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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특집 I |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라

교육 현장에 수화가 없다

본문

 

교사와 학생, 대화가 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서울 효자동에 있는 국립 서울농학교 고등부 3학년 교실, 기자는 교사가 내민 한 학생의 일기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문반 대학진학을 준비한다는 학생이 쉬운 한글 문장을 정확하게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또 있다. 한국농아인협회 수화통역사 이미혜 씨는 “몇 년 전 대구대에서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고등학교를 나온 농아인의 문장실력이 초등학교 2-3학년 수준이라고 나와 있어요. 이게 맞아요.”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자칫 청각장애우들의 학력저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은 왜 발생하는 걸까, 이미혜 씨는 실상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청각장애우들이 하는 말이 모르는 게 있으면 교사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물어보면 바보 모른다고 타박 주니까 물어보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는 거예요. 뭘 물어보면 교사들이 수화를 모르니까, 수화로 대답해주지 않고, 말로 대답해 주면 농아인들은 무슨 뜻인지 모르니까 항상 고개만 끄덕끄덕하고 안 물어본다. 그래서 농아인들이 공통적으로 뭐라고 그러냐면 학교에서는 그냥 고개만 끄덕끄덕 해야 된대요. 그리고 농아인의 현실이, 우리가 영어 12년을 배우는데 그래도 잘 안 되잖아요? 농아인의 경우는 모국어가 수화예요. 농아인들에게는 국어는 영어일 뿐인 거예요. 농아인들이 필답능력이 부족한 것은 수화의 구조가 국어와 다르고, 국어가 외국어이기 때문에 국어책을 봐도 우리가 영어책을 보는 것과 똑같은 거죠. 더군다나 교사들이 수화로 문장을 알려주지 않고, 말로 알려주니까 농아인들이 기본적인 단어조차 모르는 게 당연한 거예요. 사회에서 농아인들의 지능이 부족하다고 얘기하는데, 지능이 부족한 게 아니라 그들의 언어가 수화이기 때문에 우리가 영어를 못하는 것과 똑같은 거죠.”
이 씨의 전언에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청각장애우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간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 이유는 교사들이 청각장애우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수화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청각장애 학생들의 학력 이 전적으로 저하된 채 방치되고 있다는 것 등이다.
농아인협회 기획부장 김철환 씨는 “어쨌든 수화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은 수화통역사 과정인데, 수화통역사 시험을 보는 교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실제로 교육현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경기도 평택에 있는 에바다학교의 권오일 교감은 그 이유가 청각 장애우 교육 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화가 표준식 수화가 있고, 농식 수화가 있는데, 농아인들은 표준식 수화를 잘 못 알아들어요. 그런데 농아인들은 교사에게 농식 수화를 배우라는 거죠. 그러면서 왜 학교에서 수화를 모르는 교사를 채용하느냐고 그러는데 이건 교육체계 문제예요. 대학 특수교육과에서 수화가 전공필수가 아니거든요. 학생이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으면 배우는 거예요. 어쨌든 교사들이 특수학과서 수화를 배우는 게 아니라 농아학교에 와서 수화를 배우는데, 농식 수화를 할 줄 알려면 최소 3-4년은 걸리거든요. 그래서 문제가 있는 거고, 또 청각장애우들이 문장이 안 되는 게 정상이라고 보는데, 사실 지식은 배워서 아는 건 별로 안 되고, 어릴 때부터 들어서 축적된 게 지식이거든요. 그런데 농아인들은 듣는 게 막혀있으니까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서울농학교 허노중 교사는 교사들이 수화를 제대로 못하는 이유를 농학교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찾고 있다.
“지금 농아학교의 교사 신규 채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발달과 정신지체 장애 외에는 특수학교 줄어들고 있는 게 흐름이거든요. 농아학교의 현실을 보면 1년에 결원 교사가 한 명 생길까 말까해요. 더군다나 특수교육과서 수화도 가르치지 않고 있고, 그리고 교사들에게 수화는 하나의 학문이 아니고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거든요. 이런 문제를 간과하고 교사들이 수화 못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거죠. 지금 농아학교 교사들에게 어느 정도의 수화를 요구하는지 뚜렷한 기준도 없어요. 그래도 예를 들면 농아인협회에서는 교사들에게 수화통역사 수준의 수화를 기대하는데, 어려운 거죠. 신규 교사들이 거의 없고, 교사들이 대부분 중년인데, 수화는 외국어와 똑같아서 농아인과 대화하려면 최소 2-3년은 배워야 하거든요. 영어 본토 발음하려면 오래 걸리는 것과 똑같아요. 이런 현실을 간과하고 농아학교 교사들은 모두 수화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면 어려움이 있는 거죠.”
