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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본인 재산 늘리라고 준 돈인가?"

성람재단 비리 밝혀낸 경기지방경찰청 유병률 형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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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람재단의 비리와 의혹을 밝히기 위한 수사는 이미 2004년 동대문경찰서 수사를 시작으로 2005년 10월 대법원까지 거쳐 왔다. 복지부, 국가인권위원회, 서울시, 종로구청 등이 했던 감사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이 많은 관련 공무원들이 성람재단을 거쳐 갔다. 하지만 검찰은 불구속 기소처분을, 국가인권위는 권고를, 관할 구청은 가벼운 시정조치 처분만 했다.

그런데 한 형사가 각고의 노력 끝에 성람재단 이사장이던 조 씨의 비자금 계좌를 찾냈다. 그동안 장애우 복지시설에서 발생한 비리는 수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 잊혀져왔다. 어쩌다 실형이 내려져도 솜방망이 처벌이고, 그들이 다시 시설로 복귀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장애문제에 관심 갖고 수사 의지를 보이는 사람이 드문 터라, 기자는 오히려 그이가 신기하기까지 했다. 경기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 유병률 형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유 형사에게 그간 성람재단의 수사과정을 들어봤다.

 그렇게 사람 더 받으면 뭐하나, 그 사람도 또 두끼 밖에 못 먹을 텐데.

성람재단 이사장이던 조 씨가 조성한 비자금이 23억이라는 발표를 했다. 비자금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수사를 했는가.

비자금 통장은 주로 현금거래여서 드러나질 않는다. 회계장부도 1원짜리 하나 안 틀리고 너무 잘되어 있어서 꼬투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업체의 세금계산서와 세무신고 자료들도 딱딱 맞춰져 있고. 그동안 4백~5백여 계좌를 추적했는데, 계좌추적을 아무리 해봐도 이상하게 흘러들어간 돈이 없었다. 그래서 재단 내부로 눈을 돌렸다. 핵심 인물들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몇 개월간 작업(?) 좀 했다.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의 설경구가 생각난다. 조 씨의 부인도 가담했나?
그렇다. 조 씨의 부인은 현금과 물품을 구분해서 맞추고, 실제 수량과 허위 수량까지 업체별로 정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조 씨가 비자금을 어디에 썼는지도 밝혀졌는가.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자녀들의 해외 유학비에도 쓰는 등 개인적인 용도에 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고시설은 기본적으로 토지를 마련해야 정부에서 건물 지을 돈을 지원해 준다. 어느 쪽에서 주장하기로는 소유한 부동산만 50만평이라고 한다. 그런데 복지시설 운영하는 사람에게 그 어마어마한 부동산 자본이 어디서 났겠냐.

비자금 통장이 조 씨 이름으로 되어 있나.
12억은 강원도 철원의 세 시설 이름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11억은 조 씨의 사돈명의통장에 들어 있었다. 관련자들이 하는 말이 그 통장을 개설할 때 수사기관에서 절대 찾을 수 없는 계좌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런 계좌도 있는가.
글쎄. 당시 한 은행 지점장 출신이 추천해서 계좌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그 후로 1년 정도 쓰다가 본인도 위협을 느껴 해지했다. 그러나 어쨌든 그 통장을 개설할 때는 그런 의도로 만든 것이다.

비자금 통장에 대해서 조 씨는 뭐라고 하던가
처음엔 업체들이 후원해 준 것이다, 그런 계좌 있는 줄도 몰랐다라고 횡설수설했다. 업자들이 몇 십억씩 후원금을 줄 리도 없지만, 설사 줬다고 해도 후원금으로 처리해야지 비자금 통장에 넣으면 안된다. 그리고 비자금 통장 거래 내역에는 본인이름으로 돈을 부친 것도 있다. 모른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이미 관련자들도 그 통장에서 돈 빼다가 조 씨에게 갖다줬다고 진술했다.

조 씨는 60~70년대에 시설을 운영하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시설이 자기 재산인 줄 알고 있다. 국가에서 돈 받아서 시설에 좀 투자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용도가 분명히 정해져 있는 돈인데 자기 맘대로 쓰면 안된다.

국가가 생활인들 위해서 쓰라고 준 돈이지, 본인 재산 늘리라고 준 돈인가? 조 씨가 저에게 도대체 왜 신경 쓰냐고 오히려 항의를 했다. 하도 성질이 나서, 이 양반아, 거기에는 내가 낸 세금도 들어있어!라고 했다. 조 씨는 더 많은 사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그랬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국가보조금은 지금 있는 생활인들의 기본적인 생활 보장하라고 주는 돈이다. 그런데 조 씨는 생활인들을 더 받겠다고 법인 규모를 넓히고 있다. 액면 그대로 보면 좋은 일하는 것 같지만, 잘 보면 그렇지 않다. 생활인들에게 먹을 것, 입을 것부터 제대로 지원해줘야지, 그걸 줄여서 규모를 늘리면 안된다. 나는 문제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렇게 사람 더 받으면 뭐하나, 그 사람도 또 두 끼 밖에 못 먹을 텐데.  

