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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부문화가 달라지고 있다(2)

기부, 또다른 사회의 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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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부리고, 박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사회공헌은 ‘높은 분의 선심에서 베푸는 자선’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자선행위는 기업의 영리사업을 뒷받침하는 보조 수단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기업은 더 이상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하나의 전략이 되었고, 독자적인 영역으로 인식됐다. 그 배경에는 기업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공헌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커진 이유도 있지만, 기업이 사회공헌에 눈을 돌리고 있는 데에는 좀 더 치밀한 이유가 있다.
바로 기업(자본)의 세계화 때문이다.
과거 기업은 지역사회나 국가에서 벌이는 사업만으로도 이윤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를 무대로 빠르게 움직이고 자본을 끌어오지 못하는 기업은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주식시장을 통해서 세계적인 자본들이 움직이고 있으며, 그 자본들이 투자의 요건으로써 수익률, 안정성, 사회공헌도를 따지고 있는 상황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수익률이나 안정성은 떨어져도 사회공헌도가 높은 기업에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황은 국내 기업이 사회공헌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내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눈을 돌리면서 다양한 현상들이 생기고 있다. 사회공헌 백서를 발간하는 것은 물론 사회복지전문인력을 채용하거나 사회공헌 전담팀을 만들고 있다. 또한 그동안 자사 재단을 통해서 사회공헌 활동하던 것에 대한 문제점들이 부각되면서 더 높은 홍보효과를 위해서 시민단체나 사회복지 관련 기관, 시설들과 파트너 쉽을 발휘해 사업을 하려는 움직임도 생기고는 있다. 아예 기업의 인력과 재력을 동원해 직접 현장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기도 한다.
교보생명 사회공헌팀의 홍상식 과장은 “현재 기업에서는 기업의 비젼과 목표에 맞는 효율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하기 위해서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기업도 이제는 더 이상 돈만 내는 사회공헌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니 관련 단체나 기관에서도 돈만 받아서 사업만 하면 된다는 안이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문 역량이 있는 시민단체들과 기업이 서로 파트너가 되어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나 기관들은 사업을 만들때 노력에 비해서 사업 이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것 같다. 사업 이후의 고민까지 함께 공유하고 싶다. 그래야 파트너 쉽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국내 기업은 이윤을 어떻게 유익하게 사회에 반환 할 것인가에 대한 개념이나 훈련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중 많은 부분이 공익측면에 보다는 마케팅이나 기업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한 홍보에 전략적으로 맞춰져 있다.
엔씨스콤의 양용희 대표는 기업의 기부문화를 말하기 전에 먼저 기업과 기업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대표는 “기업이 기부를 하는 것인지, 기업인이 기부를 하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사회공헌은 사실 대표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기업이 낸 기부금은 회사 돈으로 낸 것이다. 그것은 회사의 수많은 주주들이 가져갈 몫을 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기업인이 그 영광을 가져가면 안된다. 기업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활동 내에서 기부를 해야 한다. 그 이익을 갖는 기업인이 기부해야 한다. 기업이 적자를 내고 있는데도 기부를 하면 십중팔구 정경유착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기부문화를 위해서는 기업인이 기부해야 한다. 기업인이 기부를 할 때에 비로소 순수한 의미에서 사회공헌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업이 낸 기부금(각종 성금과 정치 후원금, 재단 기부금 등 포함)은 총 7424억원이었다. 그러나 매출대비 1%를 넘은 기업은 극소수였다. 국내 굴지의 3대 기업의 기부조차도 매출액의 0.1%에도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엘지전자(0.04%), 현대 자동차(0.06%), 삼성전자(0.08%)) 
미국과 비교를 해본다면 지난해 미국에서 걷힌 기부금 총액은 2410달러(우리 돈 277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개인 기부금은 1837달러로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문화일보.2003.10.09)
그러니까 기업이 낸 기부금보다는 개인이나 기업인이 낸 기부금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세계에서 부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는 우리나라. 그러나 정작 순수하게 사회에 기부하려는 기업인은 거의 없다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향후 기업의 기부문화에 대해서 양 대표는 “앞으로의 기부문화가 가져야 할 지향점은 지역사회의 복지를 향상시키는데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기업은 지명도, 유명세, 언론의 영향력에 따라서 기부를 하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 기업이나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 공헌을 해야 한다. 공장이나 기업 때문에 불편한 점이 생기는 지역사회에 공헌해야 하는 것이다. ”라고 덧붙였다.

