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장애우 편의시설 탐방기(1)
본문
KBS ‘사랑의 가족’은 올해 장애인의 날을 맞아 4월 17일부터 4일간 특집방송을 했다. 주된 내용은 미국 뉴욕의 장애우 편의시설 체험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굿윌 인더스트리즈 (GOODWILL INDUSTRIES)취재, 그리고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여성인 정유선(35)씨와 지체장애우인 미국 나사(NASA)의 최상혁 박사 인터뷰 등이었다.〈함께걸음〉은 ‘사랑의 가족’ 협조로 뉴욕 현지 취재 일정 중에 이틀 동안 동행 취재했다.
〈함께걸음〉에서는 뉴욕의 장애 관련 편의시설과 굿윌을 소개한다. 그리고 뉴욕에서 살고 있는 한인 장애우의 일상을 통해 우리나라 사회복지와의 차이점을 알아본다. 그리고 이번 취재에 함께한 사랑의 가족 진행자인 강원래 씨에게 뉴욕의 체험 소감과 장애우로써 겪는 방송국 생활, 휠체어 댄스를 선보였던 5집 활동 뒷 이야기,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의 심정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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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모든 시내버스에 휠체어 리프트 장착
뉴욕 취재 첫 날은 맨하탄의 편의시설 체험으로 이루어졌다. 맨하탄은 뉴욕의 중심부로써, 세계적인 상업·금융·문화 중심지이기도 하다. 맨하탄은 씨줄과 날줄이 교차되는 것처럼 계획적으로 만든 길로 나뉘어져서 번지만으로도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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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의 모든 시내버스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되어 있다 |
맨하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버스. 버스는 뉴욕에서 가장 일반적인 대중교통 수단이다. 이는 장애우에게도 마찬가지. 버스가 장애우들의 발이 되고 있는 이유는 뉴욕의 모든 시내버스에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버스의 계단이 펴지면서 리프트가 되어 도로에 낮게 깔리면, 운전수가 시동을 끄고 버스에서 내려와 휠체어를 탄 장애우가 리프트에 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장애우가 버스 안의 휠체어 전용좌석에 오르면 운전수가 따라와 안전 벨트로 묶어주고, 그 뒤에야 출발한다. 모든 과정은 장애우의 안전을 고려해 천천히 이루어진다. 놀라운 것은 버스 안 승객 누구도 짜증 내거나 항의 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 뉴욕 취재에 동행했던 뉴욕 장애인선교회 배흥준 씨는 “휠체어 때문에 늦는다고 운전수에게 재촉을 하는 사람은 못봤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 여기서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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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우 전용 개인버스인 "액세스 어 라이더" |
이에 비해 지하철은 이미 만들어진지 100년이 넘은 곳이 많아서 장애우들에게는 그다지 편하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울시내 지하철보다 훨씬 낡아 보였고, 전동차와 플랫홈과의 간격도 넓었다. 하지만 군데군데 휠체어를 위한 발판이 놓여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뉴욕 지하철은 최근 4~5년 사이에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지고 있어서 이제야 장애우들의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고 한다. 뉴욕의 지하철 요금은 거리에 상관없이 2달러인데, 장애우나 노인은 1달러에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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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맨하탄 유니온 스퀘어 14가의 지하철 편의 시설. 뉴욕의 지하철은 역사가 거의 100년이나 되어서 서울보다 휠씬 낡고 지저분했다.엘 리베이터가 없어 장애우들이 접근할 수 없는 지하철도 아직 많다고 한다. 이 역에는 최근에야 엘리베이터가 생겨 장애우들이 이용하기 시작했단다. 이 지하철역은 지상에서 개찰구로, 개찰구에서 플랫홈으로 엘리베이터를 두 번 타야 한다. |
맨하탄 거리는 휠체어 장애우가 편하게 다닐 수는 없을 듯 했다. 도로와 인도의 단차도 컸고, 경사로가 적절한 장소에 없을 때도 많았다. 그래서 거리 촬영이 있는 동안 사랑의 가족 진행자인 강원래 씨는 이동하는데 힘들어했다. 그나마 볼라드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건널목에는 유도블럭도 없어서 시각 장애우들에게도 편치 않아 보였다.
또이번 뉴욕의 박물관과 공원 등지의 편의시설도 살펴봤다.
