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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장애우 편의시설 탐방(2) / 장애유형에 맞게 미리 고쳐주는 뉴욕의 장애우 아파트

"주문하신 아파트 나왔습니다"

본문

이번 취재에서는 뉴욕의 사회복지제도를 알아보기 위해서 현지에 사는 한 장애우의 아파트를 직접 방문했다. 취재팀이 만난 루즈벨트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이준수(45)씨는 1986년 이민수속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경추를 다친 척수장애우다. 미국 생활 18년째라는 이 씨의 환경를 통해 뉴욕의 사회복지제도를 알아봤다.

 

▲이준수 씨. 45세

 

이준수 씨가 사는 시티프로젝트(City Project) 아파트는 겉보기엔 다른 아파트 단지와 다른 것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이 아파트 단지 안에는 각 층 하나의 라인에 1가구 씩 장애우 전용 아파트가 있었다. 이 씨가 사는 아파트는 장애우 전용 아파트였다. 그러니까 10층 아파트라면 각 동마다 107호, 207호, 307호,...907호, 1007호가 장애우 전용 아파트인 셈이다.
장애우 전용 아파트는 장애우가 입주할 때 사전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신청하면 입주자의 장애에 맞게 리모델링을 해준단다. 한국 임대아파트의 경우, 입주자의 장애유형을 고려하기는커녕 공간이 너무 좁아 휠체어를 통로에 두고 아파트 안에서는 기어서 생활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장애에 맞게 리모델링하는 것은 물론 아파트에서 나갈 때도 입주가 부담으로 원상복구 해놔야 하는 상황이다.
이 시티프로젝트 아파트는 임대 아파트로 1년마다 임대료를 산정해 재계약한다고 한다. 비장애우들의 경우 임대료가 1천 7백 달러인데, 장애우들은 소득수준에 따라 임대료가 다르다고 한다. 이 씨는 소득이 없어, 이 씨가 받는 정부보조금으로 임대료의 30%를 내고 나머지는 정부가 부담한다고 했다.
기자가 보기엔, 이준수 씨가 전동 휠체어를 타도 아파트 안의 생활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우선은 아파트 내부가 이 씨의 장애 상황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현관부터 방안, 화장실, 부엌 어디에도 턱은 없었고 전동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안방 크기와 맞먹는 화장실은 전동휠체어를 탄 채 안으로 들어가 휠체어를 돌릴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화장실 안에는 손조차 움직이기 수월치 않은 그가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목욕할 수 있는 보조기구들이 있었다.
〈함께걸음〉에서는 지난 2월호 특집에서 임대 아파트 화장실에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아서 볼일을 보려면 마트 화장실까지 가야한다는 한 장애우의 상황을 보도한 바 있는데, 덩치 큰 전동휠체어를 타고도 화장실 안에서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침대에는 그가 침대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보조기구도 있었다. 장애관련 보조기구는 소득이 없는 경우 정부에서 무상으로 제공한다고.다만 해마다 예산의 상황에 따라서 제공되는 보조기구의 질은 조금씩 다르단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활동보조인의 침대가 이 씨의 침대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이다. 활동보조인은 정부 보조금을 받고 활동보조인을 파견하는 단체에 본인의 메디컬 레코드(일종의 의료적인 장애유형과 정도가 기록된 카드, 미국은 한국과 같은 장애우등록제도가 없다.)를 보내고 신청을 하면 파견해준다고 한다. 이용자는 활동보조인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으며, 활동보조인 이용료는 장애우의 소득과 장애 정도 등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소득이 없는 이 씨의 경우, 이용료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이 씨는 하루 12시간동안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활동보조인은 요리, 세탁, 청소 등은 물론 먹고 입는 이 씨의 모든 일상 생활을 보조하고 있다. 활동보조인은 이용자가 활동보조인 교체를 요구하거나, 활동보조인이 그만두지 않는 이상은 몇 년이고 함께 생활할 수 있단다. 이 씨의 활동보조인도 2년 째 그의 활동보조를 하고 있다고. 활동보조인은 중증 장애우의 손과 발 역할을 하며, 특히나 식습관, 배변처리, 투약 등 민감한 부분까지 보조를 하기 때문에 서로의 성격과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장애우와 오랜 시간 호홉을 맞추는 활동보조인이 있다는 점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이런 상상을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만약 이준수 씨가 사고 후 현재 한국에 있다면 어땠을까. 게다가 돌볼 사람도 없고, 소득이 없는 상황이라면? 아마 의료보호 환자로 병원을 전전하거나 시설에 있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물론 뉴욕도 살다보면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여타의 것을 잘 몰라도,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기 중증 장애우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있는 그들의 사회복지제도만은 높이 살만 하다.

 

     
 
글 사진 최희정 기자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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