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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인 인권침해 막기위해 성년후견 제도 도입 시급

2005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상담 분석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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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5월 정신지체장애 2급의 자폐아인 김 모씨는 성희롱범으로 긴급 체포됐다. 피해자인 어린 초등학생이 경찰에게 진술한 가해자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노상에서 긴급체포 된 김씨는 체포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체포절차가 모두 무시됐다.

재판에서 역시 마찬가지. 질문자의 질문에 따라 얼마든지 원하는 답변을 얻어낼 수 있는 김씨의 정신능력 상태는 무시된 채 자백을 받아냈고, 당시 심문을 담당한 경찰은 증인으로 나와 "장애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특별히 필요 없다"고 말했다.

변호과정에서 정신지체장애우 및 자폐아의 특성에 대해 이해를 구한 결과 성희롱범으로는 구속되지 않았지만, 소년법 제32조 제1항 제1호의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를 위탁"하는 처분을 받았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2005년 인권상담분석 결과 보고서 중)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2005년 한해 동안 인권정책 팀에 접수된 469건의 상담 분석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장애유형별로 상담내용을 분석해본 결과 뇌병변(9.3%), 지체장애(27.4%)와 관련한 상담은 줄어든 반면 정신지체장애(35.9%) 등 정신, 지적장애와 관련된 상담이 크게 증가된 것으로 조사됐다. (표1 참조) 이는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지체장애 상담건수 0.9%의 증가 치에 비해 정신지체 상담 건수가 10.7% 증가한 것.

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 팀의 김희선 팀장은 "다양한 장애우 인권개선활동들 덕분에 전체 사례는 줄었으나, 그 동안 감춰져 있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신지체 사례들이 드러나게 된 것이며,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사례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위해 연구소에서는 "지역사회에서의 정신지체장애인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신지체장애우 관련 상담을 해오며 숙제로 남았던 인권침해 시 위기지원센터 마련을 위한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담내용을 유형별로 보면 정보제공(75건, 16.5%)이 가장 많았으며 노동권과 소비자권(48건, 10.2%), 재산권(39건, 8.3%)의 순으로 조사돼 최근 3년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보제공과 관련한 상담이 감소현상(2003년 41.4%, 2004년 29.3%, 2005년 16.5%)를 보이고 있으며, 미세하나마 신체자유권리(30건, 6.4%)의 상담비율이 증가(2003년:4.1%, 2004년:5.4%, 2005년:6.4%)하고 있어 상담의 주요대상이 신체장애우 중심에서 정신지체장애우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상담의뢰의 성별로는 남성이 72.7%(280건), 여성이 27.3%(105)인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에 의한 상담건수는 증가해 전체의 절반이 넘는 수준인 52.7%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년(2003년 80.9%, 2004년 73.2%)과 비교했을 때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신지체장애우로 전환되고 있는 흐름을 반영했다.

정신지체장애 상담 폭발적으로 늘어

법률상담이 크게 증가한 부분도 2005년 상담분석의 특징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 팀의 조병찬 활동가는 "예전에 장애우 당사자의 권리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비해 장애우 개인의 이해관계나 사회적 차별로 인한 피해를 보상 받고자 하는 법률상담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장애특성에 대한 고려유무에 따라 대응과정이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법률위원회와 법률상담을 한층 강화하는 등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장애우의 권익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 활동가는 "하지만 단순히 법률적 정보를 문의하려는 상담건수가 증가한 것만은 아니다. 시설이나 지역사회에서 구타, 착취, 감금, 성폭력 등 기본적인 인권침해를 받고 있는 장애우들의 사례는 지금도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우 스스로 권리구제를 받기에는 신체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있기 때문에 도움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장애우 단체 등이 법률적인 자문을 받고 싶어 하지만 여러 가지 한계점 때문에 연구소의 법률상담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 경의 장애특성 몰이해로 성추행범으로 몰릴 뻔하기도

인권상담과정을 통해 문제가 해결 된 사례도 발표됐다.

성추행범으로 몰려 법정까지 서게 된 김 모 씨의 경우 담당 경찰관과 검찰의 장애에 대한 무지로 인해 하마터면 범죄자가 될뻔한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김씨의 어머니 이현주씨에 따르면 "지난해 5월 4일, 큰 집에 놀러 갔다. 아들이 5시까지 놀다 온다고 했는데, 안 들어와서 걱정하던 중 파출소로부터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5살 조카에게도 맞고 우는 사회화 능력이 3~4세 전후인 아들이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고. 경찰서에서 만난 형사는 아들 김씨의 사건이 "잘 해결될 것이다. 조서에 지장을 찍으라"고 했고, 조서의 내용을 확인했어야 할 이씨는 조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담당 경찰관의 말만 믿고 지장을 찍었다고.