뉴욕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에 있는 이사무노구찌 박물관에서는 시각장애우를 위한 ‘터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1983년 지어진 박물관인데, 2004년에야 편의시설 관련 공사를 했단다. 전시품 중의 10%를 시각장애우가 만져볼 수 있으며, 가이드가 작품 설명을 덧붙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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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1.메트로폴린탄 박물관전경 2.박물관 모퉁이에 최근 만들어진 휠체어 전용입구. 장애우들도 비장애우들과 함께 정문으로 다닐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 3. 계단 4,5개를 올라가기 위한 미니 엘리베이터, 타고 내릴 때 마다 관리인이 쫓아와 도와준다. 경사로를 설치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4.5. 박물관은 장애우들을 위한 박물관 안내지도를 따로 제작해 배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는 턱이 거의 없고 경사로 또한 낮고 넓게 되어 있어 비장애우들에게도 편안했다. 휠체어 장애우를 위한 준비는 잘 되어 있다 |
뉴욕 센트럴 파크 근처에 있는 세계적인 박물관 중의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웅장함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최대의 박물관이라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영화에서나 본 듯한 높은 대리석 기둥과 계단들, 거기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퍽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장애우들은 이 세계적인 박물관에 정문을 통해서는 들어갈 수 없다. 1880년에 지어졌기 때문인지 어쨌든 장애우들은 건물 한 쪽 끝에 새로 만든 휠체어 전용 입구를 통해 입장하게끔 되어 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장애우 방문자만을 위한 편의시설 안내지도가 구비되어 있고, 관람객 동선에는 거의 턱이 없으며 넓은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 구경하다보니 솔직히 그 많은 세계적인 보물을 어떻게 여기다 죄다 갖다놨는지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We Can Do Everything!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함께걸음〉의 이번 동행취재 중의 핵심은 굿윌 인더스트리즈 (GOODWILL INDUSTRIE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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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윌전경 |
이번 취재에서 방문했던 굿윌은 뉴욕 퀸즈에 있는 본부였다. 굿윌은 1902년 두 명의 성직자가 장애우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단체로부터 기부 받은 물품을 재활용해서 되파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공동체이며 동시에 사회적 기업이다. 현재 굿윌은 세계적으로 184곳에 분포되어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한다.
이번에 찾아간 굿윌 본사는 이 재활용 사업으로 연간 7천만 달러의 수입을 내고 있으며, 정사원을 포함한 1천8백여 명의 장애우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굿윌은 장애우 뿐만 아니라 노인, 노숙인, 실업자 등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에드문드 오도넬 대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술과 경험을 제공해서 굿윌 안에서든 다른 곳에서든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굿윌의 최종목적은 이들을 경쟁력 있는 인력으로 키워 다른 곳에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굿윌 내부의 작업장에서는 여러 작업들이 한창이었는데, 주로 옷을 재활용하는 작업과 굿윌의 우편물을 발송하는 작업, 그리고 전선줄 포장 작업이었다.
수거된 옷들 중에서 재활용 가능한 옷들은 따로 수선을 하는데, 옷을 이동시키는 과정이 컨베이어 벨트 등으로 단순화 되어 있어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장애우들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중 작업장에서 만난 휠체어를 이용하는 한 노인이 인상 깊었다. 그는 옷걸이를 정리해 상자에 담아 그것을 휠체어를 탄 채 밀고 다니며 필요한 곳에 이동시켜주는 작업을 맡았다고 한다. 늙고 힘이 없는 장애우지만, 그를 위해 일을 세분화하고 배려했다는 점에서 굿윌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하루에 6시간 일하는데 벌써 9년째라고 했다. 그리고 이동이 쉽지 않은 장애우나 옷 수선을 할 수 없는 장애우들을 위해서 굿윌의 우편물 발송하는 작업도 한창이었다. 굿윌 관계자는 매년 7만 5천여 명의 장애우와 실업자들을 9천 2백여 개의 직업에 참여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굿윌에서 일하는 장애우들은 작업능력에 따라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옷을 수선하는 장애우의 경우 하루에 수선한 양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데, 대략 1시간에 6~8달러 수준이라고. 또한 세탁소 등에서 옷 수선에 능숙한 장애우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굿윌은 작업장 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굿윌에 오면 초기 상담을 거쳐 본인에게 어떠한 작업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 기구로 검사(Work Sample test)를 받는다. 또한 관련된 여러 가지 직업교육도 받을 수 있다. 교육 과정에는 실제로 현장에 나가 일할 때 필요한 컴퓨터 관련 기술 등의 직업 훈련은 물론, 장애유형에 따라서 업무 시간조절, 감정조절 방법 등까지 가르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취업알선까지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논스톱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굿윌의 이러한 프로그램은 학교에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굿윌 건물 안에는 장애우 아파트도 있다. 현재 4백~5백여 명이 살고 있는데, 장애우와 노인이 많다고 한다. 장애우 중에는 굿윌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곳에서 근무하거나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틀간의 짧은 취재로 세계 중심 도시인 뉴욕을 진단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평가해본다면 뉴욕 거리는 서울에 비해 규모나 화려함에서는 앞서겠지만, 장애우들이 혼자서 수동이나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엔 쉽지 않아 보였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 비추어 인상 깊었던 것은 이제 막 저상버스를 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뉴욕은 모든 시내버스에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장애우들이 구태여 지하로 내려가 지하철을 타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는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중증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보조인이 원하는 시간만큼 늘 옆에서 보조해준다는 점도 부러웠다. 위와 같은 상황은 법이 어떻게 규정되어 있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사회적 환경이다. 그리고 그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낸 저력은 바로 미국 장애우들로부터 시작됐다는 점,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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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윌의 이모저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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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윌의 작업능력검사 기구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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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윌의 재활용 판매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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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윌의 화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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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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