"그동안 감사만 제대로 했어도 벌써 밝혀졌을 일"

성람재단이 연고자가 있는 생활인들을 무연고자로 만들어 국가보조금을 받았다고 하는데, 종로구청은 사전에 조사도 안했나.

실질적으로 그렇다. 원래 관리번호는 연고자가 있는 사람에게는 부여하지 못한다. 그런데 가족이 있는데도 관리번호를 받은 생활인들이 있었다. 가족들에게 물어보니, 평생 입원을 조건으로 계약금을 요구했단다. 그렇다면 최소한 정신보건법 제정 이후에는 6개월마다 검사해서 내보낼 사람들을 추려서 퇴원시켜야 하는데, 문제는 그러질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을 내보내지 않고 계약금 받고서 평생 수용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을 무연고자로 만들어 의료보호 대상자들이 받는 계속 보조금을 탔다. 사실 연고가 있는 사람을 무연고자로 등록해버리면 인적 상황을 조회할 수가 없다. 종로구청에서는 성람재단에서 무연고자로 올라오는 사람을 확인도 안 해보고 그냥 다 받아줬다.

종로구청에 아쉬운 점은 이들의 인적상황, 가족 연락처 등이 차트에 다 붙어 있고, 면회대장에도 기록되어 있는데 전혀 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환자 차트나 면회대장 보는 것, 어려운 감사 아니다. 우리도 그것보고 알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종로구청 측은 재단의 얘기만 듣고 무조건 보조금 책정해서 내려보낸 것이다.

이해가 되질 않는다. 종로구청에서 최소한 연 1,2회 정도는 감사를 했을 텐데.
그렇다. 감사를 하기는 했는데, 대부분 간단한 시정조치였다. 예를 들어 소화기를 비치 안했다거나 하는 아주 사소한 것들 말이다.

위의 내용들은 그동안 감사만 제대로 했어도 밝혀졌을 것 같다.
그렇다. 그래서 아쉽다는 것이다.

혹시 종로구청과 성람재단이 유착되어 있는 거 아닐까.
글쎄. 사실 밖에서 그런 질문 많이들 한다. 종로구청이 뒤로 봐준 것 없냐고. 솔직히 나도 그것을 밝히는 것이 목표 중에 하나인데 아직까지 확증을 잡지는 못했다. 현금 주고 받고나서 서로 입 닫으면 밝혀낼 방법이 없다.

종로구청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안다. 사회복지과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유일무이한 일인데?
그렇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업법이나 정신보건법에 대한 자문도 못해주겠다고 하고 , 성람재단 관련 자료를 요구해도 안 보내줬다. 아예 협조를 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래서 압수수색을 했다.
 

"외압이라고 느끼면 외압인거고, 아니라고 느끼면 외압이 아니다"

또 한가지 의문점은 경험상으로 보면 사회복지시설들은 신고시설이든 미신고 시설이든 후원금 받기 위해서 홍보를 많이 한다. 그런데 성람재단은 2004년에 노조가 문제제기 하기 전까지 거의 사회에 드러나질 않았다. 알고 보면 국내 최대 규모 사회복지시설인데.

국가보조금으로도 충분하니까, 굳이 드러내서 외부 사람 드나들게 할 필요가 없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재단 내에서는 조 씨가 제왕이었다고 한다. 성폭력 건을 수사하려고 가보니까 사회복지 시설에 왜 그렇게 두꺼운 철문을 해놓고 닫아 걸어놨는지 이해가 안되더라. 사실 생활인들이 몇 명 없으면 보조금도 적다. 거기서 빼먹어봤자다. 하지만 여기는 3개 시설 보조금만 해도 100억이 넘는다. 운영비 20%만 해도 그게 얼마냐.

그런데도 검찰에서 이번에 조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들었다. 검찰이 영장을 기각한 이유는?
범죄 사실 일부는 보강하고, 조 씨가 와병 중이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현재 조 씨는 투약하면서 일상생활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나는 조 씨를 구속할만한 사유가 충분히 된다고 생각했는데, 검찰은 다르게 본 것 같다. 검찰의 속마음을 어떻게 알겠나.

사회복지 시설을 수사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실 그랬다. 좋은 일하는 곳을 왜 들쑤시냐고, 아직까지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인식이 그렇다. 횡령액이 23억이나 되는데도 관심조차 없다. 만약 한 기업 사장이 그랬다고 하면 벌써 난리가 났을 텐데.

동의한다. 그런데 밖에서는 성람재단이 막강한 인맥을 동원하고 있다고 하던데, 외압 같은 것은 없는가.
외압이라고 느끼면 외압인거고, 아니라고 느끼면 외압이 아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일단은 횡령 혐의가 큰 건이다. 비자금을 어떻게 마련했고 어디다 썼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초점이다. 23억에 대해서는 확인했지만, 더 있을 거라는 심증이 있다. 현재 자료를 추적 중이고 이것이 어느 정도 되면 타 시설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작성자이태곤/최희정 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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