두 교사의 언급에서 공통되는 얘기가 하나 있다. 바로 대학 특수교육학과에서 수화를 정식 과목으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면 농아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특수교육과에서 왜 수화를 가르치지 않는 걸까,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청각장애 학교는 전국에 18개가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정신지체 쪽 학교는 발달 정서까지 합쳐 무려 95개 특수학교가 있다. 이 수치가 말해 주는 것은 청각장애 학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정신지체 쪽 학교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나마 있는 청각 장애 학교도 순수 청각장애우만 받는 게 아니라 정신지체나 발달 장애아 중에서 언어 장애를 가진 중복장애아를 같이 받고 있다. 즉 농아학교가 청각, 정신지체 라는 식으로 중복장애아 학교로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재활복지대학 이욱승 교육연구사는 “지금 농아학교 학생 수가 자꾸 줄어들고 있어요. 가령 2002년에는 농아학교 초등부 경우 한 학년에 15명 정도 됐는데 지금은 한 학년에 5명 정도 밖에 없어요.”라고 실태를 전하고 있다.
권오일 교감도 “순수 농학교는 무조건 수화로 가르쳐야 하지만 요즘 순수하게 청각장애우만 있는 학교는 몇 개 안 되거든요. 정신지체 장애아와 같이 있는데, 반 평성은 따로 하겠지만 아무래도 교사가 청각장애아보다는 정신지체 장애아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거죠.”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청각장애 학교는 줄어들고 정신지체쪽 학교는 늘어나는 것은 뭘 의미하는 걸까, 수요는 공급을 결정한다는 법칙은 교육현장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 특수교육 현실을 보면 대학 대부분이 사립대학교고, 학생들은 대부분 정신지체 쪽을 전공한다.
그 이유는 95개 학교 수에서 보듯 정신지체 쪽을 전공해야 취업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정신지체 쪽을 전공한 예비 교사가 자신의 전공이 아닌데도 농아학교에서 교사를 채용하면 응시해서 교사로 발령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대학 특수교육과서 가르치는 장애영역 구분이 사라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또 언급했듯이 순수 농아학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생기는 현상인데, 그래서 이런 교육현실 아래서 농아학교 교사가 수화를 할 줄 아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한탄이 가능해 지고 있다. 덧붙여 대학 특수교육학과에 비판적인 한 교사는 “현재 특수학과 교수들 중에서 수화를 할 줄 아는 교수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교수 밑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수화를 배우겠나,”라고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농아학교 교사와 관련해서 한 마디 더 언급을 하자면, 농아인협회는 학교에 수화를 할 줄 아는 교사 배치와 함께 직접 청각장애우 당사자들이 교사로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아인협회 김철환 기획부장은 “교육은 단순히 지식습득 뿐만 아니라 문화를 전수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농아인들의 특수성이 있는데 비장애우들은 잘 몰라요. 교육이 지식만 심어주는 게 아니라 사회성을 가르쳐 줘야 하는데, 사회성을 다른 말로 하면 문화거든요. 그러면 농아인들에게 농아인의 문화를 가르쳐야 하는데, 학교에서 비장애우들 문화를 가르치니까 농아인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정체성이 모호해 지면서 혼란을 겪고 있어요. 결국 농아인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농아인 세계로 섞일 수밖에 없고, 그럴려면 농문화를 알아야 하는데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으니까 어려움을 겪는 거죠. 그래서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 심정을 안다고 학교에는 수화를 할 줄 아는 교사와 함께 청각장애우 당사자 교사도 있어야 하는 거죠.”라고 청각장애우 당사자가 교사로 진출해야 하는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대해 한 현직 교사는 “교사가 되려면 관련학과를 나오고 임용교사 시험을 쳐야 하는데 농아인에게 가산점이 없는 상태에서 그게 가능한가요?”라고 되묻고 있었다. 

수화가 언어로 인정되지 않으면 정체성의 위기 겪어

 
다시 앞의 얘기로 되돌아가 보자. 청각장애우들은 교육 현실의 문제로 수화를 제대로 할 줄 아는 교사가 없다는 것과 함께 어릴 때부터 수화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것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농아학교에서 유치부 때부터 수화교육을 실시하지 않아 청각장애우들의 학력이 크게 저하되는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농아학교 교사 문제 보다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배경이 결코 간단치가 않은 것이다.
