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노숙인은 늘고 있는데 대책은 없다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장애우 노숙인은 늘고 있는데 대책은 없다

뉴스뒤진실찾기 - 정신지체 장애우가 집단 구타당해서 숨진 사건의 내막

본문

10월 12일 수원역 근처에서 한 정신지체 장애우가 동료 정신지체 장애우와 비장애우에게 집단 구타당해서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노숙 장애우였다.
왜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노숙 현장에 있었으며, 사건의 내막은 뭔지, 그리고 노숙 장애우 실태를 다시 한 번 취재했다.

숨진 오씨, 노숙인 세계에서 따돌림 당해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는 10월 12일 자신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리고 다닌다는 이유로 동료 정신지체 장애우 오모씨를 집단 구타해서 숨지게 한, 역시 정신지체 장애우인 소모씨와 비장애우 두 명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벌어진 날은 11일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날 새벽 수원역 뒤쪽에 있는 평동공원에서 정신지체 2급 장애우 오동준(가명, 27세) 씨가 머리와 얼굴 등에 피를 흘린 채 엎드려 숨져있는 것을 공공근로 일을 하는 김모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주변 노숙인들에게 오씨가 평소 노숙인인 남자 3명, 여자 1명과 어울렸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수원역 인근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실시, 이 날 오후 3시께 수원역 대합실에서 역시 정신지체 2급 장애우인 소준영(가명 22세)씨 등 용의자 3명을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수원역 인근을 배회하던 노숙인들로 평소 친근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이날 새벽 1시께 오씨와 소씨가 여자노숙자와의 성관계 문제를 놓고 다툼을 벌이던 중 소씨가 소씨의 요청으로 달려온 미성년자 비장애우인 김모씨 등과 합세, 오씨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지체 장애우가 맞아서 숨졌다. 그러면 사건의 좀 더 자세한 내막은 뭘까
사건을 수사한 수원남부경찰서 염규호 형사에 따르면 ꡒ숨진 오동준씨가 가해자인 소준영 씨가 여성 노숙자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다른 노숙인들에게 얘기를 했나봐요. 그러니까 준영씨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지. 그래서 왜 그런 소문을 내느냐고 오씨에게 따지다가 말다툼을 하게 됐는데, 소씨를 따르는 미성년자 애 두 명이 그 현장을 목격하고 다가와서 형들 왜 싸우냐고 물었대요.

소씨는 오씨가 거짓말 한다고 혼내줘야 한다고 얘기했고, 오씨는 계속 나는 소문낸 적 없다고 부인하니까 세 명이 오씨에게 잠깐 나오라고 한 뒤 공원으로 끌고 간 거예요. 거기서도 오씨가 계속 소문낸 적 없다고 부인하니까 때리기 시작했는데 가해자 쪽은 미성년자도 끼어 있고, 세 사람이니까 너무 많이 때려버린 거죠. 오씨의 사인은 쉽게 말해서 장파열이다, 뇌출혈이다라고 뚜렷하게 드러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너무 많이 맞아서 사망한 거예요. 오씨를 배수구 바닥에 눕힌 다음 세 명이 돌아가면서 때려서 숨진 거죠.ꡓ

그런데 가해자인 준영씨와 피해자인 동준씨와 같이 노숙을 했던, 수원역에서 만난 동료 한 노숙 장애우의 증언은 형사 말과 조금 다르다.
ꡒ준영이가 여성 노숙인을 건드렸는데 준영이 아는 형이 지금 그 여성과 같이 지내고 있어요. 노숙인 세계에서는 힘이 없으면 맞을 수밖에 없거든요. 준영이가 그 형님한테 말이 들어갈까 봐 겁을 먹고 있었는데 동준씨가 얘기하고 다니니까, 준영이는 말하지 말라고 그러고, 동준씨는 소문낸 적 없다고 부인하다가 싸움이 붙은 거죠.

준영이가 힘이 없어서 그 형을 볼 때마다 맞을 테니까, 내가 데리고 있는 여자 네가 먼저 손댔다는 이유로 맞을 테니까 준영이에게는 이게 큰일 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소문을 막기 위해 동준씨를 때렸는데, 표면적인 이유는 소문냈다는 거였지만 내막은 준영이 입장에서 동준씨가 만만하니까 때린 거예요. 죽이려고 때린 것은 아니고 자기도 힘이 있다는 것을 과시해서 이 세계에서 인정받기 위해 때린 거죠.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면 사건이 있던 날 아침 준영이가 무료 급식 아침을 먹으러 왔어요.

그 자리에서 형들에게 애들하고 뭉쳐서 동준씨를 때려서 혼내줬다고 과시했어요. 동준씨가 죽은 걸 알았다면 도망쳤겠죠. 준영이가 도망치지 않은 건 동준씨가 죽었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에요. 그냥 자기 힘을 과시하고 혼내주기 위해 때렸는데 일이 커져버린 거죠ꡓ라고 말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숨진 동준씨는 준영씨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데 왜 무기력하게 당했을까, 증언은 이어진다.
ꡒ동준씨는 평소 말도 잘 안하고 다른 노숙인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항상 아픈지 대합실 한 구석에서 거의 매일 졸고 있었어요. 동준씨는 천안역에 있다가 수원역으로 넘어온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반면 준영이는 수원역에 있은 지 4-5년 됐다고 들었어요.

