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만 자르고 줄행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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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성람공투단)은 10월 24일 서울시청에서 성람재단이 내놓겠다는 3개 시설을 받아 즉각 시립화하라는 요구를 담은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 12일, 성람재단은 재단 산하 은혜, 문혜 장애우 요양원과 문혜작업장을 종로구청에 헌납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이에 성람공투단은 성람재단이 내놓겠다는 시설들을 즉각 수용해 정상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성람재단이 갑자기 내 논 꽁수에 종로구청은 물론 서울시도 몹시 당황하는 눈치다.〈함께걸음〉이 성람재단을 둘러싼 최근 상황을 정리했다.
서울시와 종로구청, 또 핑퐁게임? 지난 10월 12일, 성람재단은 산하 장애우우 생활시설들을 헌납하겠다며 종로구청에 공문을 보냈다. 성람재단이 내놓겠다는 시설은 강원도 철원에 있는 은혜, 문혜 장애우 요양원과 문혜 장애우 보호작업장 등 총 6개 건물로, 재단이 제시한 바로는 100억이 넘는 규모란다.
사회복지법인 쪽에서 보면 재산을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법인이 소유권을 포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사회복지법인은 더욱 그러하다.
기자는 성람재단이 하는 해명을 듣기 위해 재단 총무과장인 조 모씨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성람재단이 보낸 공문을 받은 종로구청 사회복지과 계장은 이는 종로구청 권한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계장은 사회복지법인이 가진 중요한 재산을 처분할 때는 이사회 결의를 해야 한다. 성람재단은 이에 대해 이사회 결의조차 안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
게다가 사회복지법인이 하는 재산 처분은 시도지사 권한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사회를 하고 그 결과를 서울시로 보내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래저래 우리가 성람재단 때문에 고통 받은 것이 얼만데...만약 서울시가 또 종로구청으로 미루면 우리는 업무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시간이 좀 필요하다. 워낙 예민한 사안이라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직 아니다. 어쨌든 종로구청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고 말했다.
3개 시설, 사태 무마를 위한 제물?
이번 사안에 대해 명지대 법학과 김명연 교수는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법인이 산하 복지시설을 증여할 때는 보건복지부 장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 허가권을 법인 관할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성람재단이 하겠다는 기부는 서울시장이 허가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기부는 쌍방이 하는 계약이므로 주고 받겠다는 의사가 합치해야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시설들이니 지자체가 적극 나서서 이를 정상화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수정 민노당 서울시 보건사회위원은 이번에 성람재단이 한 제안이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3개 시설은 내놓고 나머지 시설들은 예전처럼 운영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우선 이 시설들이라도 서울시가 받아서 하루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노당은 서울시와 종로구청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람공투단 김정하 활동가는 성람재단에서 강원도 철원에 있는 장애우 시설들만 내놓겠다는 것은 이 시설들이 인권침해나 횡령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투단은 이사회 전원 해임과 민주적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데, 자칫 이사진까지 빼앗겨 재단 전체로 불똥이 튀기 전에 문제 시설들은 떼어주고 사태를 마무리하겠다는 속셈이다.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성람재단이 종로구청에게 헌납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국가기관에 소유 운영권을 맡기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특히 성람재단 사태를 나몰라라 해온 종로구청이 받으면 시설 운영을 위탁할 기관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활동가는 현재로는 서울시가 이 시설들을 받아서 시립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수탁자선정심의의원회도 공개적으로 꾸려 진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서울시, 문제시설 즉시 받아 정상화해야
현재 성람재단은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지역에서 복지관, 어린이집, 병원, 쉼터 등 사회복지시설 13곳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사회복지법인이다.
이번에 성람재단이 내놓겠다는 3개 시설과 조태영 전 이사장이 저지른 횡령(9억5천만 원, 조 전 이사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3억을 받았다)이 밝혀진 서울정신요양원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만 해도 약 100억이며 장애우 1천여 명을 수용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도 매년 50억원이 넘게 성람재단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
성람재단 조 모 과장은 함께걸음 인터뷰를 거절하던 끝에 이번 일이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짧게 말했다. 그리고 현재 성람재단은 재단과 시설의 분위기 쇄신과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해 재단 새 이름을 내부에서 공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람재단이 내놓겠다는 장애우 시설은 특히 생활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횡령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곳이다. 이런 앞 뒤 정황을 종합해 보면, 성람재단이 문제 제기를 받는 시설들을 지자체에 내놓고 사태를 무마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앞서도 밝혔지만 사회복지법인이 시설을 내놓겠다고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성람재단이 가진 속셈이 어떻든지 간에, 이는 분명 그동안 성람공투단이 한 끈질긴 투쟁의 성과다.
우리가 버린 중증 장애우들이 아직 거기 살고 있다. 성람재단 사태가 불거진 지 다섯 번 째 겨울이 또 다가오고 있다. 서울시는 언제까지 성람재단 시설에 있는 장애우들과 90일이 넘게 노숙농성을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것인가.
성람재단이 내놓겠다는 시설들을 서울시가 굳이 못 받겠다고 할 명분은 없다. 도대체 누구 눈치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나.
도망치는 도마뱀 꼬리만 잘라봤자, 그 꼬리는 금방 자란다. 서울시는 3개 시설을 즉각 받아 정상화하고 성람재단 사태의 근본해결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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