잠시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 농교육 역사를 알아보자. 농아인협회 김철환 씨가 전하는 간략한 수화의 역사를 참고해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청각장애우들에게 수화 교육이 처음 시작된 것은 1700년대다. 프랑스에서 시작됐는데 이 즈음 구화 교육도 같이 시작됐다. 그리고 청각장애우 교육에서 수화가 맞나 구화가 맞나 라는 문제로 충돌이 시작된 것은 1800년대 말이다. 치열한 논쟁에서 이긴 쪽은 구화 교육을 주장하는 쪽이었는데, 부모나 교사 그리고 연구자들이 한 목소리로 구화 교육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청각장애우들이 그들만의 언어인 수화가 아니라 구화를 배워 주류사회에 통합을 해야 하고, 말을 배워 비장애우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제시대 때 평양에 농아학교가 처음 만들어졌고, 중국의 구화 교육을 도입했다. 그러다가 1913년 일본이 처음으로 청각장애우들에게 수화 교육을 시켰다. 이 해 서울에 서울농학교의 전신인 제생원이 설립돼 청각과 시각장애우를 같이 수용하면서 수화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지만 수화 교육보다는 구화 교육이 여전히 대세였다. 비장애우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사와 부모들이 나서 청각장애우들이 수화를 하는 자체를 적극적으로 제지했다. 이렇게 최근까지 교육 중심은 구화 교육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청각장애우들이 선택한 언어는 수화였다. 그 이유는 뭘까, 우선 구화가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구화는 쉽게 말하면 상대방이 말하는 입술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듣는 것을 말한다. 구화의 약점은 가령 상대방이 말을 빨리 하면 못 알아듣고, 정면을 보지 않고 얘기하면 역시 못 알아듣는다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구화는 건청인의 배려를 전제로 가능한 대화라는 게 청각장애우들의 주장이다. 말하자면 교육에서 청각장애우 당사자들은 배제된 채, 청각장애우들의 언어는 수화인데도 불구하고, 부모나 교사들의 욕구로 수화 대신 구화 교육을 시켜 결과적으로 학력 저하를 가져오는 등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게 농아인협회 주장이다.
김철환 씨는 “심지어는 청각장애우들 세계에서 구화인들을 박쥐라고 불러요. 이를 통해 보듯 구화를 배운 장애우들은 비장애우들하고도 어울리지 못하고 농아인들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구화 교육받은 장애우들이 다시 수화를 배우는 경우가 많아요. 이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냐면, 세계적인 흐름이 지금 유엔에서 장애우 권리조약을 만들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농문화 얘기가 나오거든요. 거기 보면, 농아인들이 우리는 이대로 살겠다 우리를 이대로 놔둬라. 이대로 살 테니까 대신 우리 걸 존중해달라.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이게 청각장애우들의 보편적인 생각이에요.”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구화 교육이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기자가 둘러본 대부분의 농아학교에서는 교육 패턴이 유치부에서부터 초등학교까지는 구화 교육을 시키고, 중학교 과정에서 비로소 수화교육을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구화 교육이 대세인 배경에는 부모들의 요구 때문이라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권오일 교감은 “수화를 쓰기 시작하면 구화를 안 한다는 이유 때문이죠. 구화 교육이 정부 교육방침은 아니고 학교의 방식 비슷한 거예요. 어릴 때는 초등부에서 구화 중심이고 중학부 올라가면 수화를 가르치죠. 심지어 한국 구화학교 같은 경우는 오래 전 일이지만 학생들이 수화를 세 번 이상 쓰면 퇴학시킨 일도 있었어요. 문제는 구화로 가능한 아이들은 당연히 구화로 교육해야 하지만 구화를 고집하는 아이들이 다 구화로 가능한가 이게 문제거든요. 그런데 부모들 욕심이 수화 쓴다고 하면 학교 안 보내려고 하니까 학교에서 구화 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욱승 연구사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수화 교육을 싫어해요. 내 아이는 말 할 수 있는데 왜 수화교육 하느냐, 인공와우나 청능훈련을 통해 말을 할 수 있는데 왜 벌써 농아인이라고 낙인찍느냐는 거죠. 그래서 학교에서 수화를 가르치면 그 학교는 인기가 없어요.”
