인 권리조약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베트남은 조약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응엠쑤언뛔 - 베트남 장애우 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하고 있다. 이 조약이 빨리 유엔에서 통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통과되면 베트남에서도 장애우를 위한 법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법을 만들어도 결국 베트남 경제 상황에 맞는 법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는 힘든데, 장애우 위해 높은 수준의 복지제도를 만들 수는 없다.

베트남 장애우 복지 수준은 어떻게 장애우들이 자립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전제는 장애우들도 자기의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거다. 일본을 봐라. 너무 복지에 의존하니까 장애우들이 노력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베트남은 장애우가 노력한다는 것을 전제로 거기에 맞는 복지 정책을 수립해서 시행할 예정이다.

함께 - 노동과 관련해서 베트남 장애우는 주로 무슨 일에 종사하는지 알고 싶다
응엠쑤언뛔 - 시골에 사는 장애우와 도시에 사는 장애우가 다르다. 시골에 사는 장애우는 주로 간단한 수공예 일을 하고 있고, 도시에 사는 장애우는 정부의 31호 의정서에 따라 일반 기업들이 3% 장애우를 채용해야 한다. 만약 기업이 종업원 100명이면 장애우를 3명 고용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으면 2명 고용하면 되지만 1명 월급은 기금으로 내야 한다.

함께 - 기업이 장애우 고용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
응엠쑤언뛔 - 만약에 기업이 의정서를 위반하면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 상응하는 조치를 위한다. 그렇다고 강한 처벌은 아니다. 처벌해야 하지만 지금은 어려운 점이 있어 처벌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비교적 장애우 고용 의정서를 잘 지키고 있다. 호지민시에서 한 시간 떨어진 곳에 나이키 제품 만드는 한국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에 장애우만 210명이 일하고 있다.

함께 - 베트남의 장애우 위한 편의시설 현황은 어떤가
응엠쑤언뛔 - 장애우 위한 편의시설은 제도는 있는데 실질적인 현황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균 임금 50불에서 120불 사이

함께 - 다른 분 얘기도 듣고 싶다. 먼저 지금 부만훙씨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
부만훙 - 나는 1살 때 열병을 앓아서 소아마비 장애를 가지게 됐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베트남 농업은행에서 일하고 있고, 또 하노이시 장애우 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금 베트남 장애우 복지 얘기를 하고 있는데, 내 생각은 정부와 국민들이 장애우가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애우들이 자기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우가 기업에서 일 하면 좋겠지만 일자리가 없으면 자기가 일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말을 왜 하느냐면 주변 친구 한 명이 장애우인데 국영기업에서 일하다가 나와서 사업하는데 수입이 나 보다 훨씬 낫다. 이 경우를 보면 장애우 본인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함께 - 하노이 장애우협회는 민간단체인가 아니면 국가 단체인가
부만훙 - 민간단체다. 정부는 지원하지 않고 장애우들이 모여 만든 자율적인 단체다.

함께 - 베트남에서는 장애우 단체가 무슨 일을 하나
부만훙 함께 - 주 업무는 회원 장애우들간의 친목 도모와 장애우에 대한 인식 개선,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에 장애우 우대 정책을 만들라고 건의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함께 - 베트남에는 도시마다 한 개의 장애우 단체가 있나
응엠쑤언뛔 - 앞으로 전국의 성과 시에다 하나씩 장애우 단체를 만들려고 하는데, 현재는 큰 도시 여섯 개에 각각 한 개씩 장애우 단체가 있다. 그리고 계획대로 라면 내년 1월에 전국 장애우 단체를 하나 설립될 예정이다.

부만훙 - 지금 여섯 개의 장애우 단체가 있는데 단체를 지도하는 전국적인 연합회가 없다. 앞으로 전국을 아우르는 장애우 단체 꼭 설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 딘반빈 씨는 어떻게 장애를 가지고 됐고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
딘반빈 - 나는 베트남 전쟁 때 전투하다가 다쳤다. 아직도 머릿속에 총알 파편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하이퐁시 장애우의 생산 기업협회 부회장과 총무를 맡고 있다. 베트남에는 장애우 생산 기업이 전국적으로 400 여개 있고 그 중 하이퐁시에 54개가 있다. 장애우 생산기업은 장애우를 51% 이상 고용하고 있는 기업을 말한다.

함께 - 회원단체인 장애우 기업에서 뭘 생산하나
딘반빈 - 여러 가지가 있다. 시각장애우 마사지 업체도 있고, 이쑤시개 생산 업체도 있고 수공예품 생산 업체도 있다. 그리고 가구를 만드는 기업도 있다.

함께 - 장애우들의 평균 임금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딘반빈 - 업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50불(5만원)에서 120불(12만원)정도를 받는다. 이 정도 임금이면 베트남에서 충분히 살 수 있는 임금이다.

함께 - 능력급으로 지급하나
응엠쑤언뛔 - 기업에 따라 틀리다. 한 가지 장애우 생산기업이 일반 기업과 다른 점이 있는데 장애우 생산기업은 일반 기업에 비해 일하는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함께 - 국가 기관이나 행정에서 장애우 생산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제도도 있나
응엠쑤언뛔 - 생산품 의무 구입 제도는 아직 없다.

함께 - 부만훙씨에게 묻고 싶은데, 베트남에서 복지를 요구하는 장애우들의 집단 시위가 벌어진 적이 있나
부만훙 - 대부분 장애우들이 어떤 문제를 건의하면 접수하는 기관에서 상위 기관에 보고해서 한 걸음 한 걸음 해결하고 있으니까, 아직 시위 같은 거 벌어진 적은 없다.

응엠쑤언뛔 - 나라에 따라 다 틀리다. 나라마다 전통과 습관 사고방식이 다 다르다는 말이다. 우리 베트남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배려해서 살고 있으니까, 시위나 데모 같은 거 하면 상황이 오히려 더 복잡해 질 수 있다. 내 말은 베트남에서 시위나 데모가 없다고 민주가 없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