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판도 변화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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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시각장애인 연합회 회장 선거가 있었다. 결과는 권인희 씨가 대의원 총 489명 중 271명의 지지를 얻어 213명의 지지를 얻는데 그친 김수경 전 회장을 누르고 연합회 제18대 신임회장으로 선출됐다. 선거에 얽힌 뒷얘기와 새 시각장애인 연합회 회장 선출으로 모색 될 장애계의 변화에 대해 취재했다.
안마업 위헌 판결이라는 바람 불어 당선 이번에 시각장애인 연합회 새 회장으로 선출된 권인희 씨는 안마사협회 회장을 두 번 역임했고, 안마업 위헌판결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마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권 회장의 이력에서 보듯 이번 연합회 회장 선거는 한마디로 안마업 위헌 판결 사태와 그 해결 과정이 쟁점이 된 선거였다고 볼 수 있다. 안마업 위헌 판결 사태 때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응을 했던 김수경 전 회장 대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강한 대응을 했던 권인희 씨를 시각장애우들이 선택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안마업 문제가 시각장애우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하는 선거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안마업 문제는 국회에서 새로운 법이 마련되면서 해결된 것 같지만 아직 세부적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리고 스포츠마사지 협회에서 또 다시 위헌 소송을 제기해 논 상태다. 그래서 여전히 안마업 문제는 시각장애우 입장에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 이런 불안감이 권인희 씨를 새 회장으로 선출한 배경의 하나로 읽혀진다.
실제로 권 신임회장은 비대위 위원장 직함을 가지고 연합회 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안마업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자신에게 대표성 있는 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이라는 직함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 관계자에 따르면, 권인희 신임 회장은 한 예를 들었는데, 안마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면담을 신청한 적이 있었는데 겸임하고 있던 안마사협회가 이익단체라는 인식 때문에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며, 안마업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자신을 이익단체인 안마사 협회 회장이 아니라 시각장애우의 대표성을 가진 연합회 회장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만약 안마업 위헌 판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권인희 씨는 연합회 새 회장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시각장애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올해 4월 27일 치러진 연합회 회장 선거에서는 권인희 씨가 김수경 씨에게 큰 표차로 패해 중간에 후보를 사퇴하는 굴욕을 맛본 적이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시각장애우 연합회 회장 선거는 전통적으로 조직선거로 치러졌다고 하는데, 전국에 있는 시각장애우 학교 동문회를 어느 후보가 장악하느냐가 회장 선거의 관건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권인희 씨는 4월 선거에서는 조직표에서 밀려 패했지만 뜻밖의 안마업 위헌 판결 사태가 불러온 바람에 힘입어 연합회 새 회장이 됐다는 것이 시각장애우계의 일치된 평가다.
그런데 4월 27일 연합회 회장 선거를 치렀는데 이번에 다시 선거를 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4월 27일 선거에서 당선한 김수경 회장이 선거 과정의 금품 살포 여부가 문제가 돼서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송사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우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지방에 있는 한 시각장애우 학교 동문회에서 소송을 제기했는데, 선거 때마다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선거 자금 지원이 문제였다고 한다.
소송에 휘말린 김수경 전 회장은 9월 7일 회장직을 사퇴했는데, 사퇴 이유는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은 현직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회장직을 사퇴하면 조사에 응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관계자 얘기다. 조직 관리에서 여전히 앞서있던 김수경 전 회장은 이번 보궐 선거를 통해 명예 회복을 바랐지만, 뜻밖의 안마업 위헌 판결 바람이 불면서 쓸쓸히 고배를 마셨다고 볼 수 있다.
분열 양상 극복하는 게 과제
권인희 새 회장에 대한 시각장애우계의 반응은 두 가지로 엇갈려서 나타나고 있다. 시각장애우들이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에 나타난 반응을 보면 먼저 비판적인 입장은 권 씨가 안마사 협회에 머물러 있으면서 안마업 문제를 해결하고 마무리 지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권 씨가 안마사협회 회장직을 사퇴하고 연합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건 안마업 문제 해결보다는 개인의 정치적인 목적, 즉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출마 같은 야심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시각장애우들이 있다.
