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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재단은 나의 것, 그러니까 보조금도 내 것"

성람재단의 여섯가지 의혹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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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 사회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어딘가 모여서 따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복지시설들은 사회가 부담스러워하는 장애우들을 눈에 보이지 않게 치우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리고 정부는 그 댓가로 시설 생활인 수만큼 보조금을 지급해줬다.

그러니 신랄하게 말하자면, 복지 시설장들이 땅을 파서 장애우들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애우들 때문에 정부보조금을 받아먹고 사는 것이다. 그런데도 복지시설장들이 생활인들을 위해서 쓰라는 국고보조금을 빼돌리는 사례가 허다하다.

앞서 밝혔지만 경찰이 밝혀낸 조 씨의 비자금은 무려 23억이다. 뿐만 아니라 성람재단이 소유한 토지만도 50만평, 공시지가로 40억원이나 된단다.

다른 사업을 한 것도 아니고, 사회복지 시설만 운영했다는 조 씨가 어떻게 재산을 몇 십억대로 불렸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성람재단의 혐의를 조사중인 경기지방경찰청의 수사내용을 근거로〈함께걸음〉이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정리했다.
 

1. 업체로부터 되돌려 받은 현금, 차명 계좌로 관리한 의혹

이번 경기지방경찰청 수사의 최대 수확물은 조 씨의 비자금 계좌를 찾아낸 것이다.
국가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복지시설에서 23억을 맘대로 주무르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비책"이 있어야 가능하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가 사용한 "비책"은 바로 거래업체와 짜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작성한 뒤, 차액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방법을 썼단다. 특히 주로 피복비와 주부식비를 업체와 짜고 횡령했다고.

그렇다면 피복비를 한 번 계산해보자.
종로구청이 제시한 "2006 보장시설 수급자 생계급여 지급 기준"에 따르면 현재 신고시설은 생활인 1인당 1년에 13만8천260원의 피복비(일반피복비, 런닝 및 팬티비, 겨울 내의비 포함)를 받는다. 서울정신요양원의 생활인이 373명(2005년 3월 현재)이니까 여기에 보조금을 곱하면 1년에 최소한 5천157만980원의 보조금이 피복비로 지급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복지시설에는 재활용 의류나 기업 후원의류가 많이 들어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위 지급기준에 따르면 주부식비와 피복비는 구분 없이 집행할 수 있으며, 쌀 등 기부금품 등으로 주부식비가 절감되는 경우에도 주부식비 및 피복비로 전환 사용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의 유병률 형사가 설명한 조 씨의 비책은 이랬다. 요양원이 피복 거래업체에 1천4백벌에 해당하는 세금계산서를 받고, 실제로는 7백~8백여벌만 구입했단다. 나머지 차액에 대한 부분은 거래업체가 현금으로 되돌려 줬다는 것. 주부식비도 마찬가지 방법을 적용해 현금을 챙겼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조성한 금액을 시설과 사돈 명의로 된 계좌에 넣어 관리해왔다는 것이 경찰의 얘기다.

경찰에 따르면 업체들은 성람재단과 십 몇 년 동안 거래를 해왔다고 한다. 거래규모가 워낙 커서 업체의 생계를 좌지우지할 정도라고.
 

2. 평생 입원을 조건으로 계약금부터 받았다는데...

경기지방경찰청은 서울정신요양원의 성폭력 사건을 수사 하던 중, 한 피해자가 가족이 있는데도 무연고자에게나 부여되는 관리번호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서울정신요양원 전체로 수사가 확대 된 것. 수사 결과 서울정신요양원 373명중 2백 명이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관리번호를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2백여 명 중에서 정신요양원의 환자 기록서나 면회대장 등 간단하고 즉각적인 방법으로도 연고자를 찾아낸 사람만 80여명.

유 형사는 따르면, 조 씨가 80여 명 중 26명의 생활인 가족들에게 평생입원을 조건으로 4백만 원에서 천만 원까지 계약금을 받았다고. 뿐만 아니라 당시 2백만 원 전세에 살던 가족에게 4백만 원의 계약금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한다. 유 형사에 따르면 가족들로부터 받은 계약금 총액이 최소 1억 원이란다. 유 형사는 "가족들이 계약금을 낸 시기가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이다. 다시 말해 당시의 1억원은 지금보다 더 큰 가치였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3. 무연고자로 둔갑시켜 생활인으로 등록, 보조금을 받았다는 의혹

"관리번호"라는 것은 연고자나 주민등록번호가 없거나, 혹은 주민등록번호를 기억조차 못하는 행려자들의 긴급한 의료보호를 위해 임시방편으로 부여하는 일련번호이다. 행려자를 발견하면 경찰이 십지문 등의 신원조회를 해서 연고자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어야만 관리번호를 부여하게끔 되어 있다. 그리고 담당 공무원은 6개월마다 한번씩 관리번호를 받은 사람들의 신원조회를 해서 연고자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현직에서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에 따르면, " "관심을 갖고" 6개월에 한번씩 행려자들의 연고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행려자 중에는 발견 당시 긴급한 의료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우선 관할 동사무소에서 관리번호부터 내주고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관리번호를 쓰는 사람의 보호자는 해당 구청장이기 때문에 지자체로 의료비가 청구된다. 또한 관리번호를 받은 생활인들은 생활인으로 등록돼 국가보조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봤을 때 성람재단이 연고자가 있는 생활인들을 무연고자로 둔갑시킨 이유는 국가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 경찰의 지적이다. 이는 생활인 수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 지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있다.  