간단하게 정리하면 장애우와 부모들의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 자녀와 수화가 아닌 말로 대화하길 원하기 때문에 수화 교육보다는 구화교육을 시킨다는 것이 현장 얘기다. 그러면 농아인협회를 비롯한 청각장애우들은 왜 구화교육을 반대하는 걸까,
농아인협회 이미혜 씨는 “농교육이 구화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가 다시 수화교육 쪽으로 농사회는 돌아왔어요. 그런데 사회에 나가서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모님들과 교사들의 생각 때문에 여전히 구화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농아인들이 아무리 말을 열심히 연습한다고 해도 사회에 나가면 어쩔 수 없이 장애우예요. 그래서 구화 교육은 농아인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건청인 중심의 사고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구화 교육은 옳지 않다. 농아인들의 언어가 수화라는 것을 인정하고 농아인 중심의 사고를 가져야 한다. 우리는 농아인으로 태어나서 농아인의 정체성을 갖고 살려고 하는데 왜 건청인의 정체성을 강요하느냐 이건 우리 농아인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라는 것이 농아인들 입장이예요.”라고 말하고 있다.
현장에서 장애우를 가르치고 있는 한 교사도 “구화 교육을 받은 청각장애우들 결국 어디로 가느냐, 구화를 건청인들이 알아듣나요? 못 알아들어요. 구화 교육을 받았어도 결국 수화로 가게 돼있어요, 이 점을 부모들이 깨쳐야 해요.”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욱승 연구사도 “그래서 지금 일본에서는 유치부부터 수화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요. 초등부에서 구화 교육을 시켜서 아이들이 일반학교에 가지만 열 명 중 서너명은 다시 농아학교로 돌아오고 있어요. 일반학교에서 적응 못하니까 다시 돌아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점차 유치부때 부터 수화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이유는 예전에는 유치부 때부터 수화를 가르치면 아이의 언어와 말 발달 능력에 지장을 준다고 인식해 왔는데,  지금 연구되는 논문들을 보면 수화에 대한 감각이 빠른 학생이 말도 빨리 배우더라는 거죠. 이게 입증이 되고 있어요. 수화를 쓰는 것이 말 발달에 장애 되는 것이 없다가 학계에 보고되고 검증이 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부모들은 수긍 안 하는 게 현실이죠.”라고 지적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청각장애우에게 유치부 때부터 수화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농아인협회의 주장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 농아인협회가 조기 교육을 통해서 수화를 하나의 언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정체성의 위기라는 절박함이 배어 있는 것이다. 김철환 씨는 “지금 청각장애우들의 주류가 60-70년대에 태어난 세대거든요. 이 분들은 대다수가 수화만 사용하고 있는데, 수화가 언어로 인정받지 못하면 이 분들이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거죠. 그리고 수화가 언어로 인정받지 못하면 사회적인 차별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농아인들이 수화교육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거죠.”라고 실상을 전하고 있다. 

▲에바다 농아학교의 수업장면 수화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 필요해
2005년 기준 정부에 등록된 청각장애우 인구는 15만명이다. 정부는 등록하지 않은 장애우를 합쳐 청각장애우 수를 30여만명으로 추산하고 있고, 농아인협회는 35만명의 청각장애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각장애우와 관련하여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청각장애우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시절 열병이나 홍역 등의 질병 때문에 청력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의학의 발달과 예방접종 등으로 청력을 잃는 장애우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다 인공와우 시술도 청각장애우 숫자를 줄이는데 한 몫 거들고 있다.
결국 청각장애우 문제는 현재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다. 소아마비 장애우와 마찬가지로 새로 청각장애우가 되는 비율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대략 30만명으로 추산되는 청각장애우들의 지금 삶이 문제인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청각장애우들은 교육에서 취업, 그리고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인 의사소통 문제까지 사회에서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각장애우들은 왜 이런 주장을 하고 있고, 이런 주장이 왜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 그렇다면 해결책은 뭔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가 보자.  
김철환 씨는 “청각을 통한 언어는 문법이라는 체계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수화는 다르죠. 농아인들이 쓰는 수화는 사상성이 강하고, 문장을 연결시켜 주는 조사가 없어요. 수화는 우리가 쓰는 문장구조와 근본적으로 달라요. 따라서 비장애우들의 이런 수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는 거죠. 그나마 객관적인 기준인 수화통역사 제도를 활성화시키고 청각장애우들의 정보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라는 문제만 보충해서 해결해 준다면 청각장애우도 비장애인의 70-80%까지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고 봐요. 청각장애우들이 사회 곳곳에서 수화통역사 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자막방송 등이 활성화되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거죠. 문제는 아직 사회에서 수화가 언어로 인정받지 않으니까 청각장애우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하고 있다.