〈아직도 여전히...하지만 앞으로는〉
은평천사원의 조실장은 “시설이 커지면 기부자들이 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새로 가입하는 후원자들보다 기관이 커져서 더 이상 안 도와줘도 된다는 생각으로 후원을 멈추는 회원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시설이 커지면 그만큼 서비스와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그것은 애써 외면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한 사회복지 시설 관계자는 “후원금을 공개해야 하는 원칙에는 동의한다. 그렇지만 사실 기관을 운영하자면 인건비나 기타 다른 업무비 지원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기부자들은 후원금이 직접 지원에만 쓰이길 원한다. 인건비에 사용됐다고 공개하면 후원자들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기부자들이 불쌍하고 가여운 이웃들에게 직접 주는 것에 상당히 익숙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선입견을 깨려면 동정심에서 생기는  자선적인 기부에서 벗어나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 사회의 일부를 나누고 순환시켜야 한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는 어려움에 처하면 가족이나 일가친척들끼리 도와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습이 있다. 그래서 아직은 자기와 1차적으로 관련이 없는 제3자를 위해서 기부를 하고 자원활동을 하는 것이 아직은 낯설고 어려운 결정일 수도 있다.
이런 문제말고도 해결해야 할 숙제들은 더 있다.
현재의 기부금모집 규제법을 현 상황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 법은 그야말로 기부금 모집을 규제하자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크게 문제시되는 것은 까다로운 모금절차와 비현실적인 모금비용이다.기부금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기부금 모집을 원하는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단체가 몇 만개는 족히 될텐데 1년에 10건 미만으로 허가가 나는 것으로 미루어 본다면 위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까탈스럽게 허가를 내주지만 모금 후 사후관리는 거의 없다.
또한 모금 비용의 2%만 행정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도 현실성이 없다고 한다. 모금 단체들은 더 자유롭게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대신 사용내역을 공개하면, 그 이후의 판단은 기부자들에게 맡겨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최근 ‘기부금 모집법’으로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가 달라지고 있다.‘최소한 몇 억은 베풀어야 기부’라는 사회 통념이 기부에 대한‘최소한’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단순히 돈을 내는 행위에서 자원활동을 하는 부분까지 기부문화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별한 부자가 베푸는 고액의 뭉칫돈보다는 일반 서민들이 생활비에서 떼어낸 작은 돈, 그리고 자선 행위를 넘어서 기부자의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는 기부에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우리 사회에서 ‘기부’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사회는 기부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나눔, 순환이라는 의식을 새로이 하고, 개인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기부를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관련 단체나 기관들은 사회 이러한 관심들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기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동시에 공익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기업은 재력과 인력을 지원해 그 분야에 전문 역량을 갖춘 시민 단체와 함께 사회공헌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의 건전한 기부문화 정착을 위해서 각종 법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생활의 곳곳에서, 서로에게 나누고자 하는 움직임이 합해져 시너지를 발휘할 때, 우리 사회에서의 기부는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권유하고, 권유받을 수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사진 최희정 기자

기부금품 모집규제법의 문제점과 대안
                                               글 하승수 변호사


세계에 유례가 없는 악법인 기부금품모집규제법:
기부는 자신의 재산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내놓는 것으로 사회공동체의 유지,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한 행위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좋은 뜻의 행위를 타인에게 권유했다고 하여 형사처벌까지 받게 하는 세계에 유래를 찾기 힘든 악법인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을 가지고 있다. 
현행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의하면 기부행위를 타인에게 권유하기 위해서는 행정자치부장관이나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허가를 받지 않고 기부금품을 모집하면 곧바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선진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법에 의해 모집허가를 받은 건수는 매우 적은 실정이다. 허가를 받은 건수는 1997년에 3건, 1998년에 5건, 1999년에 21건, 2000년 상반기에 6건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부문화를 활성화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면 어떻게 세계에 유례가 없는 악법이 한국에는 존재하게 되었을까?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의 전신(前身)인 『기부금품모집금지법』은 6.25 사변으로 국가재정이 곤란하게 된 시점에서 국민들로부터 돈을 뜯는 변칙적인 행위가 성행하자, 그것을 막기 위해 1951년에 제정되었다. 그리고 50년이 넘는 동안 한국사회는 엄청난 발전을 했으나, 전시의 혼란기에 사이비 우익단체들의 강제적인 모금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법이 그대로 존속해서 사회의 건전한 기부문화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의 탄압수단, 정치자금에는 예외:
『기부금품모집금지법』은 과거 정권하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다. 
그나마 허가신청을 한다고 해서 허가가 나온다는 보장도 전혀 없었다. 1997년 7월 행정자치부는 북한어린이살리기의약품지원본부가 기부금품모집허가를 내줄 것을 신청하자 "북한어린이를 위한 구제사업은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모금목적이 못되고 준조세 근절 및 경제난 극복 등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기를 거부했다. 결국 법원으로 간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처분이 잘못되었다면서 북한어린이살리기의약품지원본부의 손을 들어주었다.(1999.7.23.)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사후약방문일 수밖에 없었으며, 그동안 북한어린이를 위한 성금 및 의약품모금이 금지됨으로써 북한어린이 구제사업이 차질을 빚은 것은 판결로도 회복될 수 없었다.  
반면 현행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도 예외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자금이다. 그 이외에도 현행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은 결핵예방법, 보훈기금법, 문화예술진흥법, 한국국제교류재단법과 같은 특정법률에 의한 기부금품의 모집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행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은 기부금품을 얼마나 모집했고,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사후통제는 거의 하고 있지 않다.
또한 현행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은 모집에 소요되는 비용이 모금액의 2%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비용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통상 20%정도는 인정됨)으로 보나, 사회복지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명백해진 사실이다.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은 폐지 내지 전면개정이 이루어져야:
현재 국회에서는 정부 및 시민단체 등이 제안한 여러 건의 기부금품모집규제법 개정안들이 심의중에 있다. 그러나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만약 강요에 의해 기부금을 모금하는 경우에는 현행 형법상의 공갈죄 등으로 처벌하면 되고, 모금한 돈을 모금용도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횡령죄 등으로 처벌하면 된다.
따라서 모금자체를 사전에 규제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런 법을 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고, 국가가 시민사회의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금비용을 제한하고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이 부분은 결국 기부자의 판단에 맡길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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