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23억 비자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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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정부로부터 100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는 사회복지 법인이 있다.
이 복지법인 산하 시설은 무려 15개. 가히 국내 최대규모다. 그리고 여기에는 국내 1,2위 규모의 정신요양원과 장애우 시설도 있다. 이 법인이 바로 "성람재단"이다.
그런데 지난 4월 28일, 재단 이사장이던 조 모씨가 긴급 체포됐다. 수사를 진행 중인 경기지방경찰청은 조 씨가 국고보조금을 횡령해 23억이나 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데 이 23억은 성람재단의 15개 시설 중에서 서울정신요양원에서만 밝혀진 액수란다.
하지만 의정부지방검찰청이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조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해, "봐주기 수사"라는 사회적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함께걸음〉은 이미 2004년 8월호에서 성람재단의 인권유린 행태를 상세하게 보도한 바 있다. 이번 특집에서는 그간 성람재단의 수사과정과 새로 밝혀진 혐의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조 전(前)이사장, 서울정신요양원에서만 23억 비자금 만들어
조 모씨가 사회복지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4년,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서 서울정신요양원을 시작하면서부터다. 88올림픽 즈음, 정부가 혐오시설들을 외곽으로 이전시키면서 요양원을 경기도 양주시로 옮겼고, 같은 부지에 송추정신병원을 세우면서 "성람재단"으로 변모했다.
성람재단은 국내 최대 복지 법인으로써 정신요양시설 외에도 강원도 철원에 있는 문혜장애인요양원과 은혜장애인요양원 등 총 15개 복지시설들을 가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1, 2위 규모라는 서울정신요양원과 문혜 및 은혜장애인요양원에 쏟아지는 국가보조금만해도 매년 100억이 넘는다. 다시 말해 성람재단은 계열사를 15개나 거느린 거대 복지 재벌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나라 최대 복지법인 이사장이던 조 씨가 긴급 체포된 것이다.
성람재단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여경기동대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피복거래업체 등과 짜고 허위 계산서를 작성, 차액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장애우 26명에게 평생요양비조로 4백만 원~1천만 원씩 계약금을 받아 가로챘으며, 장애우들을 무연고자로 둔갑시켜 국가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도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20여년이 넘게 복지재벌로 군림해온 성람재단의 온갖 비리 혐의는 2003년에 노조가 결성된 이후에야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함께걸음〉은 2004년 8월호에 "국내 최대 규모 장애우 수용시설, 성람재단에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특집 기사로 보도한 바 있다.
2004년 당시 노조 측은 ▲ 국고보조금 유용 및 비리 ▲생활인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 및 의문사 ▲생활인과 생활재활교사의 강제노역과 수익금 착복 의혹 등을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반면에 재단 측은 증거가 없다며 의혹 일체를 부인했고, 오히려 근무여건 개선 때문에 노조가 들고 일어선 것이라며 비난했다.
그런데 이번에 소문만 무성하던 조 씨의 비자금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경찰이 밝혀냈다는 금액만 최소 23억. 게다가 이 천문학적인 금액은 최근 5년 동안, 서울정신요양원 수사에서만 밝혀진 것이란다.
조 씨의 비자금 계좌는 2004년에 제보된 서울정신요양원의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던 경기지방경찰청 여경기동대 유병률 형사에 의해 들통이 났다.
유 형사는 "조 씨의 비자금 조성에 핵심 역할을 한 서울정신요양원장이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또한 재단과 짜고 영수증을 조작한 거래업체들의 진술과 증거도 확보된 상태다."라며 "현재 보강수사를 통해 조 씨의 또 다른 비자금까지 밝히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4백 명이 넘는 조 씨의 동거인, 지자체 선거 당락 뒤엎을 수도
이번 수사로 새로 밝혀진 것은 조 씨의 23억 비자금과 주민등록법 위반혐의다. 조 씨의 비자금 조성에 관한 내용은 특집 2에서 자세히 보도하기로 하고, 우선 조 씨의 동거인으로 420명이 등록되어 있는 상황에 대해 다루기로 한다.
조 씨가 아들에게 증여한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빌라에는 동거인이 420여명이나 된다. 사실 빌라 한 채에 조 씨와 4백여 명이 같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빌라에서 살지도 않는다. 왜냐면 그 동거인들은 재단의 시설 생활인들이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법상 실제로 거주하는 곳에 주민등록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조 씨는 명백히 주민등록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관할 동사무소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유 형사에 따르면 "평창동사무소도 물론 그 빌라에 4백여 명이 동거인으로 되어 있는 것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평창동사무소는 종로구청이 시켜서 그랬다고 했다."고 전했다.