김철환 씨는 이어 “청각장애우들이 고집이 세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청각장애우들이 고집이 세다는 배경에는 청각장애우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작으니까 상대방 정보를 쉽게 못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어려움이 있는 거죠. 이 문제는 청각장애우들을 탓할 게 아니라 이 사회가 그동안 청각장애우들이 충분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는가라는 사회학적 시각에서 봐야 해요.”라고 강조한다.
서울 농학교 허노중 교사는 “부모들과 본인들이 원해 대학을 보내긴 하지만 대학을 나와도  청각장애우들이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 어려운 현실이 가장 큰 문제인 거죠. 청각장애우들이 취업하면 대화가 안되니까 수화통역사를 붙여야 하는데, 그렇게 배려해줄 회사가 거의 없으니까 취업이 안 되는 게 현실이에요. 작년부터 특히 심각한데, 학교를 졸업한 장애우들이 집에서 쉬거나 아니면 공사판 나가 일하고, 여성은 핸드폰 조립 같은 단순직에 종사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이렇게 취업 문제가 심각한데,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경우 정식 수화통역사  한 명 없어요. 일산 직업학교도 마찬가지인데, 수화통역사가 정식 직원이 아니에요. 장애우 취업을 담당하는 기관조차 청각장애우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거죠. 취업 문제를 다시 한 번 얘기하면, 청각장애우들이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니까 어떻게든 고등학교는 나오는데, 취업이 잘 안되니까 대부분 불법노점을 하고, 단순노동 밖에 갈 데가 없어요. 지금 심각한 건 장애우들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대부분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거예요. 저는 청각장애우 문제에서 취업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고 보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교육문제와 관련해서는 허 교사는 “농아학교 교사들이 왜 수화를 안 하고 싶겠습니까, 수화하고 싶어도 어려우니까 못하는 거죠. 지금 학교에서는 수화하는 교사만 남고 다 떠나야겠네라는 자조섞인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농아인협회에서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수화 못하는 선생 다 나가라, 이렇게 비치고 있는데, 교사들의 권리도 있는 겁니다. 교사들이 막강한 경쟁률을 뚫고 학교에 들어왔는데, 그런데 단지 수화 못한다는 이유로 비난한다면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에바다 농아학교 권오일 교감은 “그나마 희망을 보는 게 자막방송이에요. 개인적으로 자막방송을 혁명적이라고 보는데, 그동안 농아인들이 글씨를 잘 안 접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자막방송이 시작되니까 드라마 같은 거 보면서 저 단어가 무슨 뜻이냐고 묻고, 그전에는 이런 현상이 없었어요. 그리고 핸드폰 문자 전송이나 채팅을 하면서 문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어요. 그전에는 수업시간 외에는 글을 안 썼는데 달라진 거죠. 그래서 자막방송이 시작된 97년 이전하고 이후하고 하늘과 땅 차이만큼 변화가 생겼다고 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렇다라도 건청인 학생에 비해서는 문장 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저는 희망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
교육문제와 관련해서는 “청각장애우들과 대화를 하려면은 반드시 수화를 해야 하죠. 적어도 특수교육을 전공했다면 굳이 농학교 교사가 아니라도 수화를 할 줄 알아야 하는 거죠. 따라서 대학 특수교육과에서 수화를 전공필수로 해야 하고, 이론뿐만이 아니라 실기시험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활복지대학 이욱승 연구사는 일반학교 특수학급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금 일반학교의 청각장애우 교육은 제일 많은 데가 아무 지원 없이 방치, 두 번째가 반 친구들이 개인적으로 도와주는 데 기대 수업 받기, 세 번째가 학교에서 도우미에게 장학금을 주고 학습을 지원하는 방식”이라면서 지금 청각장애우 교육은 “공교육이 안 되니까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데에 따라 큰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리하면, 교육 문제와 관련해서 청각장애우들의 요구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먼저 학교에서 제대로 된 수화교육이 이뤄지려면 청각장애우 당사자들이 농아학교 교사로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고, 교사는 의무적으로 수화통역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또 특수교육 4년 과정에도 수화교육을 전공필수 과정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며, 수화를 청각장애우들의 언어로 인정하고 유치부 때부터 수화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살펴본 것처럼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 될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결국 문제는 근본적인 배경, 즉 우리 사회가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수화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청각장애우와 대화를 하기 위해 건청인이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보조 수단으로 국한해서 볼 것인가에 따라 청각장애우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 해결의 방식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살펴본 것처럼 청각장애우들은 지금 수화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취업의 어려움 같은 생존권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결론을 내린다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수화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라는 것이다.    

글 이태곤 기자
사진 조은영 기자
촬영협조  에바다학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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