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 전동휠체어 환경 만들기 (1)
본문
기업 및 사회단체 등의 나눔운동으로 2001년 처음 보급되기 시작한 전동휠체어가 지난해 건강보험의 보장구 급여 항목에 포함면서부터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 복지부가 발표한 "2005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05년 9월 말 현재 전동휠체어를 타는 이용 인구가 이미 1만2천명을 넘어선 상태. 그러나 이렇게 전동휠체어 이용 인구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환경이나 제도, 정책은 이러한 보급 규모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함께걸음>은 5회에 걸쳐 전동휠체어와 관련된 환경 및 제도, 정책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살펴보는 기획연재를 마련했다.
1. 건강보험 전동휠체어 지원정책, 허점 많다
2. 도로로 나설 수밖에 없는 전동휠체어, 보장구인가 전동차인가?
3. 전동휠체어, A/S체계 허술, "소비자 주권 찾기"가 필요하다
4. 충전할 곳이 없어 멈춰서는 전동휠체어
5. 정리/ 좌담회
전동휠체어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으로 장애우들이 "자립생활에 꼭 필요한 보장구"로 여겨지던 전동휠체어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시행 1년이 넘어선 지금 전동휠체어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정책에서 개선해야할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동휠체어 급여 대상자 규정이 너무 엄격하게 규정돼 전동휠체어가 꼭 필요한 사람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가 하면, 건강보험에서 전동휠체어 구입비만 지원할 뿐 수리 및 소모품 비용을 지원하지 않아 장애우들이 이미 전동휠체어를 구입해 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 내막을 <함께걸음>이 취재했다.
전동휠체어, 장애우 자립생활의 필수품
걷는 것이 불편한 지체장애우에게 전동휠체어의 등장은 가히 "혁명"이라 할 만큼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장애우들이 겪어온 일상을 잘 모른다면, 단순히 수동휠체어보다 조금 더 이동이 편리해진 보장구쯤으로 여기기 쉽지만, 천만의 말씀. 전동휠체어는 장애우에게 그동안 잃어버렸던 자기결정권, 즉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되찾아 줬다는 점에서 "편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발표한 "전동휠체어가 미치는 중증장애우 삶의 질 개선효과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동휠체어의 사용으로 외출이 평균 2배가 늘어났으며, 이용자의 79%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필요한 물품을 직접 구입하는데, 75%는 직업생활을 하는데 전동휠체어의 도움을 받았다고 답해 독립적인 생활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삶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중증장애우들은 "전동휠체어는 중증장애우가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보장구"라며 건강보험상의 보장구 지급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말 드디어 전동휠체어가 건강보험의 보장구 급여 항목에 포함됐고, 장애우들은 전동휠체어의 기준금액인 209만원 한도 내에서 보험대상자는 구입액의 80%, 의료급여대상자는 구입비 전액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게 됐다. 이로써 그동안 비싼 가격 때문에 기업이나 사회단체의 전동휠체어 나눔운동을 기다려야 했던 장애우들이 "전동휠체어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전동휠체어 급여 대상자 규정 너무 엄격
그러나 건강보험 지원이 시작된 지 1년이 조금 넘은 지금 개선해야 할 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급여대상자 규정이 너무 엄격해 이를 완화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전동휠체어 지급 대상은 "보행이 불가능하고 팔기능이 약화 또는 전폐되어 수동휠체어를 혼자서 조작할 수 없는 자"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에 보낸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및 휠체어 지급 기준"에서는 전동휠체어 급여 대상자 기준이 시행규칙보다 더 엄격해져 "(두 팔 중) 한쪽은 최소한 전폐돼야 하며, 다른 한쪽의 기능이 약하게 남아있는 경우"만 지급대상으로 규정했다. 즉, 팔, 다리 모두 불편해야 전동휠체어를 처방받을 수 있다는 말인데, 장애계는 이러한 대상자 규정이 "실제 보장구를 통해 얻어지는 이동성보다는 의학적 기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나마도 너무 엄격해 전동휠체어가 꼭 필요한 장애우조차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동휠체어를 구입하기 위해 병원에 보장구 처방전을 받으러 갔던 김씨(41, 뇌병변1급)는 의사로부터 자신이 급여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30대 후반에 중풍으로 인해 좌측편마비가 된 그는 이제 겨우 보행기를 이용해 느린 속도로 집안을 왔다갔다할 정도일 뿐 걸어서는 물론, 수동휠체어를 타더라도 혼자서는 외출을 할 수 없는 상태. 그런데도 그는 짧은 거리라도 걸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전동휠체어를 처방받지 못했다.