지금 있는 노숙인들 중에서도 고참에 속하는 거죠. 목을 까딱거리며 얘기해서 별명이 잠자리였는데 꼬지(구걸)해서 하루에 2-3만원을 벌었어요. 그 돈으로 동료 노숙인들 밥 사주고 그래서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어요. 결국 동준씨는 이 세계에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를 당한 거죠. 그래서 준영이한테 맞은 거라고 봐야 해요.ꡓ

갈 곳이 없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
장애우가 맞아서 숨진 것도 충격적이지만 정신지체 장애우가 역사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노숙을 하는 이유는 뭘까

수원남부경찰서 염 형사는 ꡒ사건 후 피해자 가해자 모두 가족들이 나타났는데 피해자 오씨의 경우 아버지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 빈곤 가정이었고, 가해자 준영씨 가족도 빈곤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가해자나 피해자 가족들 모두 먹고살기 힘드니까 장애우들에게 너희들 마음대로 해라, 즉 알아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ꡓ라고 방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염 형사에 따르면 두 장애우는 정신지체 장애가 있지만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했을 정도로 장애가 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공공역사에서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노숙을 하고 있는 이유는 형사가 얘기한 대로 빈곤이 주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짚어봐야 할 점은 빈곤 외에도 또 한 가지,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고 있듯이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우리 사회에서 갈 곳이 없다는 점이 보다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지체 장애우의 경우 18세 까지는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 전공과가 있는 학교는 20대 초반까지 학교에 머물 수 있다. 그런데 그 다음은 대책이 없다.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학교를 벗어나면 갈 곳이 없는 게 현실인 것이다. 취업은 힘들고, 그렇다고 정신지체인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복지관이 많은 것도 아니다. 작업장도 없고, 결국 집에 있게 되는데 가족이 24시간 붙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방치라는 수순을 밟게 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인 것이다.

정신지체 장애우 당사자들도 집에만 있으면 갑갑하니까 집을 뛰쳐나오게 되고 호기심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공공역사에 흘러들어가면서 결국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겠다.

오씨 아팠지만 누구 한 명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장애우 노숙인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노숙 장애우들을 위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수원역은 노숙 장애우들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먼저 수원역사에 있는 철도 공안실, 이곳은 역사에서 노숙을 하는 장애우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곳이다. 공안실 관계자는 ꡒ정신지체 장애우들이 가만히 있으면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역사에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몇 명이나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ꡓ며 ꡒ정신지체 장애우 노숙인을 발견한다고 해도 말썽을 피우지 않는 한 가만 놔둔다.ꡓ고 말했다. 이어 ꡒ서울역 영등포역과 달리 수원역에는 노숙인을 지원하는 단체가 없다.ꡓ고 얘기했다.

수원남부경찰서 염 형사도 ꡒ수원역에는 교회에서 아침 저녁 두 끼 식사만 제공하고 있을 뿐 노숙인을 위해 수원시나 민간단체에서 나서 별도의 지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ꡓ고 지원의 부재를 확인했다.

노숙인에 대한 지원 부재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건 이번 사건에서 숨진 오동준씨가 정신지체 장애를 갖고 있고, 동료 노숙인의 증언대로 몸이 아파서 거의 매일 역사 한구석에서 잠만 잤기 때문이다. 장애우에다 아파보이는 사람을 병원에 보내지 않고 방치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수원역 공안실 관계자는 ꡒ요즘 하도 인권 인권 하니까 우리가 노숙인들을 직접 시설에 못 보낸다. 구청도 마찬가지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이후로 노숙인들이 자진해서 시설에 가겠다고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노숙인들을 단속해서 병원이나 시설에 보낼 수 없다.ꡓ고 말했다.

수원역에 있는 한 장애우 노숙인은 ꡒ노숙인들의 세계는 굶어죽는 사람이 있어도 옆에서 술을 마실 정도로 냉정한 세계다.ꡓ라고 말했다. 그래서 숨진 정신지체 장애우 오씨가 많이 아팠어도 누구 한 명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노숙인은 이어 ꡒ어차피 노숙을 하면서 밥 세끼 먹으려면 자기가 움직여야 해요. 노숙인이 다른 노숙인을 챙겨줄 여력이 없는 거죠. 어차피 여기 나와 있는 사람들은 다 자기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이예요. 역전에서 노숙하면서 다른 노숙인을 챙길 여력이 있으면 그 사람은 노숙을 선택하지도 않았겠죠.ꡓ라고 말했다. 이 장애우 노숙인에게 수원역 노숙인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의 어떤 지원이 있느냐고 물어보자 ꡒ양말 한 짝 주는 거요?ꡓ라는 시니컬한 반응이 되돌아 왔다.

결국 확인한 것은 장애우 노숙인은 늘어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약자인 정신지체 장애우가 한 사람은 가해자로 법정에 서고 한 사람은 피해자로 세상을 등지게 된 이런 기가 막힌 현실을 누가 가능하게 하고 있는가, 뭉뚱그려서 아프다고 부르짖어도 외면만 하는 사회의 무관심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불러왔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0162729624@hanmail.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장애인님의 댓글

장애인 작성일

요즘 비장애인들이 노숙해도 대접이 좋은데 어쩔수없는 장애인들을 돌보기는커녕 푸대접이니 늙은노인분들은 대접을해도 젊은장애인은 대우가 아에없으니 노숙자로밖에 대접을 받으려면 할길이 없는데 뭘~~~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