또 시각장애우계에 너무 선거가 난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권 회장 당선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시하는 시각장애우도 있는데, 예를 들면 안마사협회는 그 동안 한 회장 임기 내에 네 번의 선거가 있었고, 올해 11월 또 회장 선출 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합회 회장 선출 선거도 올해 4월 선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회장 선출 선거였다는 점을 들어 시각장애우계의 분열 양상을 질타하는 시각장애우도 있었다.
반면 권 씨의 회장 당선을 찬성하는 입장은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한 마디로 시각장애우계에 권 씨 같은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권 씨가 안마업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하고 또 시각장애우계의 분열을 극복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었다.
장애계 대표하는 두 단체 있는 것은 문제라고 입장 밝혀
이 시점에서 중요하게 짚어봐야 할 점은 권인희 씨가 시각장애우 연합회 새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장애계에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예상이지만 두 가지 변화가 점쳐지고 있는데, 하나는 그 동안 간선제로 치러지던 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 선거가 앞으로는 직선제로 바뀔 예정이라는 것이고, 이로 인해 성급한 진단일지도 모르지만 장애계에 민주화 바람이 불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시각장애우 연합회 산하 단체인 안마사협회는 작년 선거를 치르면서 장애계에서 최초로 회원 직선제로 회장 선거를 치렀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이번 연합회 회장 선거에서도 간선제인 회장 선출 선거를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는 대의원의 요구가 있었고, 권인희 새 회장 역시 연합회 선거 방식을 바꿔야 하고 앞으로는 직선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물론 한 관계자의 안마사 협회와 달리 연합회는 전국에 5만명 가량의 회원들이 있기 때문에 직선으로 회장을 선출하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부정적인 지적도 있지만 이 관계자 역시 선거 관리 방식 문제만 해결되면 시대적인 흐름은 직선제로 가는 게 맞다.는 지적을 하고 있었다.
만약 시각장애인협회가 앞으로 직선제로 대표를 뽑는다면 다른 장애우 단체도 회장 직선제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 그동안 장애우 단체는 민주화 흐름을 거스르고 대표를 간선제로 선출하는 방식을 고수해, 시대흐름에 뒤떨어지고 그래서 위상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개혁의 대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만약 회장 직선제를 도입한다면 장애우 단체가 민주화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여서 시각장애인연합회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직선제 선거 방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이번 선거가 장애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장애계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장애계에서는 암묵적으로 시각·청각·지체 단체를 당사자 단체로 분류하고 있다. 이 세 단체 중 청각은 장애인단체총연맹에 소속해 있고, 시각과 지체는 장애인총연합회에 소속이다. 시각이 총연합회에 잔류한다면 변화가 없겠지만 시각이 새 회장 선출을 계기로 총연합회를 탈퇴한다면 장애계에 변화가 예상되는 것이다.
시각의 김수경 전 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장애인총연맹과 대립각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권인희 새 회장은 총연맹 측 인사들과 친분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각장애인연합회, 지체장애인협회, 농아인협회, 장애인부모회, 교통장애인협회 등 다섯 개 장애우단체가 구성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의 구성 추진에도 시각 쪽이 계속 참여할 지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어쨌든 이 시점에서 분명한 건 시각 쪽에 권인희 회장 체제가 등장하면서, 시각이 장애계 판도 변화에 칼자루를 쥐게 됐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연합단체를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회장의 의지다. 계속 총연합회 남아있을 것인지 총연맹으로 갈지 조만간 결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복지단체협의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일단 권인희 회장은 에이블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협의회 구성에 참여해온 협회의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장애계 일각에서는 시각 쪽의 새 회장 당선으로 이참에 장애계 대표단체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권인희 회장은 당선 소감을 묻는 기자 질문에 장애인총연맹으로 갈지 장총련에 남아있을 지 아직 깊이 생각해 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장애계를 대표하는 두 개의 단체가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단체 통합에 기여 하겠다는 입장을 애둘러서 피력하기도 했다.
이상 살펴보았듯이 시각장애우 연합회에 새 회장이 선출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연합회 새 회장 선출으로 시각장애우계가 하나가 될 수 있을 지, 안마업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될 수 있을지, 또 장애계 판도 변화는 어떻게 진행될 지 주목을 모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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