교통사고로 경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전씨(52, 지체1급) 역시 지난해부터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고 싶었으나, 두 팔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면 급여 대상자가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포기해야 했단다. 혹시나 싶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서 하던 전동휠체어 나눔도 알아봤지만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 아예 신청조차 못했다고. 그런 그가 전동휠체어를 처방받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수동휠체어를 오래 사용해오면서 팔에 무리가 와 한쪽 팔의 근육이 손상됐기 때문이었다. 그는 "우리나라 도로 사정이 하도 열악해서 언덕도 많고 짧은 거리도 휠체어만 타면 멀리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루 외출하고 돌아오면 팔이 아픈 건 물론이고 완전히 녹초가 될 때가 많았다."며 "자가용이 없는 사람이 수동휠체어로 쇼핑이나 출퇴근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두 팔이 모두 사용가능하더라도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전동휠체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보, 전동휠체어 구입비만 지원
수리나 소모품 비용은 나 몰라라
건강보험에서 전동휠체어와 관련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건강보험은 전동휠체어의 내구연한을 6년으로 정해 놓고 6년에 한번씩 구입비를 지원할 뿐 수리나 소모품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는 전혀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장애우들 중 일부가 고가의 전동휠체어를 구입하고도 수리비나 소모품 교체비용이 없어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전동휠체어에 들어가는 소모품은 주로 바퀴와 배터리 등인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평균 1년에 한번 교체하는 바퀴는 4개를 모두 교체하면 7~10만원, 평균 1년 반마다 교체하는 배터리(충전지)는 대략 25~50만원 수준이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국산도 15만원이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터리 교체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일부 장애우들은 기기 손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비교적 저렴한 배터리를 사서 불법으로 장착하기도 한다고.
더욱 심각한 경우는 주요부품에 해당하는 조이스틱(전동휠체어가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를 조정하는 기기)이나 모터가 고장 날 때다. 습기에 약한 조이스틱은 여름 장마철에 고장 날 확률이 높은데, 수리가 되면 다행이지만 부품자체를 갈아야 할 경우 50만원이나 들어간다. 대략 3년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모터는 이보다 더 비싸서 장착된 두개를 모두 갈면 대략 80~120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부품을 교체하지 않고 수리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게 관련 업체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곁에서 지켜본 한 전동휠체어 판매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배터리 교환이나 수리를 하러 가보면 수급권자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배터리 값을 내기 어려운 형편이고, 그렇다고 배터리를 갈지 않으면 당장 이동이 불가능해서 난감한 상황일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불가피하게 배터리 값을 할부로 받기도 하는데, 우리도 자체 제작이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솔직히 부담이 크다"며 "이들에 대한 정부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복지부는 "아직까지 전동휠체어 급여 대상자 확대나 기준 완화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 없으며, 전동휠체어의 유지보수비를 지급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급여기획팀의 민유정 주무관은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를 동일한 기준으로 지급하라는 건 모두에게 전동휠체어를 지급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수동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추가적인 욕구에 따라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고 싶다는 것까지 의료보험에서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역시 비슷한 입장. 본부 보험급여실의 류준식 차장은 "건강보험은 치료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으로 장애우 복지까지 책임지기는 어렵다"며 "전동휠체어가 장애우의 자립생활을 위해 필요하다면 장애인재활지원과에서 제공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다"고 답했다.
오히려 보험급여기획팀과 공단은 "지난해 장애우보장구 보험급여를 확대한 이후, 보장구 급여액이 2004년 86억에서 2005년 217억, 2006년 6월 말 현재 174억6천만원(연말까지 3백억 돌파 예상)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전체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큰 건 아니지만 단일 품목으로 150%가 넘게 증가한 것이라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해 보장구 급여 증가를 우려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들은 치료를 벗어난 장애우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다는 말인데, 대책이 없기는 재활지원과도 마찬가지다. 재활지원과는 "전동휠체어의 급여 대상자 규정이나 유지 보수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안다"면서도 "건강보험과 관련된 문제는 우리에게 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논의자리가 구성되면 얘기는 해 보겠지만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말 뿐이었다.
앞으로 전동휠체어 보급이 확대될수록 급여 대상자 기준이나 전동휠체어의 유지보수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특히, 작년에 건강보험 보장구 급여에 전동휠체어가 포함되면서 한꺼번에 상당량이 보급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배터리 교체 시기가 한꺼번에 돌아오는 향후 1~2년 사이에 전동휠체어의 유지보수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때도 부천이나 청주시처럼 지자체가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따로 예산을 마련해 전동휠체어의 배터리 교체비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곤란하다. 서로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미룰 것이 아니라, 기왕 지급된 값비싼 보장구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노력하고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 사진 조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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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에 들어가는 소모품은 주로 바퀴와 배터리 등인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평균 1년에 한번 교체하는 바퀴는 4개를 모두 교체하면 7~10만원, 평균 1년 반마다 교체하는 배터리(충전지)는 대략 25~5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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