4. 퇴원해야 할 정신장애우들을 계속 입원시켜,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서?
경찰에 따르면 성람재단의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정신요양원과 정신병원은 6개월마다 정신장애우들을 진단해 퇴원을 시킬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회복됐다고 진단받은 장애우들을 바로 퇴원시켜야 한다.

유 형사에 따르면, 성람재단은 2000년도부터 최근까지 퇴원진단을 받은 서울정신요양원 환자 28명을 퇴원시키지 않고, 재단의 송추정신병원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들은 의료보호 환자로써 1인당 9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사람들이다.

유 형사는 "사회에 복귀해야 할 사람들은 성람재단이 국고보조금을 타기 위해서 재단 내의 서울정신요양원과 송추정신병원으로 번갈아 계속 입원시켰다."며 "이는 재단 측이 심각한 인권유린을 자행한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감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5. 부인까지 동원해 각종 인건비와 진료기록을 조작, 보조금을 횡령?

대검찰청에 항고를 했던 민변의 서순성 변호사에 따르면 조 씨는 부인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는 부인인 이 모씨를 1986부터 10년 이상 서울정신요양원에 세탁원으로 허위 등록해 근무한 것처럼 가장하여 1억4천4백73만여 원의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고 한다. (이는 1999년 지도점검에서 발각됐으나, 3천2백만 원만 환수됐다.)

또한 서 변호사에 따르면, 서울정신요양원 생활인이던 성 모씨, 최 모씨를 직원으로 등재시켜 4백6십만 원의 보조금을 타냈다고. 그리고 퇴사한 직원까지도 근무 중인 것처럼 꾸며 2천7백이십만 원을 받았고, 자격증이 없는 고 모씨를 물리치료사로 채용해 1천2백만 원을, 호봉을 불법적으로 책정해 9백52만 여원을 지원받았단다. 이렇게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인건비만도 2억에 육박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재 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는 전액 보조금이다.

뿐만 아니라 서 변호사는 서울정신요양원 부지에 있는 송추정신병원에서 수년간 토요일 근무를 하지 않은 의사를 진료한 것처럼 기록을 조작해, 성람재단이 환수조치 당한 금액만도 6천5백여만에 달한다며 "여기에 성람재단이 생활인들과 생활재활교사를 성람재단의 농장 등지에서 시킨 노역비용까지 감안하면, 계산조차 쉽지 않은 지경이다."라고 밝혔다.
 

6. 못다 한 복지사업은 대를 이어 전수?

어쨌든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가족들이 돌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돌볼 사람이 정말 없거나, 각종 복지정책으로도 지역사회에서 도저히 혼자 살 수 없는 사람, 의료적인 처치가 필요한 최중증 장애가 있는 경우에 마지막 선택으로 시설입소를 고려한다. 이 선택에는 본인 의사가 최우선으로 존중된다.

그러나 우리는 상황이 좀 다르다. 현재 중증 장애우나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는 현재 시설 밖에 없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얘기되는 연금, 활동보조인, 편의시설, 그 무엇도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자기가 살고 싶은 동네에서 사는 것은 어느 정도 경제력이 되는 경증 장애우들의 얘기다. 돈도 없고 장애도 심한 사람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이렇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지친 가족들은 불법적인 돈을 주고서라도 시설입소를 시키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시설입소는 보호자들의 암묵적인 강요를 포함해 본인 의사와는 별 상관없이 이뤄진다.("2005년 장애인생활시설 생활인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입소했다는 비율이 77.9%에 달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향후 장애우 복지 정책 기조를 시설로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장애우들을 시설로 내모는 정부 정책 때문에 장애우들은 기본적인 삶의 선택권조차 박탈당한 채 줄줄이 시설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사회와 정부의 이러한 간택(?)에 힘입어 복지시설은 그야말로 불경기를 모르는 사업이 된지 오래다. 정부는 복지시설 신축은 물론 증개축만 해도 보조금을 내어주고, 인건비도 준다. 그리고 생활인 명수대로 각종 항목에 보조금을 준다.

계속 하는 말이지만, 시설은 시설장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시설장들은 생활인들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활인들은 시설장들의 희생과 봉사에 얹혀사는 것이 아니다. 생활인들의 대신해 국민들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니, 오히려 시설장들은 이들 덕에 먹고 사는 것이다.

경찰이 밝힌 의혹이 맞다면, 조 씨 정도면 복지시설 운영해서 부자 되는 방법에 대한 지침서를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 금방 베스트셀러가 되서 또 돈방석에 앉지 않을까.

설마, 기자의 우스꽝스런 상상이 현실로 되는 것은 아니겠지 

작성자최희정 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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