사건을 담당한 고영신 변호사에 따르면 "체포 당시 다섯 명의 경찰이 출동해 김 씨를 수갑을 채운 상태로 연행했는데, 김씨의 장애 정도를 봤을 때 몇 마디 이야기만 나눠보면 미란다 원칙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체포 직후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대신 피의자심문을 마친 후 보호자를 불렀다" 고. 경찰은 정신지체장애 2급 정도면 질문자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원하는 답변을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김씨의 진술과 피해자 여학생의 증언을 바탕으로 가해자로 확정돼 재판대에 오르게 됐고, 검찰 역시 장애특성을 무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신지체이면서 자폐성향을 갖고 있는 김씨의 장애특성은 외면한 채 가해자를 30분간 따라다니고, 집안까지 들어가 폭행과 성추행을 한 당사자가 김씨라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인정한 것. 검찰과 경찰은 "오히려 장애가 있기 때문에 1차적인 욕구인 성욕을 억누르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고 변호사는 "다행히 사건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담당판사에게 찾아가 정신지체장애우 및 자폐아의 특성에 대한 설명을 했기 때문에 김씨가 피해자를 성추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애우는 시험조차 볼 수 없던 국가직 임용시험

지난 2002년 국가 직 공무원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이정민(뇌병변 2급)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주요 국가고시 중 하나인 사법고등고시, 행정고등고시, 변리사 시험 중 사법고등고시에서만 예외적으로 전신마비 장애우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이씨는 법무부, 특허청, 행정자치부 인사과로 편의제공에 대해 문의했고, 그 결과 특허청에서만 어떤 편의제공이 필요하냐는 대답을 들었을 뿐, 법무부와 행자부에서는 형평성을 이유로 들며 장애우를 위한 편의제공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

이에 이씨는 2004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행자부를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고, 그 결과 2004년 12월 "공무원 임용 시험상 장애인 수험자에게 적절한 시험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내용의 권고문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씨는 2005년 1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행정고시를 볼 수 없었고, 그 해 8월에 예정된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 하지만 사정은 인권위의 권고문 발표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장애 특성상 OMR 답안지 카드작성이 어렵기 때문에 대필마킹시험을 요청했으나 "노력하겠으나 이번 시험에서는 어렵겠다"는 답변을 들은 것.

이에 이씨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상담을 의뢰했고, 그 결과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장애인차별금지법추진연대,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등이 참여한 가운데 "공무원 시험시 장애인수험자 편의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들과 면담을 통해 장애우 응시자에 대한 편의제공을 얻어내는 쾌거를 올렸다.

이에 대해 이씨는 "이런 노력들이 있었기에 2006년에 치러진 행정고시 시험에서 기본적 편의제공은 물론 2차 답안 작성시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전신마비, 청각장애, 시각장애우의 공무원 시험응시는 여전히 막혀있다.

공무원의 역할상 활동보조인을 두거나 시각, 청각 장애우를 공무원으로 채용하기 힘든 중앙인사위원회의 고충도 이해되지만, 2005년을 기준으로 전체 공무원의 규모가 92만을 넘어가고,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가는 현 상황에서 과도한 채용거부는 시정되어야 할 것이며, 채용 이후 교육과정에서의 지원과 직무배치과정에서 장애에 맞는 합리적 기준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년후견제도 통해 정신지체장애우 인권침해 감소시킬 수 있어

그렇다면 인권상담을 통해 나타난 인권침해에 대한 권리구제 방안은 없을까.

조 활동가는 "2004년 상담사례 분석을 통해 해결과제로 ▲인권상담사례에 대한 공식적 대응체계 마련 ▲학대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위기지원센터 마련 ▲합법적 대응을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제시했는데 미약한 성과를 얻어낸 데 그치고 있다"며 "앞서의 과제들에 대한 뚜렷한 성과를 내는데 주력함과 동시에 사회적 인식개선과 제도적 지원 등을 통해 근본적인 구조를 바꿔나가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법률위원인 신현호 변호사는 "정신지체장애우의 인권침해에 대한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사회복지사가 연대해 적극적인 보호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객관성과 공정성이 충분히 확보된 후견인을 활용한 성년후견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작성자전진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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