80년대 말 정부의 이전정책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거대 요양원을 받게 된 양주시는 종로구청과 행정협약을 맺었단다. 양주시청은 시설 관리만 하고, 보조금 지급 및 감사 등 주 업무는 종로구청이 맡기로 했다고.
유 형사는 "4백여 명의 동거인에 대해 재단 측은 이 행정협약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생활인들을 평창동 빌라에 동거인으로 올려놓고 있기 때문에 이는 핑계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조 씨가 굳이 4백 명이 넘는 생활인들을 동거인으로 데리고 있는 까닭이 뭘까.
관계자에 따르면 한 지자체에서 4백 명은 동사무소 공무원 한 명의 채용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수라고 한다. 그리고 지자체 선거의 당락을 뒤엎을 수도 있단다. 그러니 조 씨가 한 지자체에서 4백 명을 동거인으로 데리고 있다는 것은 결코 무시할만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 막말로 4백 명이 넘는 부재자 투표용지가 조 씨에게 배달될 테니까 말이다.
검찰의 영장기각, 의혹만 증폭 시켜
그러나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조 씨의 부인 등에 관한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는 점과 조 씨가 투약 중인 상황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횡령 규모가 수천만 원인 장애우 단체장도 구속기소한 다른 지방검찰청의 처분과 비교해봤을 때, 조 씨가 운이 좋았다고 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왜냐하면 성람재단의 수사과정에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 이번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2004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성람재단에 대한 동대문경찰서의 수사의견서를 받은 다음 날 바로 불구속 기소 처분을 했다. 국내 최대 규모 복지법인을 어떻게 조사했기에 하루 만에 불구속 기소 처분을 내렸는지 의문스런 부분이다. 성람재단은 이미 조 씨 부인을 세탁부 직원으로 허위 등록시켜 받은 국고보조금 중 3천2백만 원, 진료기록을 조작해 받은 보조금 중 6천489만여 원 등을 국고 환수한 바 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04년 7월, 서울정신요양원장에게 적극적인 치료와 적정한 작업치료비를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그리고 종로구청장과 양주시장에게는 계속입원조치통보서 미교부에 대한 과태로 부과와 입퇴원 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독을 권고했다. 한 법조인은 "횡령 혐의 액수가 23억 정도나 되면 검찰이 압수수색 한번 정도는 기본으로 하는 건인데..."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 10월 대검찰청은 성람재단의 사기, 횡령,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의정부지방검찰청이 조 씨의 구속 영장을 기각해버렸다. 계속되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구속영장 기각에 "봐주기 수사"라는 사회적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2004년부터 이듬해까지 대검찰청까지의 항고를 진행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의 공익소송위원회 서순성 변호사는 "조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검찰이 아예 기소(검사가 형사사건에 대해 법원에 재판은 청구하는 것)조차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장애우들에게 돌아가야 할 피복비나 주부식비를 횡령한 것은 사회적 약자를 착취하는 것이니만큼 죄질이 심히 나쁘다. 또한 사안이 중대하고, 횡령이 조 씨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장을 아예 기각해버린 것은 봐주기 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덧붙여 "이런 사안을 구속수사조차 못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검찰은 아직도 복지시설장들이 저지른 비리는 좀 봐줘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검찰의 이러한 태도가 시설 비리를 근절시키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성람재단 수사, 복지시설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인가
이번 경기지방경찰청의 수사에 성람재단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04년 당시 성람노조가 온갖 의혹을 제기할 때만해도 당시 사무실에는 조 씨의 아들을 비롯한 재단 관계자들이 거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른 듯했다. 직원의 말로는 최근 재단 관계자들이 자리를 비우는 일이 부쩍 늘었단다.
현재 다른 사회복지법인들이 성람재단 건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성람재단의 상황을 눈여겨보는 것은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서 그들에게도 타격이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성람재단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복지법인이며,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만 해도 복지시설이 저지를 수 있는 비리와 인권유린의 종합판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다. 기자는 성람재단에 쏟아지고 있는 비리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조 씨에게 인터뷰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조 씨는 "검찰이 모든 것을 밝혀줄 것이다. 그러면 그 때 인터뷰 하겠다. 지금은 하고 싶지 않다. 할 말도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어쨌든 국민의 세금인 보조금을 받고 있는 복지재단에서 불거져 나온 의혹이니만큼,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수사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안 보이는 척, 못 본 척 덮어왔던 사회복지시설들의 문제들을 근절시킬 것인지 아니면 계속 용인하고 갈 것인지를 가르는 결정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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